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일지 3화(2018.05)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도대체 어디 있냐고 욕지거리를 날리고 있을 때,
드디어 그렇게 바라던 제대로 된 첫 직장을 구하게 됩니다.
해고당했던 이전의 레스토랑에서처럼
"You're not enough to work with us" 란
비수와도 같은 말을 들을까 봐
얼마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 했는지 참.
결국 전 이곳에서, 약 6개월 간 근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드니 달링하버엔
온갖 종류의 고급 레스토랑과 펍이 즐비합니다.
언제나 관광객들이 붐비는 유명한 장소거든요.
그곳에 위치한 터키음식점이었는데
직원은 약 20명 정도, 음식 맛이 끝내줬어요.
근데 엄청 비쌌습니다. 양도 얼마 안 되면서.
사실 터키음식이 뭔지도 잘 몰랐던 제가
처음으로 외국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이곳에서 일을 하고 나서부터인 것 같네요.
굉장히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고
그만큼 귀중한 추억이 많았던 곳입니다.
저는 홀의 서빙을 담당했습니다.
제가 가본 호주의 여러 레스토랑에선
직책과 호칭은 이렇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사장은 Boss, 매니저는 Manager(파트별로 또 나뉨)
주방장과 보조는 Chef와 Kitchen hand
웨이터와 보조는 Waiter/Waitress 와 Runner
그리고 전 일을 배우는 2달 동안
Learner라는 견습생 딱지를 달았습니다.
재밌던 건 웨이터가 되기 전
Runner라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 건데,
Runner에서 웨이터까지 가는 데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Waiter/Waitress는 주문/메뉴설명/고객응대 등
홀에 관련된 모든 일을 노련하게 할 줄 알아야 하고,
Runner는 주로 음식을 손님에게 전달하며,
간단한 음식 설명을 해주는 정도의 일만 합니다.
당시만 해도 회화실력이 완전 밑바닥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속으로는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영어실력이 많이 는 건 확실합니다.
살아남으려면 제대로 듣고, 말할 줄 알아야 했거든요.
인상적이었던 건
대형 레스토랑은 아니었지만,
직원들 모두 서비스직에 대한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했습니다.
음식점에서만 2~3년부터 5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
여러명 있단 사실을 알고 나서 굉장히 놀랐어요.
자기 일에 애착을 갖고 즐기던 그들의 모습이
멋있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좀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첫 직장에서 연락이 오기 전,
1주일 정도 머리를 식히기 위해
혼자 시드니 나들이를 떠났던 것 같습니다.
(일기장의 내용을 따르면...)
생각해보니, 그 당시
시드니에 도착한 지 2달이나 지날때까지,
시드니 구경 한번 제대로 못 해봤던 것 같네요.
그래서 주변에 가까운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뭐, 5월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애만 태우다가 겨우 한 숨 돌릴 수 있던
천신만고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겨우 2달 만에 제대로 된 직장을 잡고
한숨을 돌려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된
그런 희망적인 시기인 줄 알았지만!!!
그게 또 아닐 줄 누가 알았겠어요.
도대체 쉽게 쉽게 풀렸던 일이
하나도 없었던 내 호주 워킹홀리데이.
6월엔 과연 무슨 일이 또 일어났을까요.
허허허허.
기대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