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광이 광고인] 광고 대행사 생활 (CHICAGO)
내가 그동안 만나고 함께 일했던 광고인들의 종류 및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말 똑똑하고 부지런하면 무조건 성공한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 Ben Doessel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는 그를 2018년 Leo Burnett Chicago의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났다.
나는 그가 카피라이터라는 사실도 몰랐고 그의 직급도 몰랐다.
하지만, 뭔가 직감적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어 농담을 건넸다.
"안녕? 나 셸던이라고 해. 너 Big Bang Theory라고 미국 시트콤 봤어? 거기 주인공 이름이 Sheldon이거든. 거기 주인공이 엄청나게 똑똑한 물리학자이고 백인이라서, 백인 코스프레 하려고 Sheldon이라고 이름 정했어. 나도 내가 바보 같다고 생각해 ㅋㅋㅋ 만나서 반가워. 난 셸던이라고 해."
벤은 그런 내가 웃겼는지, 내 농담에 호탕하게 반응하며 말했다.
"ㅋㅋ어ㅋㅋ난 Ben이라고 해. 나도 그거 봤는데, 너 엄청 백인 같다ㅋㅋ 어느 팀에 있어?"
"나는 Allstate 보험 광고 팀에 있어. 노잼이야. 좀 재밌는 거 하고 싶어 미치겠다... 규"
"그래? 우리 팀에 카피라이터가 있는데, 잘하는 애는 아닌데 아트 디렉터 파트너 찾고 있어. 너 추천해 줄까?"
"어 레알? 어, 완전 좋지. 친하게 지내자. 내 포폴 너 이메일로 보낼게. 개땡큐!"
"노 프로블럼. 응, 내가 우리 ECD한테 잘 말해줄게. 나는 헝그리 한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고 싶어. 네가 그래 보여."
"대박! 어, 나 완전 좋은 광고 만들고 싶어. 밤새도 되니까 광고에 미친 애들이랑 일하고 싶어. 고마워!"
그 후, 나는 벤의 포트폴리오를 봤고, 당시 벤은 9년 차 Senior Copywriter였다. 나는 당시 2년 차 Junior Art Director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 7년 차 Senior Copywriter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정말 운 좋게도 대행사에서 제일 좋은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렇게 부지런하고 똑똑한 벤은 2022년 칸느 광고제에서 그랑 프리를 받았다. 결국에, 모든 실마리가 풀렸다. 세상 모든 일에는 부지런하고 똑똑하다면 업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거 말이다. 물론, 그런 그의 옆에는 그의 든든한 파트너 James Lee가 있었다. 그 또한 벤과 마찬가지로 Senior Art Director였으며, 엄청난 아트 디렉터였다. 내가 벤에게서 카피라이팅 및 컨셉을 배웠다면, 나는 제임스에게서 아트 디렉션을 배웠다.
나는 그의 포토샵 파일을 받아서 공부했다. 어떻게 그림자를 넣었는지, 어떻게 레이 아웃을 했는지, 어떤 이미지를 써야지 어떤 무드를 낼 수 있는지, 어떤 칼라를 사용해야 하는지 등등. 정말 아트디렉션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공부를 배웠다.
그런 그들이 2022년 칸느 광고제에서 그랑 프리를 받은 것은 절대로 놀랍지 않았다.
왜 이제서야 받았는지, 의아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똑똑하고 부지런하면 업계 최고가 된다는 것을 그들을 통해 배웠다.
아주 똑똑하지만 게으르면 정말 아쉽다
이 유형의 광고인은 정말 아쉽다.
정말 똑똑한데 게으르기 때문에, 작업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벤이 나에게 소개해 준 내 카피라이터 파트너 앤쏘니를 우리는 Smoothony라고 불렀다. 어찌나 스무드- 하게 째는지, 5PM이 되기 5분 전에 칼퇴를 한다. 그가 퇴근을 했는지, 출근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수준의 부드러움을 보여준다. 맥심 커피 믹스가 부드럽다고 광고한다면, 우리 스무쏘니에게 부드러움에 대해서 다시 배워야 한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광고 명문, Goodby Silverstein에서 광고를 시작했다. 굿비에서 시작했으니, 정말 광고를 잘 배웠다고 추측하기 싶다. 실제로, 그는 굿비에서 꽤 훌륭한 광고인들과 광고를 만들고 좋은 영향을 받았었다. 하지만, 경력 7년 차 스무쏘니는 어떻게 광고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게으르게 일하면서 큰돈을 벌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나의 일은 그런 그를 다스리고, 타일러서, 그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일이었다.
그런 스무쏘니는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그리고, 나는 와이든 케네디 및 72andSunny 등에서 만든 최고의 광고 덱을 공유해 주곤 했다. 그런 그가 나에게 고마운 친구라고 보답하겠다며 고급 정보를 줬었는데, 그게 바로 Gamestop 이었다. 기억하나?
"친구 잘 지내나?"
"뭐 주식하고 있지. 아주 짭짤해."
"그래? 어디 좋은 거 하나 있음 공유해 줘"
"아... 이건 진짜 네가 내 좋은 친구니까 주는 건데, GME (Gamestop) 살 수 있는 만큼 사. 부자 될 거야."
"어 레알? 네가 말한 거면 사야겠네? 오케이 살게."
그리고, 당시 게임스톱 주가가 $4 정도였는데, 한 200만 원어치 정도 샀던 것 같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어느 날, 갑자기 $65로 치솟았다.
나는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고, 최고가를 찍었을 때 전부다 팔아버리고 현금화 시켜버렸다.
스무쏘니에게 유일하게 감사한 순간이었다.
나는 막 큰돈을 벌려는 욕심은 없는 사람이라서, 그 뒤로 주식은 안 한다.
사실 그 뒤에, Dogecoin으로 약간 재미를 보긴 했지만, 주식 및 코인은 너무 도박 같아서 멀리하기로 했다.
아무튼, 아주 똑똑하고 게으르면 아쉽지만 돈은 잘 번다... (이상하게도)
멍청하고 게으르면 정말 답답하다
또 다른 내 이전 카피라이터 파트너는 인도인이었던 Soham Chatterjee였다.
그는 나와 같은 학교인 Miami Ad School를 나보다 3년 전에 졸업했었다. 학교 다닐 당시, 세계에서 가장 상을 많이 받은 학생이었다. 외국인이었던 그는 리오 버넷에서 비자를 스폰서 받고 취직을 했다. 그리고, 파트너를 정말 잘 만나서 1,2년 차 때 칸느 광고제에서 무수히 많은 상을 받았다.
에이전시에서는 나의 에너지와 열정으로 그를 교화(?) 시키기를 원했으며, 나는 그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농구를 같이 하게 하여 살을 빼게 만드는 것이 작전이었다. 하지만, 이 뚱돼지는 농구 20분 하고 헉헉거리고 나에게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꼬셨다. 그런 그를 다루는 나만의 방법이 있었다.
"20분 빡세게 농구 하고 베이비 립 먹으면 안 될까? 나 움직이면 너무 힘들어서 죽을 거 같아."
"응. 네 와이프한테 문자할게."
"오 노노노노. 아니 그냥 할게. 말하지 마 제발...ㅠㅠ"
인도인들은 정말 웃기다. 정말 웃기게도, 인도인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껌뻑 죽는다. 마치 한국인처럼 말이다. 그만큼 자기 와이프 말이라면 잘 듣고, 관계를 잘 유지하는 똥강아지 같다.
그런 그는 결국에는 Meta로 이직했다. 아니... 사실, 리오 버넷에서 잘렸다. 그런 그는 메타에서 ACD로써 연봉 2억 + Stock까지 해서 대략 3억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다. 나는 이제 그가 먹자고 하는 스테이크 문자에 더 이상 답장하지 않는다.
멍청하고 부지런한 광고인은 안쓰럽다.
멍청하고 부지런한 카피라이터 파트너였던 Nikita Sokolov 및 Federico Rusconi가 있다.
니키타는 내가 Miami Ad School에 다니던 때에 만난 러시아인 카피라이터였다. 그는 정말 열정이 많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학교에 와서 밤 11시까지 학교에서 광고 공부를 하는 정말 지독하게도 부지런한 친구였다. 나는 당연히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그와 함께라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내 미국 생활 첫 번째 카피라이터 파트너였던 그는 나에게 아주 큰 교훈을 줬다. 부지런하더라도, 멍청하고 재능이 없으면 단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진리를 말이다.
나와 니키타는 R/GA에서 같이 인턴십을 했었는데, 정말 형편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나는 그의 카피를 볼 때마다 실망의 연속이었고, 내가 카피에 피드백을 늘 줘야 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프레젠테이션 실력 또한 너무나도 형편없어서 같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부끄럽고 민망할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카피라이터를 찾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만난 다른 녀석은 카피라이터인 Federico였다.
나는 페데리코를 니키타에게 소개해 줬다. 단순히, 둘 다 멍청하고 부지런하기 때문에 시너지를 내기를 바랐다. 내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왜냐하면, 둘 다 멍청하고 부지런해서 그런지 서로 자기가 맞다고 우기기 일 수였기 때문이다.
페데리코 "너 카피 좋은데, 이렇게 바꾸면 어때? 너 문법이 틀린 거 같아."
니키타 "?? 내 생각에는 니 문법이 틀린 거 같은데? 너 카피도 문법 틀렸어. 사전 볼래?"
페데리코 "뭐래? 나 미국인 친구한테 보여준 거거든? 걔가 맞는다고 했거든?"
니키타 "후... 그러면 그냥 수업에 가져가서 선생님한테 물어보자"
페데리코 "아니? 우리가 우선 정해서 올바른 걸로 가져가는 게 좋지 않을까?"
셸던 "야 닥치고, 그냥 둘 다 가져가. 그만 싸우고. 정말 짜증 나니까 지금. 오케이?"
니키타 & 페데리코 "그래... 셸던 말 듣자. ㅇㅋ?"
멍청하고 부지런한 카피라이터 2명이 있으면 망한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니키타와 R/GA에서의 인턴십 이후에 페데리코와 함께 독일에 있는 Service Plan에서 인턴십을 했다. 그 후, 그는 이탈리아에 있는 People, Idea & Culture라는 광고 대행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자신의 가족 비즈니스를 이어받고 광고를 그만두었다.
아? 니키타는 뭐 하냐고?
니키타는 그 후로도 내가 일하던 리오 버넷 및 오길비에 추천을 했지만, 인터뷰까지 보게 해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늘 인터뷰 후에 대행사에서 나에게 한 말은 똑같았다... "He's too bad for you." 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렇게 나는 지금까지도 니키타를 대행사로 취직시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