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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Oct 10. 2024

그래봤자 같은 얼굴에  던지는 돌이다.

학부모 모임은 이제 모두 끝났다

육아 전선에서 만났던 적지 않은 사람들과 헤어졌다.

서로 같은 편인 척하나 잠시의 동맹은 아이들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금이 가거나 이해관계가 상충되면 쉽게 깨어진다. 인간적 매력에 끌려 같이 있으면 너무 좋아로 시작된 관계가 아니었기에 손절도 수시로 일어난다.

모두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듯 엄마들 모임은 짜증 나요라고 말하지만, 그 짜증 나는 모임의 속 터지게 하는 존재가 바로 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한다. 학부모 모임은 모두를 이상하게 만드는 태생적 오류가 있다. 당신의 아이에게 원래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기본 전제를 모두 까먹곤 한다. 그들의 얼굴과 나의 얼굴은  닮아있다. 자신의 아이가 소중하다는 이유로 웃는 얼굴 뒤로 거친 더듬이를 숨겼다.

             

어느 하루

     

하루가 끝났다     

오늘도 과한 양념같이 말이 많았다

잠자리에 목이 마르다     

작은 상자에 사람을 담아 조각냈다

조각에 찔려 잠이 오지 않는다     

과열된 엔진에 요란한 경적소리를 냈다

지나친 길에서 얼굴이 뜨겁다


새벽 한 시 돌아가는 세척기 소리

뒤늦게 닦아내고 싶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하루다


마냥 끝나지 않은 건

밤이다     

무엇보다

잃어버릴 길조차 없다     

(2015.3)


모두가 외롭다.

학부모 모임을 가기 위해서는 얌전한 옷을 입어야 했다. 자칫 화려하거나 추레하면 바로 뒷담화가 펼쳐진다. 담배를 피워도 욕을 먹고 청소를 안 하고 지저분해도 이혼을 해도 유난히 아이 자랑을 해도 앞장서서 아이 욕을 해도 매번 똑같은 옷을 입고 공개수업을 가도 성형수술을 해도 명품백 하나 없어도 욕을 먹는다. 공부를 너무 시켜도 너무 안 시켜도 안 된다. 욕을 먹을 수 있는 다양한 포인트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으니 그냥 욕을 먹고 말겠다는 마음으로 욕의 도가니에 매년 투입되었다.

물론 아닌 사람도 어딘가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결백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 덕분에 좋은 관계를 얻는 행운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었기에 힘에 부쳤고  어느덧 튕겨져 나왔다.


드디어 그런 세상은 끝났다. 학부모 모임은 더 이상 없다.

아이 없이 만나는 사람들과는 아킬레스건이 없으니 좀 더 부드럽게 접점을 만들까 싶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mbti로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이 나오는 결과를 보는 일은 재미없다.

새로운 곳에 던져진 나의 반응을 보며 나에게 다시 리트머스지를 대듯 관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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