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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곰 May 23. 2023

우울증의 치료제에 대해

나는 우울증에 걸린 공무원입니다 14

우울증에는 대체로 두 가지 부류의 약을 쓴다고 합니다. 항우울제와 항불안제죠.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만큼 의학적인 상세한 설명을 할 깜냥은 되지 못하고, 그저 제가 먹는 약에 대해 아는 대로만 써 보겠습니다. 그리고 특정 약의 이름은 적지 않고 성분명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1) 항우울제 

말 그대로 우울함을 없애주는 약입니다. 저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에 속하는 '에스시탈로프람' 성분의 약을 먹습니다. 원리는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억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몸 안의 세로토닌을 늘려 우울을 줄이는 것이라고 하네요. 더 이상의 상세한 설명은 문외한인 저로서는 무리입니다. 


다만 이 약은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는 데 평균 4주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즉 단기간에 우울증을 없애주는 약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꾸준히 복용해야만 효과가 난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꾸준히 먹어 왔고, 약효가 확실히 느껴집니다. 상태가 가장 안 좋았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2) 항불안제

말 그대로 불안을 없애주는 약입니다. '벤조디아제핀' 성분으로 불안감과 긴장감을 완화시키며, 항우울제에 비해 효과가 즉각적입니다. 그래서 같이 처방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말하자면 단기적으로는 항불안제를 통해 상태를 완화시키면서 장기적으로는 항우울제를 통해 좀 더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식이라고 합니다. 


저는 벤조디아제핀을 가리켜 하늘이 내린 약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약이 없었으면 그 힘겨웠던 시간들을 어떻게 버텼을까 싶을 정도로요. 다만 그만큼 효과가 강력한 만큼, 부작용도 커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등록이 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오남용에 따른 중독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고 하니 특히 유의하셔야 합니다. 복용 중 술을 마시는 것도 안 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제가 술을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종종 마시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한 후로는 꾹 참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저 두 가지 약을 먹고, 아침에 추가로 항불안제를 소량 먹습니다. 대체로 아침에 상태가 가장 안 좋기 때문에 의사가 내린 처방입니다. 다만 의사분이 상태가 나쁘지 않을 때는 아침약을 먹지 않는 것도 시도해 보라고 했기에 아침에 상태가 괜찮을 때면 아침약을 거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의지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우울증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만이 할 수 있을 이야기죠. 아니면 그 사람이 극소수의 강철 멘탈을 지녔든지요. 우울증은 질병이고, 약은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한 가장 주요한 수단입니다. 약 없이도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애당초 우울증에 걸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꼬박꼬박 약을 잘 먹읍시다. 저는 매일 약을 먹을 때마다 내가 약을 먹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는지는 상상하기조차 싫네요. 


물론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정신의학과 약은 의사의 처방 하에 정해진 대로 복용해야 합니다. 임의로 늘리거나 줄이는 건 위험하겠지요. 그리고 저는 큰 부작용 없이 약이 잘 들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약이 잘 듣지 않거나 혹은 부작용이 심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약의 부작용을 느껴서 다른 약으로 바꾸었다가, 더 심한 부작용이 생겨서 원래 약으로 돌아왔는데, 그랬더니 기존의 부작용이 사라진 기묘한 경험도 겪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부작용을 느낄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서 약의 종류를 바꿔보시기를 권합니다. 부작용 때문에 약을 먹지 않다가 더 나쁜 상태로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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