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일터에서 배우는 법

Baycat: 자립을 향한 미래학교의 실험

by 우소연


교육의 최종 목표는 자립이다.


교육의 최종 목표는 자립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녀들의 자립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5.0%이다. OECD 평균(53.4%)보다 8% 이상 낮고, 35개국 중 26위 수준이다. 더 심각한 건 첫 직장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대졸자 기준 평균 11개월. 거의 1년을 '경력 공백' 상태로 보낸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평생 공부만 한 아이들이 직장에 들어가면 다시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배움, 기업들은 학교에서 실제적인 배움이 일어나길 요청한 지 오래다. 결국 그 일은 실현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아이들이 대학 졸업장도 없고, 경력도 없는 상태에서 들어갈 수 있는 제대로된 일자리가 없다. 그저 배달을 하거나 편의점에서 알바를 할 수 밖에 없다. 경력이 되지 않는 일을 하며, 앞으로 나아갈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다.

우리에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탈출구는 없을까? 대학을 가지 않고도 경력과 경험이 되는 일을 할 수는 없을까? 자립하면 매번 나오는 '베이킹', '네일아트' 말고, 미래사회의 직업적인 전망을 낼 수 있는 일경험을 할 곳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당시에 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있는 사회적기업인 베이켓(Baycat)을 알게 되었다. 이 기업은 이미 20년이 넘게 운영되었지만 교육과 노동의 경계가 사라지는 배움이라는 점에서 미래 교육 실험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히는 다른 기관들을 살펴보면서 일과 학습이 공존하는 실험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배우면서 돈을 버는 미래 교육 모델


1. 정체성 기반 교육: 소외된 목소리가 상품이 되는 곳, BAYCAT


무엇을 하는가?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지역인 베이뷰에서 시작된 BAYCAT은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무료 영상 제작 교육을 제공한다.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학생들에게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 6개월 과정 동안 학생들은 카메라 조작법과 편집 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들이 겪은 빈곤, 차별, 폭력의 경험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 그들의 '소외된 관점'이야말로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수익 모델 및 성과 교육을 마친 우수 학생은 BAYCAT 스튜디오에 유급 인턴으로 고용된다. 이들은 Pixar, Salesforce, Golden State Warrior 같은 기업의 영상 제작 프로젝트를 수행5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완수했고, 이 수익이 전체 조직 수익의 34%를 차지하며 후배들의 무료 교육비로 쓰인다.

졸업생 중 82%가 주요 미디어 및 기술 기업에 취업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특히 Lucasfilm, Pixar, HBO, Netflix 같은 업계 최고 기업에 취업한 사례가 많다.

핵심 원리: 소외된 배경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전환한다. 기업은 ‘진짜 다양성’을 담은 콘텐츠를 원하고, BAYCAT 학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성으로 담아본 경험이 있다. 교육기관인 인력 공급자인 동시에 콘텐츠 제작사로 기능하기 때문에 일과 학습이 병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2. 시스템 진입 교육: 고3이 대기업 IT팀에서 일하는 법, Genesys Works


무엇을 하는가? 저소득층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여름방학 8주 동안 IT 기초(헬프데스크, 트러블슈팅)와 함께 이메일 작성, 회의 에티켓 등 직장인 기본기를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기술보다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에 더 초점을 맞춘다.

수익 모델 및 성과 훈련을 마친 학생들은 AT&T, Bank of America, Target 등의 대기업에 배치되어 고3 학년 내내(약 10개월) 주 20시간씩 유급 인턴으로 일한다. 학생들은 시급 $15(약 2만 원)를 받으며, 1년에 약 1만 2천 달러(약 1,600만 원)를 번다. 기업은 학생 1인당 연간 약 $6,000를 Genesys Works에 지불하며, 이 돈이 다음 기수 훈련 재원으로 쓰인다. 이 프로그램 참여 학생의 대학 진학률(98%)은 비참여 또래(60%)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며, 이들은 대학 입학 시점에 이미 1년의 실무 경력과 자립 자금을 갖추게 된다.

핵심 원리: 기업에게는 '검증된 주니어 인력'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학생에게는 '진짜 직장 경험'을 제공한다. 졸업장이 아닌 레퍼런스를 가진 19세를 양성하는 시스템이다.


3. 경험 축적 플랫폼: 5시간짜리 커리어 만들기, 마이크로 인턴십


무엇을 하는가? Parker Dewey, Micro-Internships.com 같은 플랫폼에서 운영되며, 3~6개월의 전통적인 인턴십과 달리 5시간에서 40시간 정도의 초단기 프로젝트 중심이다. 학생은 온라인으로 시장 조사 보고서 작성, SNS 콘텐츠 기획, 데이터 정리 같은 구체적인 업무를 선택하고, 마감 기한 내에 결과물을 제출하면 즉시 돈을 받는다.

수익 모델 및 성과 프로젝트당 보수는 $100~$500(약 13만~67만 원) 수준이다. 한 학기에 5~1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학비 일부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 모인다. 2023년 기준 Parker Dewey에서는 600개 이상 기업이 참여했으며, 2만 건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특히, 이 중 약 30%가 정규 인턴십이나 정규직 채용으로 연결되는 '선발 도구' 역할도 한다.

핵심 원리: '경력 쌓기'의 진입장벽을 완전히 낮춘다. 지원서나 면접 없이, 일단 해보고 결과물로 실력을 증명하는 구조이다. 기업은 리스크 없이 인재를 테스트할 수 있고, 학생은 학기 중에도 유연하게 경력을 만들 수 있다.


위의 세가지 교육 모델은 청소년마다의 특성에 따라 선택될 수 있다. 예술적 재능이 있는 학생에게는 베이켓(BAYCAT)이, 안정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제네시스 웤스(Genesys Works)가, 아직 방향을 못 정한 학생에게는 마이크로 인턴십(Micro Internship)이 적당하다.

중요한 건 선택지가 있다는 것 자체이다. 한국처럼 '대학 입시' 하나로 수렴하는 게 아니라, 학생의 상황과 목표에 맞는 여러 경로를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정이 곧 커리어 경로다


배움 그 자체가 커리어가 될 수 있는 배움은 특히 학교 밖 청소년이나 고졸 청년에게 필요하다. 이들에게 "무엇을 배웠는가"보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워지길 바란다. 또한 이와 같은 학교 밖에서의 일과 배움의 사례가 입시에 매몰되어 있는 학교 안에서, 고교학점제의 본래 뜻인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선택의 자유', '배움의 다양성'의 측면에서 자유롭게 시도되길 바란다.



<참고 자료>

1. 한국경제인협회 (2025). 「청년·여성·고령층 고용률 개선에도 OECD 순위 낮아」 (2025년 6월 24일) https://www.fki.or.kr/kor/news/statement_detail.do?bbs_id=00036297

2. 베이켓

https://www.bayca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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