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광이 광고인] 광고 대행사 생활 (CHICAGO)
2021년 시카고 생활을 정리하고, 뉴욕으로 이직하기로 결심했다.
뉴욕에 있는 대표적인 광고 대행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일할만한 좋은 대행사를 찾기 위해서 광고 대행사들과 인터뷰를 많이 했다.
먼저, 드로가5 (Droga5)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2021년 Ad Age's Agency of The Year이다. 즉, 광고 미디어 에드 에이지가 선정한 2021년 최고의 광고대행사다. 2015, 2016년 칸느 광고제에서 선정한 독립 광고대행사 1위를 연속으로 차지하는 등, 광고계에 변혁을 일으킨 광고 대행사다. 명실상부, 와이든 케네디 (Weiden+Kennedy)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크리에이티브에 기반을 둔 작업을 많이 하는 광고 대행사다.
정말 놀랍게도, 드로가5에서 먼저 이메일이 왔다.
안녕 쉘든,
저는 드로가5 헤드 크리에이티브 리쿠르터예요.
우리 회사 CCO가 작업이 마음에 든다고 하네요. 시간 있으면, 저희가 가진 기회들에 대해서 얘기 나눌래요?
한국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군대를 갔다 오고, 광고를 한다니? 누가 그런 일을 하죠!
당신이 살아오신 인생에 대해서 더 이야기 듣고 싶어요. 시간 되면, 우리 작업 이야기도 같이 하고요.
괜찮은 시간 알려주면 정말 좋겠어요.
메리.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그다음 상대인 Scott Bell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총 인터뷰 40분 (10분 초과로 대화함)
첫 번째 작업에서는 내가 직접 광고판이 되어서 일을 진행시키고, 다른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안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저항하는 태도, 그리고 그 일을 결국에 해내는 나의 태도를 보았다고 했다. 본인도 누가 못하게 하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일들을 벌이고 이루어내는 것을 즐기고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 점이 내가 자신이 가진 특성과 닮았다고 좋아했었다.
두 번째 작업에서는 직접 영상을 보시겠다고 하신다. 와... 내 포트폴리오에 이렇게 진심인 사람이다. 영상을 보면서 실룩거리는 그의 입술과 코 언저리를 집중적으로 관찰하며, 그가 좋아하는지 아닌지 살폈다. 다행히, '피식' 웃음을 선보이는 그는 "great"이라고 했다. 두 번째 작업도 통과.
세 번째 작업에서도 역시나 직접 광고를 보시겠다고 광고를 직접 보셨다. "잘했네."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른 작업도 제가 꼭 봐야 할 게 있을까요?라고 물으셨다. 나는 당연히, "아뇨, 제가 자랑스러워하는 작업은 다 소개를 해 드렸습니다. 그보다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Definitely! 매리에게 이야기해서, 잘 진행하는 방향으로 할게요. 이야기 너무 즐거웠어요."
"아니에요,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감을 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마쳤다.
My job is not to have a good meeting.
ECD로서 제 직업은 좋지 않은 클라이언트 미팅을 가지는 겁니다.
클라이언트를 불편하게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해결책을 제안하고 성공을 이끄는 게 제 직업입니다. 그런 내가, 어떻게 좋은 미팅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제가 만약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예스맨이 된다면, 내 후배들이 어떻게 그들이 원하는 광고를 만들 수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꼭 만들고 싶은 광고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항상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 나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이거 정말로 만들고 싶은 거야? 앞으로 몇 달간은 정말 힘들 거야. 정말 정말 힘들 텐데, 그래도 만들 거야? 응, 이거는 브리프의 문제를 해결하거든. 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진짜로 만들고 싶은 거냐고. 그러면, 그 아이디어 정말 좋은지 아닌지, 꼭 싸워야만 하는 아이디어인지 아닌지 분명히 알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드로가 5 뉴욕의 또다른 CCO, Tim Gordon과 인터뷰를 했다.
아직 30대라는 그에게, 어린 나이에 모든 상을 받고, 최고의 광고 대행사의 수장으로 대행사를 이끌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런 그는, 이제는 우리 대행사 직원들의 성공과 번영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한다고 했다. 나 왈, 그럼 광고를 안 할 때는 뭐하세요? 뭐 스포츠 좋아하세요? 그의 첫마디는 "boring!"이었다.
사실, 특별한 취미가 없다고 하는 그는 독서를 즐기고, 스포츠는 보는 것만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러면 저를 고용하면 제가 일하게 될 브랜드는 뭐죠?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누구죠? 등을 물어봤다. 그는, "드로가 5에서는 하나의 브랜드에 고정적으로 일하는 직원을 두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브랜드와 일하기를 원해서, 네가 우리 회사에 일하는 시점이 돼야 누구랑 일하게 될지, 어떤 브랜드와 일하게 될지 알 수 있다. 아... 이거 쫌 말을 잘못한 건가...?"라고 했다.
나는 웃으며, 아니 괜찮아요. 그렇군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드로가 5는 패스!"
내가 일할 사람과 내가 일할 브랜드를 모르고서는 아무리 드로가 5라고 하더라고 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시작부터, 이렇게 정돈이 안되어 있으면 막상 대행사에 가서는 정말 Chaos를 경험할게 분명했기에...
나는 인터뷰 마지막에 그에게, 다음에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고 드로가 5와는 작별을 했다.
오길비 뉴욕의 오피스는 공사 중이라... 현재는 Grey New York이 쓰고 있는 빌딩에서 근무할 수 있다.
오길비는 2016년 당시, 나의 제일 처음 광고 대행사였던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따라서, 단연코 내 후보군에 속하는 광고 대행사 1순위였다. 뉴욕을 대표하는 광고 대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대행사이기 때문이다.
아노말리 뉴욕은 저번 주에 인터뷰 차 방문했었다. 지인 추천으로 인터뷰를 봤는데 오피스가 꽤 힙하게 꾸며져 있어서 인상 깊었다. 인터뷰 때 만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리고 팀원들도 다들 좋은 것 같았다.
여기 광고 회사는 2021년 코로나 당시, 직원들이 7-80% 오피스로 복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