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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피로스 Jul 24. 2020

Ep10. 시골의 맛, 불청객, 배신자

호주 워킹홀리데이 일지 10화(2018.12)

휴가와

시골 삶의 즐거움



공장 일을 시작한 지 몇 주 안 돼서,

셧다운이 찾아왔습니다.

셧다운은 공장이 1~2주 문을 닫는 일인데요.

일년에 2번, 여름과 겨울에

우리나라의 추석이나 설 연휴처럼

장기간의 휴일에 맞춰 공장도 문을 닫습니다.


그래서 그 기간 동안

새로 살게 된 마을의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같이 사는 친구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수영장을 자주 갔는데, 이용료는 5천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전세계 어디에서도 여름엔 도서관 보다 시원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지켜주지 못해 미안 친구야.


시골이긴 해도,

NSW주에서는 꽤 규모가 컸던 도시라

있을 건 다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12월은 여름이라

저렴한 비용으로 수영장도 자주 다니고,

냉방이 잘 되어 있는 도서관을 애용했습니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입니다.



밥도 같이 잘 해먹었죠.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서

덕분에 제 입은 엄청 호강했습니다.


앞집, 옆집, 뒷집 친구들도 곧잘 놀러 오고

이때 외국인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졌습니다.


호주 담배 가격표


시드니에 있을 때 연초를 잠시 폈습니다.

그런데 담배가 워낙 비싸서 전자담배로 바꿨어요.


호주는 우리나라보다 담배가 비쌉니다.

담배도 종류마다 가격차가 큰데

보통 제일 싼 게 15000원 정도 하신다고 보면 됩니다.


이보다 더 싸게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팩으로 포장된 담배가 아니라

직접 말아서 피는 담배를 사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시중에 판매되는 담배는

모두 케이스에 팩으로 포장된 것들이지만

호주에서는 포장되지 않은 담배, 필터, 종이를

따로 분류해서 팝니다.

보통 포장된 담배 형태를 Cigarette

담배에 들어가는 담배 잎 재료는 Tobacco

라고 부릅니다.


처음엔 담배 마는 사람들을 보고

대마나 마약을 만드는 건 줄 알고 놀랐죠.

하지만 나중엔 이게 호주에선

굉장히 일반적이라는 걸 알고

금방 따라했습니다.(ㅋ)



저 곳에서 동생과 약 반년을 함께 지냈지요.


집에 빈자리가 생겨,

마스터룸으로 방을 옮겼습니다.

사람 사는 곳 같더군요.


저 방은 2인실 마스터룸인데,

저희가 매주 낸 렌트비가 합쳐서 260

한화로 약 20만원 정도였습니다.

시드니에 비하면 싼 편이었죠.

(호주 물가 클라쓰)




불청객,

동생의 항문 질환



더보에 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시련 중 하나는

동생에게 찾아온 항문 질환이었습니다.


의학용어로 piles, hemorrhoids 라고 불리며

우리나라 말로는 '치질'입니다.


평생 이런 질병에 걸려본 적도 없는 놈이

호주에 와서 물갈이를 하는 건지

처음엔 한 두 주 참고 고생하더니

결국 병원행.





처음엔 작은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좋은 통역 서비스가 있어서

의사선생님과 문제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었죠.

큰 병원을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고통스러워하길래

휴가를 내고 동생과 함께 큰 병원을 갔습니다.




결국 동생은

더보에서 가장 큰 병원에 가서

응급환자 분류를 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저도 동생도 이번 일로

상당히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휴가를 오래 내면 공장에서 해고당할 위험도 있었고,

무엇보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호주의 의료시스템을 배우고 이용하는 그 과정이

정말로 고역이었습니다. 죽을 맛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공부였지만)



아파서 똑바로 앉아 있지도 못하는 동생.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병원비.


어느 나라에서나 그렇겠지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민자가

순전한 병원비 전액을 부담하기엔

호주의 병원비도 역시 너무 비쌌습니다.


게다가 일반 진료 서비스와

응급 의료 서비스의 가격 차이가 크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습니다.

한국에서도 병원엔 근처에도 갈 일이 없었거든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당연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비싼 돈 줘서 가입시켜놨던 동생의 여행자보험도

저희를 배신했습니다.


치질은 보장 예외 항목이라

보험금을 지급해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약관을 제시하며 안타까움을 전하는 상담원이

정말 너무 가증스럽고 미웠습니다.

(그분은 아무 죄가 없어요.)


결국 동생의 치질 치료를 위해 들어간

병원비는 한화로 약 500만원.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카드로 할부 계산했죠.


돈 모으러 왔는데,

예상치 못한 지출만 늘어가는 현실에

형제의 낙심은 컸습니다.


하지만 뭐 죽으라는 법은 없죠.

그 뒤에 열심히 같이 일해서

병원비도 다 갚고, 돈도 열심히 모았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동생의 별명은

'똥꼬'가 되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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