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가에게 재능을 넘어서는 배려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
살면서 노벨상 때문에 밥 딜런에 대해 10분 정도 더 관심을 가졌던 거 같다.
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며 진지하게 소리지르는 듯한 가사들에 눈길을 주기엔 애잔하거나 서정적인 곡들이 더 끌렸다.
당연히 그의 인생의 흐름이 어떤 모양새였는지도 알지 못했는데 그래도 영화로 나왔으니 함 봐보자 했다.
티모시 살로메의 그 소년미도 싫고 듄2에서 느껴지던 애숭이 같으면서도 먼가 어설픈 기분도 싫어서 살로메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밥 딜런을 연기한 그의 연기에 대한 극찬이 눈에 띄길래 오히려 너 얼마나 잘하나 보자. 심판관의 마음으로 영화관에 간 것이 사실.
영화의 시작은 뉴욕으로 다짜고짜 우디 거스리를 보기 위해 올라온 밥딜런이 헛걸음을 치고 뉴저지에 있는 거스리를 보러가면서 시작한다. 행색도 초라하고 딱히 어디 몸 하나 뉘일 곳이 없을 만큼 가난해 보이는 그는 그러나 초조해 보이지 않는다. 마침 우디 거스리와 함께 있던 피트 시거는 그의 재능을 단박에 알아보고 데뷔를 돕는다. 달론은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어떤 상태에 빠지는 것인가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무심함을 가지고 밥 딜런은 자연스럽게 데뷔를 하게 되고 커버곡으로 채워진 허접한 앨범 하나를 낸다. 앨범은 죽을 쑤고 여전히 곤궁한 딜런은 뮤즈 실비를 우연히 만난다. 그녀는 딜런의 재능을 알아보고 사랑하지만 딜런이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아 이해가 어렵다며 괴로워한다.
그녀가 이태리로 간 사이 딜런은 아름다운 목소리와 외모를 가진 조안 바에즈를 만나 음악을 공유하고 깊은 관계를 가진다. 실비와의 관계를 그대로 둔 채 바에즈와의 관계도 한 줄거리 만들어둔 딜런은 남의 마음 같은 것은 별로 안중에 두지 않는다. 실비는 바에즈와의 관계를 눈치채고 새로운 앨범으로 일약 스타가 되어 너무나 빛나는 딜런과 결별한다. 그렇다고 바에즈랑 잘 지내는 것도 아니고 지멋대로 행동하며 사이가 틀어진다.
딜런은 점점 자신의 음악을 포크음악이라고 규정내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찢어버리고 싶어한다. 포크라고 하는 것에 담긴 모든 형식의 강요에서 벗어나고자 돌발행동을 하곤 한다. 급기야 대표적인 포크 페스티발 뉴포트에서 관중이 기대하는 포크음악을 들려주는 대신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음악..록음악에 가까운 소리들을 들려주고 관격들은 야유를 퍼붓고 관계자들은 그를 맹비난한다. 떠나는 딜런에게 바에즈는 너가 이겼다고 자유를 획득했다고 이야기해주고 딜런은 거스리에게 가서 자신은 이제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라는 노래를 불러주고 오토바이를 타고 자신의 길을 떠난다.
밥딜런이 어떻게 인기를 얻게 되었고 어떤 변화의 길을 갔는지에 대해 젊은 시절 한때를 조각케잌처럼 잘라내 보여주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린 딜런이 알기 힘든 제멋대로인 성격이란 것과 지밖에 모른다는 점을 확실히 알게 된다. 당시 포크뮤직은 저항의식을 대표하는 것으로 당면한 시대상과 연결해서 설명할 수밖에 없다. 냉전시대에 반전을 부르짖는 그들의 사회의식 등이 녹아든 뉴포트에서의 깽판은 자신의 자유를 획득하는 출구였을터이지만, 포크라는 형식이 내포한 의미에 의해 장르의 충성도가 그만큼 강했던 사람들에겐 배신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인상적인 것은 밥딜런은 어느 순간에도 쪼그라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여친이 영화비며 밥값을 다 내도 매우 당당. 앨범이 망해도 그냥 심드렁(속으로는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내가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어떤 것이든 경계와 가치평가를 하지 않는 듯하다. 사람들이 바라는 딜런의 모습은 다 다르고 자신은 그것에 부응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그냥 못나고 잘나도 특이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딜런은 진정 괴짜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노벨상을 받으러 가지 않았겠지.
실제 인생에서 수지와 헤어지는 동안 필용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하기 싫은 투어를 하거나 기독교에 심취했다거나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고 그 속을 알 수는 없다. 이영화가 성장영화가 아니라 그냥 인간 밥딜런을 보여주듯 딜런은 성장이 아닌 다양한 면을 아직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어쩜 그럴 수도.
포드 대 페라리를 매우 재밌게 봤던 나로서는 제임스 골드맨이 감독이라니 역쉬.. 끄덕끄덕.
어떻게 살로메는 밥딜런이 되었는가.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든다.
아무리 입금전후가 다르다지만. 일케 비슷하게 구현하고 노래도 잘하고 연주도 하고 그럴 수 있냐고.
이제 더이상 소년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듯한 살로메의 이번 영화를 통해 의심을 거두어들이고 그의 빛나는 인기에 그럴 법하다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데 혼자 끄덕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