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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뚜막 고양이 Jan 18. 2023

7. 핑크빛 나날들

<4월의 밤공기>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그와 나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사이가 되었다. 전 남자친구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는 그로 가득차 있었다. 나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기 싫었던 것이다.


월요일 아침 일어나 보니 그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보고 싶어. 주말 동안 많이 보고 싶었어.”

사실 나도 그랬다. 주말 동안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와중에도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아야 했다. 그의 애틋한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져 왔다.

“우리.. 오전에 잠깐 커피라도 마실래?”

그는 곧 오전 회의가 끝난다며 잠깐 얼굴이라도 보자고 했다. 나는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얼른 몸을 일으켜 움직였다.

“ 나 머리 질끈 묶고 대충 가도 돼?.”

“ 그냥 대충 하고 나와. 그래도 예뻐. 나 만날 때는 화장도 안 해도 돼.”

빈말일지도 모르지만, 나의 어떤 모습이든지 사랑하겠다는 표현 같아 왠지 듣기가 좋았다. 나는 예상치 못한 그와의 만남이 마치 선물처럼 느껴졌다.

월요일 오전에는 웬만해서 아무 일정도 잡지 않는 나였지만, 그를 만나는 건 예외였다. 나는 짧은 시간 내로 최대한 정성껏 준비하고 바쁘게 차를 몰아 약속한 커피숍으로 달려갔다.


커피숍 안으로 들어서자 하얀색 셔츠를 입은 그가 앉아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 환하게 웃어주었다. 나의 얼굴도 마치 꽃처럼 피어나는 것 같았다. 서로 얼굴만 마주 보고 있어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난생처음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월요일 오전 커피숍에서 그를 만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아무도 없는 커피숍에 우리 둘이 앉아 있자니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나 소소한 일탈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근처 참치 전문점에 가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분위기도 맛도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마냥 좋은 건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했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차에서는 “Charlie Puth “의 “One call away.”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쾌한 리듬이 한층 달달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 같았다. 낮에 그와 남산 소월길을 함께 달리는 기분은 남달랐다. 평소 혼자서 자주 가는 곳이었지만 오늘은 사뭇 다른 풍경인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들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길가에 가로수들마저 우리를 반기는 듯이 느껴졌다.


“회사 들어가기 싫다. 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그는 아쉬워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나도 그가 회사로 돌아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필 그때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본부장님, 잠깐 손님이 오셔서 나와 있습니다.”

우리의 행복한 시간은 짓궂은 휴대전화 진동 소리와 함께 끝이 났다. 회사로 돌아가기 전 그는 나의 볼에 입을 맞춰 주었다. 그 감촉이 부드러웠고, 동시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그는 곧 회사로 돌아갔고 아쉬운 마음을 남긴 채 우리는 서로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이전보다 서로의 감정을 더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서로의 마음이 오가는 게 느껴지며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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