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지 D+30 (2020.07.11)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한 달 정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백수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백수라지만 넘쳐나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고 싶지는 않고,
일상을 최대한 균형 있고 생산적으로 보내고자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여러 번 비슷한 시도를 해봤지만
제대로 성공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큰맘 먹고 다시 한번 도전합니다.
<아침 루틴>
1. 10시 전 기상
백수도 10시 전엔 일어납니다. 그렇다고 매일 9시 55분에 일어난다는 건 아닙니다. 마지노선이 10시란 말이죠. 평소엔 7-8시 사이에 곧잘 일어나지만, 전날 과음을 하거나 피로가 심한 날엔 늦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다만 반드시 7시간을 자려고 노력합니다. 지금껏 살아온 결과 제 적정 수면 시간은 7시간 언저리인 것 같습니다. 6시간을 자면 다음 날 피로가 남아있고, 8시간을 자면 너무 잔 것 같아 찌뿌둥해요. 이렇게 매일 10시 전에 기상했다는 사실은 눈뜨자마자 뭔가를 하나 성취했다는 만족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만듭니다.
사실 기상시간을 지키는게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매일 6시, 7시 일어나기와 같은 목표는 성공률이 높을 수가 없습니다. 살다보면 여행을 가거나, 아침일찍 눈을 못뜰때가 반드시 생기더라구요. 한 두 번 실패하다 보면 타협하고 나약해지고 그러다 무너지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습관은 언제나 지키기 쉬운 작은 목표들로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2. 홍초 마시기
1년 전부터 눈을 뜨자마자 물을 한 컵 벌컥벌컥 마시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빈속에 물을 마셔주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응가도 술술 잘나와요.) 요즘엔 물에 홍초를 약간 타서 영양제와 함께 먹습니다. 적당한 양이 중요합니다. 홍초는 당분이 많고 산성분이라 위와 간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하네요.
3.스트레칭
아침에 딱 30분. 허리 재활을 위해 시작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디스크 증상이 있었는데, 귀국 후에 병원을 가보니 상태가 좀 더 악화된 것 같더라구요. 보험이 된다지만 본인부담률도 높고, 여러 번 도수치료를 받기엔 부담이라 셀프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약 한 달 정도 매일 아침마다 하고 있는데, 효과가 정말 좋네요. 허리의 통증이 많이 사라졌고, 오래 앉아있어도 거뜬합니다. 백수는 뭘 하든 하루 종일 집에 앉아 있을 때가 많았는데, 중간중간에 허리만 잘 풀어주면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스트레칭을 해보세요. 5분이라도 좋습니다.
아침을 시작하는 기분이 달라지네요. 상쾌통쾌.
4. 명상
스트레칭이 몸의 피로와 뻐근함을 해소해준다면, 명상은 마음과 정신의 피로를 없애줍니다. 명상을 해온지는 꽤 되었지만, 꾸준히 했던 기간은 길지가 않았어요. 아침에 스트레칭을 한 뒤 명상을 하면 마음이 정화되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요. 몸과 마음을 깔끔하게 청소한 기분이랄까요. 길게도 필요 없습니다. 5분이면 충분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Insight Timer와 Fabulous라는 앱을 추천합니다. 영어이긴 하지만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줘서 듣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한국 명상앱으로는 '마보'를 추천합니다.
5. 확신의 말
저만의 동기부여 방식입니다. 살아오면서 제게 큰 위안과 도움을 준 글귀들을 읽는 시간입니다. 그런 좋은글들을 하나로 모아 작은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힘이 되는 글들을 소리 내어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을 다잡습니다.
6. 아침 독서
독서를 체계적인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적게 꾸준히 읽기. 하루에 2~3장. 욕심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침엔 동기부여가 되는 자기계발서나 소단락으로 잘 구성된 책을 읽습니다. 소설은 적절하지 않아요. 중간에 끊기가 어렵거든요. 한 달 동안 5분씩 영화 한 편을 나눠본다고 생각하면, 정말 재미없을 것 같지 않나요.
7. 아침 일기
아침 루틴의 마무리는 일기입니다. 전 뭐든 기록하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일기를 자기 전에만 썼었는데, 그러면 빼먹는 날이 많아지더라구요. 그래서 아침에 쓰기로 했습니다. 아침일기는 그 나름의 맛이 있어요. 아침부터 이리저리 요동치는 잡념으로 머릿속이 꽉 찰 때, 쫓기듯 마음이 불안정하고 불편할 때, 그것들을 차분히 글로 옮겨 적으면 생각과 마음이 정리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길게 쓸 필요도 없지만, 쓰다 보면 길어질 때가 은근히 많아요. 아침부터 무슨 쓸 말이 있나 싶지만, 막상 써보면 아침에도 할 말은 많습니다. 내용과 형식에 어떠한 구애도 받지 않습니다. 손이 가는 데로, 펜이 굴러가는 데로 자유롭게.
이렇게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데 드는 시간
총 60분.
바쁠때는 30분으로 간소화시킬 수도
여유로울때는 더 오래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재빠르게 수행한 뒤
하루를 시작하면
이미 많은 것들을 해치웠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기쁨과 동력이 만들어집니다.
<일일 루틴>
8. 하루에 글 하나 쓰기
백수일지가 해당됩니다. 짧던 길던, 정성이 있던 없던, 그날그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작성하는 겁니다. 쉬레기 같은 글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매일 한편의 글을 쓰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이 생깁니다. 훗날 언젠가 내 이름이 쓰인 책을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 그런 바람으로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글을 쓰는 훈련이라 생각합니다. 브런치 북도 한 번 내보고 싶네요.
9. 홈트레이닝 (무릎 재활, 유산소)
스트레칭은 허리 치료를 위함이라면, 홈트레이닝은 무릎 치료가 목적입니다. 예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운동을 지금은 마음껏 하지 못해 너무 답답하네요. 허리 때문에 병원에 갔는데, 무릎이 더 심각하단 소리를 들었지요. 연골이 거의 없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은 운동치료로 완치를 해보려 합니다. 유산소는 뛰기를 좋아하는 제가 뛸 수가 없어, 늘어난 체중을 감량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합니다. 언젠간 배에 왕자도 새겨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허리야 무릎아 빨리 나아줘. 개자식들.
10. Daily Plan
매일 다음 날 일정을 정리해서 기록해둡니다. 제일 오래된 습관 중에 하나인데, 아마 수험생 때부터 시작한 짓거리 같아요. 저는 계획을 참 좋아합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보통 연/월/주/일 단위로 계획을 짭니다.(겁나 짠다는 소리죠.) 뭐든 미리 생각해서 기록해놔야 잊어버리질 않거든요. 매일 다음날 할 일을 정리해서 시간을 배분하고 기록해두면, 일의 효율과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이젠 이 짓을 안 하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자요.
몇몇은 새로 시도하는 일들이고
몇몇은 오랫동안 해온 일들입니다.
목표는 1년 동안 성공률 75%를 유지하는 것.
오랫동안 꾸준히 해서 습관화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 걸 왜 하냐 물어보신다면
그냥 하고 싶어서 합니다.
이런 걸 왜 보여주냐 물으신다면
실패해서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아예 유튜브로 만들어서 올렸습니다.
훗
넘어오셨군요 :)
백수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