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에서 좋은 루틴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나를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 준다. 아이들 픽업 후, 코트 차림이어도 집에 돌아와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 하루동안 쌓인 집안의 쓰레기를 밖으로 내 다 버리고, 공원을 산책한다. 내 일상이 시작된다.
눈이 쌓였다 녹은 공원을 걷는다.
비탈진 곳에는 눈썰매 자국이 남아있고, 눈 위로는 많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바닥에 쌓인 눈들을 굴린다. 주먹만 한 눈이 점차로 부풀어지더니, 키가 커지고 있다. 머리, 가슴, 다리 세 덩이의 눈을 굴려 사람을 만든다. 눈과 코, 입을 만들고, 손도 만들어 준다. 그리고 내 모자를 벗어, 씌워준다. 그와 나는 그렇게 한참을 함께 놀았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지만, 그도 나도 어떤 기억을 간직한 채, 서서히 소멸해 갈 것이다.
사는 곳 옆에 있는 크지 않은 공원이지만, 나는 이곳을 참 좋아한다. 아침에는 연세 드신 분들이 개와 산책하고, 많은 사람이 공원을 가로질러 그들의 길을 바쁘게 오간다. 유치원이나 학교가 끝난 후에는 아이들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연인들은 키스한다. 어떤 이들은 달리기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매트를 깔고 요가를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공원은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모두를 담아내서,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
추우면서도 상쾌한 공기 덕분에, 봄의 숨결이 여리게 느껴진다. 이맘때면 늘 느끼는 거지만, 새들은 봄을 일찍 준비한다. 덩치 큰 까마귀들이 많이 보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몸집이 작은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청량한 새의 소리가 공기 중으로 퍼져나간다. 내가 봄이 왔다고 느끼면, 새들은 벌써 새끼 새들에게 비행을 가르치고 있는 걸 본 적이 많다. 봄에만 들리는 새들의 소리가 있다. 새벽 시각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그들만의 세상이다. 그 시각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 금지된 곳, 소리만 엿들을 수 있어도 좋다. 잠을 깨우지도, 깊게 빠져들게 만들지도 않는 아주 적당한 소리가, 매년 봄만큼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