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일지 7화(2018.09)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살아
시드니에 있으면서
그동안 다녀보지 못한 여행을 다녔습니다.
1. 본다이 비치 카이트 페스티벌
(Bondi Beach Kite Festival)
본다이비치는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 중 한 곳입니다.
운이 좋게도 연 축제(Kite Festival)란 게 열려
친구들과 신나게 구경하고 왔지요.
2. 라 페루즈(La Perouse)
시드니의 숨겨진 명소 중 한 곳입니다.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시원한 바다와 멋진 해안 절벽이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에요.
3. 블루마운틴 글로우 웜 터널
(Blue Mountains Glow Worm Tunnel)
시드니를 방문하고
블루마운틴을 다녀오지 않으면,
호주를 제대로 경험해봤다고 할 수 없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산맥으로 이루어진
블루마운틴은 그 장대한 규모에 맞게
숨겨진 명소가 정말 많습니다.
(서울 면적의 20배 크기)
운 좋게 친해진 호주 아저씨의 도움으로
왕복 10시간에 걸친 야간 여정을 통해
힘들게 다녀온 글로우웜 터널.
블루마운틴에는 여러 동굴들이 존재하지만
아저씨가 이 곳은 아직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자기만의 숨겨진 장소라고 알려주더군요.
*글로우웜 터널(Glow Worm Tunnel)이란
반딧불이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아주 작은 벌레들이 있는 동굴입니다. 깊고 어두운 동굴 한가운데, 벽마다 붙어 있는 야광벌레들이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아름다운 빛을 내는 황홀한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이죠.
Glow Worm의 빛을 잘 관찰하기 위해
일부러 한밤중에 찾아갔습니다.
동굴도 워낙 깊어
정말 바로 코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했죠.
절대로 핸드폰의 라이트를 켜도 안 되고,
동굴 속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해도 안 된다고
아저씨가 얼마나 신신당부하던지.
벌레들이 워낙 예민해서
미세한 빛과 소리에도 쉽게 죽는다고 하더라구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본
새로운 종류의 황홀함이었습니다.
얼마나 아름답던지.
분명 땅에 발을 내딛고 있는 느낌이 있었지만
광활한 우주 속을 유영하며
까만 배경을 수놓은 은하수를
눈앞에서 보는 것만 같았어요.
호주 아저씨에게 얼마나 고맙던지...
정말 완벽한 타이밍이었습니다.
동굴을 들어갈 때만 해도 어두컴컴하던 하늘이
동굴을 빠져나오니 환해져 있더군요.
동굴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마치 중생대 원시우림처럼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야성이 느껴지는 자연이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산 저 산 많이 돌아다녀봤지만,
호주에서 만난 산들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많이 타지 않은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느낌이랄까요.
자연의 위엄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표현력이 부족한 제 자신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야생마들도 만나고,
캥거루도 만나고, 왈라비도 만나고,
높은 절벽 위에서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몸 안에 져있던 응어리들을 싹 풀고 왔어요.
야 ! 호 !
호주에서 처음으로 보낸
꿈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호주에 연수를 왔던 동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때 친했던 친구인데,
간신히 시간을 맞춰 만날 수 있었죠.
먼 타지에서 만나 술 한잔 하는 그 느낌이
참 묘하게 기분 좋더군요.
2018년 9월 9일부로
일기가 끝났습니다.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를 끝으로
그다음 이야기는 쓰여져 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노트를 새로 사는 걸 미룬 채
점점 일기 쓰는 걸 잊어갔나 봅니다.
그렇게 호주생활을 기록해둔 일기는
귀국 전까지 다시 쓰여지지 않았습니다.
아쉽네요.
이렇게 일기를 다시 찾아볼 줄 알았더라면
까먹지 않고 계속 썼을 텐데
하지만 그 이후의 시간들도
여러 사진과 영상에 의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0월.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