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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Y Jun 30. 2024

0626 허트 로커

2024년 여름일기

오늘은 친구와 2주에 한번 온라인에서 만나 영화를 보는 날. 선정된 영화는 '하트 로커'였다.

이라크전쟁이 배경인 영화인데 주인공은 폭발물 해체 대원이었다. 전쟁통이라 보는 내내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했는데, 주인공이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돌발행동을 하는 바람에 불안감이 배로 커졌다. 그러지 말라고 주인공을 한대 쳤던 주변인의 맘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영화 주인공을 보는데, 전쟁에 특화된 사람이 있는 건지 아니면 전쟁에 있으며 그렇게 변해간 건지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전장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리고 누군가 죽어가는 걸 바라봐야 하는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 그럼에도 그런 불안과 두려움에 계속 노출되다 보니 어느 순간 익숙해져 버리고, 일상적인 상태가 되어 그런 극한의 상황을 계속 찾는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그런 기질의 사람이 전쟁을 만난 거고,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계속 그 일을 하게 되는 건가. 유전인가 환경인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의 시작.


그러다 영화에 나왔던 흑인 동료처럼 나도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며, 다양한 인간유형이 있으며, 각자 맞는 상황과 역할이 있는데, 주인공은 극한 상황에 익숙해질 수 있는 종류의 유형이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저런 사람이 있으니 전쟁이 있을 때 우리를 지켜주기도 하는 거겠지, 그리고 저런 사람이 전쟁에서 영웅이 되는 거겠지'

그래,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까. 그래서 세상이 돌아가는 거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유형도 존재하고 저런 사람도 필요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저런 사람과 같이 다니고 싶진 않았다. 영화에서도 그 사람의 명령 따르다가 위험에 빠진 사람이 있었으니. 나는 그런 불안에 노출되고 싶지 않았다.


영화를 보며, 불안과 간장 속에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노출되는 건 불안이 가중시킬 수 있는데, 어떤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것에 맞지 않는 유형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금 직장이 나에게 그런 일이란 생각에, 영화에 나온 다른 등장인물처럼 용감하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그러면서 이 친구는 어떤지 궁금했다. 병원에서 일하며 위급상황을 종종 맞이할 텐데 어떻게 느끼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알고 싶었다.


영화를 다 보고 친구에게 응급상황이 생길 때 어떤지 물어보았다. 마취과에서 일하는 친구는, 환자의 상태가 너무 안 좋으면 애초에 수술을 진행하지 않으며, 갑자기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발생할 때는 도전의식이 생겨 이약 저 약을 쓰며 안정화시키려 한다 했다. 그러고 결국엔 상태가 안정되게 되고 보람을 느낀다고.

역시 그 친구다웠다.

그리고 그 친구는 자기에게 맞는 일을 하는구나, 이런 마음이 있는 사람이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거지 싶었다. 나라면 누군가의 목숨을 계속 다뤄야 하는 일이 불안하고 걱정될 거 같은데, 역시 사람마다 다른 모양을 갖고 있는 가 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겠지, 나처럼 힘들게 느껴지진 않겠지 싶었다. 그런 불안도 그리고 그런 불안에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다.

얼마 전 같은 팀원 동료가 이 일이 자신에게 맞는 거 같다고 말한 게 떠올랐다.

'그래, 그건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구나...'


나에게 맞는 일이 뭘까. 나에게 맞는 일이 있을까.


긴장된 영화를 보니 다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긴장된 일터, 긴장된 영화, 긴장된 밤.

다음엔 좀 더 마음 편한 영화를 볼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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