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일기
2024년 6월 25일(화) 맑음
구내식당 입구 거울 앞에는 몇 년간 숭늉이 놓여져 있었다. 그런데 운영상의 사정으로 숭늉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공지가 있었고, 몇 달 전부터 거울 앞은 텅 비어있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가 지났을까, 숭늉이 있던 자리에 종이컵이 놓여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네잎클로버 한 개가 물에 담겨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와, 네잎클로버네'
반가운 마음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네 잎클로버였다. 잔디에 앉아 클로버를 찾은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정도니까.
식당 여사님들이 클로버를 찾아 놓아두신 거 같았다. 처음에는 그저 클로버를 오래 보관하려고 그렇게 두신 건가 했는데, 굳이 저곳에 둔 건 식당에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란 생각이 들었다.
'낭만을 아는 분들. 클로버를 찾을 줄도, 그리고 그것을 나눌 줄도 아시다니.'
그렇게 며칠간 네잎클로버가 그 자리를 지켰고, 이후에는 그때그때 계절 따라 피어나는 들꽃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었다. 애기똥풀꽃, 이름 모를 야생화들, 장미, 찔레꽃, 나뭇가지 등. 알록달록 푸르른, 식당의 철재나 콘크리트와는 다른 재질의 존재가 사람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바뀌는 꽃들을 보면 꽃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쁘기도, '밖에는 이런 꽃들이 피고 있구나, 지금 이 꽃의 계절이구나'를 잠시나마 생각하게도 되었다.
그런데 요 며칠간은 꽃이 없었는지, 푸른 잎이 가득한 나뭇가지가 놓여져 있더랬다. 나뭇가지는 꽃과는 다르게 묵묵히 푸르름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왠지 꽃이 기다려져서, 점심때마다 '오늘은 꽃이 있을까'하며 오가며 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오늘, 거의 이주만에 새로운 꽃이 놓여있었다. 개망초였다. 주변에 흔히 보이는 꽃을 이렇게 실내에서 보니, 반갑기도 새롭기도 했다.
몇 년 전,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작고 조용한 공원에서 개망초 가득한 벤치에 앉아 나무와 하늘, 공기, 새소리를 보던 때가 그려지듯 떠올랐다. 그리고 개망초를 보며 시를 떠올리고 그림을 그렸던 때도 떠올랐다.
'그래, 그런 적이 있었지...'
점심시간에 잠시 만나는 꽃들은, 바쁘게 지내느라 잊고 있던 낭만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다시 낭만을 채우며 지금의 낭만을 기억하며 지내야겠다 싶었다.
오늘의 낭만은 개망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