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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ldon Aug 11. 2021

경쟁피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유형

[미취광이 광고인] 광고 대행사 생활 (CHICAGO)


Pitch 


Pitch (피치)는 영화나 티비 시리즈 제작을 위한 아이디어 프레젠테이션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경쟁피티 혹은 비딩이라는 말로도 쓰이고, 보통은 '피치'라고 부르는 게 맞다. 즉, 광고 제작 아이디어를 팔기 위한 문서로서, 필름 스토리 보드, 인쇄 광고 등 광고제작물을 클라이언트에게 발표하는 것을 뜻한다.



광고대행사 급구 - 1년 예산 1000억



보통 피치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Fruit of the Loom이라는 속옷 회사가 새로운 광고 대행사를 찾는다. 마케팅 예산은 1년에 1000억 원으로 미국 내 TV 광고 및 디지털 광고로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면, 3-5 곳의 광고 대행사가 피치를 준비한다. 대부분의 경우, 광고 대행사 내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 


Account Executive(기획)이 Strategy(전략)에게 브리프를 전달한다.

전략은 Creative Director와 재가공한 브리프를 제작팀에게 나눠준다.

제작팀은 콘셉트/아이디어를 창작하고 클라이언트에게 광고를 판다.


그래서 오늘은 미국 광고 제작팀이 Pitch 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항상 답답해한다. 실화다. (코로나 이전 촬영, 실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전사다.
아이디어를 방어하고 팔기 위해 항상 찌푸린 얼굴로 싸우니까.



대부분의 경우, 피치는 즐겁지 않다. 사람들의 찌푸린 얼굴을 볼 기회가 잦아지기 때문이다.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해야 하며 평소보다 더 신선해야 하기 때문에 답답하다. 새로운 비주얼을 찾기 위해서, 새로운 카피를 찾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을 찾기 위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문화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광고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아이디어를 던지고, 논쟁하고, 때론 싸우기도 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싸우는 법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아이디어를 팔기 위해서 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싸우는데, 그 유형을 나누자면 다음과 같다. 본인은 정말 많고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다양한 산업군의 피치에 실패 해봤다. 마치 용병처럼... 



Trashtalk 유형


상대의 아이디어를 비하하고,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들어 깎아내리는 유형. 대체로, 백인 남성인 경우가 대다수였으며, 보통 "huge asshole"이라고 불리고, 꼭 대행사마다 한 명씩은 있다. 안타깝게도, 직책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상인 경우가 많아서 더 짜증 난다. 이런 유형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내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진 몰라도, 실상 피치에서 승리하는 빈도수가 압도적으로 낮았다. 잦은 피치로 몸도 상하고 마음도 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볶음밥 유형


달달 볶는다, 볶아. 압도적 숫자의 미팅 그리고 미팅. 회의가 정말 잦고 푸시를 많이 하는 유형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다. 데드라인은 항상 오늘 밤 아니면 내일 아침인 경우가 많다. 이 살인적인 스케줄과 높은 크리에이티브 기대치는 도무지 시간 내에 가능할 수가 없다. 벼랑 끝까지 내몰고, 자극을 하는 스타일이라 제작물의 퀄리티는 슬프게도(?) 높게 나온다. 정말 하나하나, 모든 디테일을 신경 쓰고 다듬기 때문에 한 장, 한 장 아름답게 레이아웃 되어 있다. 엄청난 워커홀릭이며, 뛰어난 시각적 의존성을 가진 유형이 많아 대부분의 경우 아트 디렉터 기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서 보인다. 크래프트에 기반한 아름다운 피치를 하는 그들은 높은 승률로 피치를 이긴다.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를 시각적으로 놀라게 하고, 사고 싶게끔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슬라이드 한 장, 한 장, 디자인되어서 잡지 같다. 마치, 비싼 명품을 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게 이들, 볶음밥 유형의 명확한 스타일이다. 


독불장군 유형


소통을 거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일하고 있다. 뭐든지 자기 뭣대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유형인데 같이 일해보면 정말 답답해서 다신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유형이다. 보통 40대 백인 남성 듀오인 경우가 많으며, 그들만의 콘셉트와 아이디어 및 스타일로 가득 차서,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마음대로 하는 유형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듣지 않기 때문에, 함께 일하기 힘들고 정말 많은 경우 피치에서 실패한다. 다행히도, 큰 결정들을 스스로 내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각을 덜(?) 해도 되는 이점이 있을 수 있으나... 그들의 콘셉트 및 아이디어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큰 이득도 없는 유형이다.


성모 마리아 유형



평화. 사랑. 이해. 협동. 이 모두의 대명사가 있다면, 성모 마리아 유형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다. 이들은 철저히 본인들의 뛰어난 실력에 의존하며, 사람들을 사랑과 이해로 이끄는 부류다. 보통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서 이런 성향이 아주 강하게 보인다. 그들은 싸우지 않는다. 풍부한 감수성과 냉철한 이성으로 거의 모든 광고계의 고통을 번뇌한 듯한 그들의 태도는 정말이지 경이롭다. 광고물의 콘셉트 또한 명확하고 뛰어나며, 제작물의 방향도 아름답게 잡기 때문에 피치에서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즉, 일을 정말 잘하는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혹은 게이/레즈비언이 많은 것 같다. 같이 일하기 정말 쉽고, 감정적으로 서포트를 하는 스타일이라 팀 자체도 평화롭고 협동과 이해가 넘치는 분위기다. 드라마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재미(?)는 덜해도 상당히 꾸준하고 유연한 광고물로 피치를 이길 확률이 높다.



어나더 레벨 유형



와. 이거 어떻게 이렇게 생각했지? 감탄. 경이. 창의력 폭발. 존잼. 미쳤... 유형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다. 정말 뛰어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앞세워, 기존의 전략조차 바꿔 버리는 넘사벽 실력의 소유자들이다. 사람들과 협동심도 뛰어나고, ego가 적어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서 유연하다. 40대 초중반 조용한 백인 남성 듀오들을 생각하면 편한데, 아주 친절하고 쓸데없는 말들을 거의 하지 않는 부류다. 일과 관계된 말만 하고, 아주 프로페셔널하고 매니지먼트조차 뛰어나다. 많은 경우, 이 유형의 사람들이 향후 CCO의 자리에 가게 되는 것 같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뛰어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은 가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유형은 심지어, 자신들이 일하고 싶은 클라이언트를 골라서 피치를 한다. 스스로 대행사를 차리고도 남을 실력의 어나더 레벨 유형이라 엄청난 피치 성공률과 더불어 대행사에 부와 명성을 가져다준다. 



우리가 사랑해서 하는 일이 아니면, 굳이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어나더 레벨 유형이 가장 나은(?) 리더 유형이자 사람들에게서 존경을 받는 스타일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탄. 경이. 창의력 폭발이 필요한데, 이게 되려나 모르겠다. (중략) 얼마 전에, 오길비 뉴욕의 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한 말이 있다. "광고인이 단순히 월급만 받아가는 게 일이라면, 더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수많은 일들이 밖에 있다." 그래서, 광고인들은 저렇게 미친 듯이 피치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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