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피로스 Jul 15. 2020

Ep4. 세컨잡, 몸살, Vivid Sydney

호주 워킹홀리데이 일지 4화(2018.06)

일을 구했지만,

일이 없어 구했던

Second Job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한 뒤,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일은 구했지만, 일을 주지 않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죠.


저 때만 해도 제 회화실력은 형편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버거워

계산대에서 물건을 겨우 계산하고,

식당에서 밥도 겨우 시켜먹을 수 있는

그 정도의 수준이었죠.

레스토랑에서 제게 요구하는 서비스의 퀄리티는

제 수준의 영어로 따라가기엔

너무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구했던 초반엔

가장 바쁜 금토일 3일, 점심/저녁시간에만

근무시간을 배정해줬습니다.


제가 다녔던 레스토랑은

매주 로스터(근무표)가 나왔는데,

한주의 근무시간이 15시간을 넘지 않았어요.

그리고 호주의 레스토랑은 거의 모두

점심과 저녁 사이에 브레이크(휴식시간)를 갖는데,

그때는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1주일에 15시간 일하고 받는 급여로는

겨우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투잡을 뛰기로 합니다.




새차(New Car) 말고

세차(Car Wash)의 세계로



재규어/랜드로버 서비스센터


세차파트 (Wash Bay)


새로 구한 직장은

NSW주 재규어/랜드로버 자동차 회사의

서비스센터 내에 위치한

자그마한 세차 부스였습니다.


전 결국 쉬운 길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기피하던 한인잡을 구했거든요.

세차 일을 선택한 이유는,

음식점보다는 급여가 높았고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호주에 간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저축은 둘째 치고,

당장 다음 주의 식비 걱정만으로도 힘들던 상황이었죠.

또 다른 현지 직장을 구하며

시간을 들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기엔

제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었던 것 같습니다.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죠.


덕분에 왠만한 외제차는 저기서 다 몰아볼 수 있었던 경험을ㅎ (내 차는 아니지만^^)


고급차 브랜드 서비스센터지만, 직원은 아시아계와 호주인이 각각 절반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알바를 뛰어봤지만,

세차는 처음이었습니다.

다행히 직원이 수십명되는 규모가 있는 서비스센터라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었고,

일하는 환경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센터 내의 한국인은 저와 같이 일하는 한분뿐이었는데,

그 형님을 만난 게 호주에서의 제 최대 행운 중 하나였습니다.

호주에서 처음 사귄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어색했지만,

저 보다 훨씬 인생경험이 많고 배울 점이 많았던 분이라

같이 일하는 동안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연락을 잘하며 지내요. 보고싶네요 형님.)



일은 고됬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더 많은 호주/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또 옆에서 같이 일하는 정비사들에게

자동차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얻기도 했죠.

(타이어 가는 법과 중고차 잘 사는 법 등등

다양한 인생꿀팁들을 여기서 배웠습니다.)


그렇게 주중엔 세차, 주말엔 레스토랑

첫 14일을 쉬는 날 없이 일했습니다.

심지어 레스토랑에선 가끔씩

평일에도 나와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는데,

그럴 때면 하루 14-15시간 일을 할 때도 많았죠.


그러다 드러누웠습니다.

병이 났거든요.

얼마나 아팠었는지,

태어나서 그렇게 몸살이 심하게 나본 건 처음이었어요.

열이 내려가지 않아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거든요.

타지에서 혼자 아프면 개고생이라더니

정말 서러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말짱히 출근을 했죠.

좀비처럼.




그래! 내 머릿속에 호주는 이런 거였잖아.

Vivid Sydny


시드니에선 매년 6월경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조명행사중 하나인

Vivid Sydney라는 축제가 열립니다.


축제가 열리는 2주 동안

시드니 중심부 전체가

화려한 조명예술의 마법으로 뒤덮이죠.


시드니를 방문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꼭 이 축제의 일정을 살펴보고 가시길.

정말 환상적이에요.



건물 전체를 배경 삼아

화려한 영상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곳도 많구요.



이렇게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색색의 화려함으로 물들어 있어요.


매일 7시면 달링하버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



여기저기에 설치된

다양한 조명예술품도 많아요.



등불로 만들어진 거인형상의 조형물.

달링하버 근처를 배회하며

진귀한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그중 단연 하이라이트는

매일 밤 카멜레온처럼 옷을 갈아입는 오페라 하우스.

오페라하우스 지붕 표면에

프로젝트 빔을 발사하여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화려한 영상이 비춰져요.

오페라하우스를 찍은 사진만 수십 장이 넘지만,

역시 직접 눈으로 감상했을 때의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재현해낼 수가 없네요.



그렇게 6월도 정신없이 흘러가고...

정신없이 7월이 다가오고...

이전 03화 Ep3. Anason, 첫 외출, 시드니의 맛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