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절은 절 중에 최고봉으로서 상대방을 극 존중하기 위해 행하는 행위로, 절 중에 가장 큰 절의 위력을 지닌다는 전설의 절이다. 여기서 '그랜'은 영어 단어 'Grand'에서 따온 말로 해석하면 문맥상 '장대한', '웅장한' 절이다. 요즘엔 명절에 큰절을 올리는 대신에 그랜절을 올리며 세배를 드린다고 한다. 이제는 두둑한 세뱃돈을 받기 위한 진입장벽이 생긴 것이다.
[그랜절] 유병재 인스타그램
사실 그랜절은 요가에서 모든 자세의 왕이라고 불리는 살람바 시르사아사나(Salamba sirsasana)라고 불리는 머리 서기 자세이다. 물구나무서기와 유사한 듯 보이지만 팔꿈치로 몸을 단단하게 지지한 후 몸이 흔들리지 않게 균형을 잡아 서서히 몸을 일자로 만들어야 하는 굉장히 난이도 높은 자세이다. 코어 힘은 물론 균형감각과 고도의 집중력까지 요구하는 이 자세는 많은 요린이들의 최종 목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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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서기 자세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무릎을 꿇고 앉는다.
2) 깍지 낀 두 손과 팔꿈치를 바닥에 대어 삼각형 모양으로 지지대를 만들어준다.
3) 머리를 받쳐준다.
4) 허리를 세우고 다리를 쭉 펴준 후 머리 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5)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발이 떨어지는 순간이 오는데 이때 한 발씩 공중으로 들어 올린다.
6) 몸이 흔들리지 않게 코어에 집중하며 양발을 하늘로 쭉 뻗는다.
7) 다리와 척추를 꼿꼿하게 세워서 자세를 30초~ 1분 간 유지하며 머무른다.
어때요? 참 쉽죠?
실제로 해보면 알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조금만 연습해도 온몸에 땀이 뻘뻘 나면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다가 앞구르기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넘어져서 앞사람을 차거나 옆으로 넘어져서 옆사람을 찰 수도 있어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조심해야 한다. 또한, 어깨를 견고하게 잡지 않으면 목에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한 자세이다.
크로스핏에는 핸드 스탠드 푸시업이라는 동작이 있어서 크로스핏을 하는 동안에는 수시로 물구나무를 서고선채로 푸시업도 많이 했었어서 사실 머리 서기 정도는 가볍게 성공할 줄 알았다. 아무래도 크로스핏을 할 때는 발을 차올리듯 올리기만 하면 돼서 간단했는데, 요가에서는 차올리는 힘과 반동을 배제한 채 힘을 빼고 몸의 균형과 호흡에 집중하며 두 발을 올려야 해서 조금 어렵다.
벌써 세 번째 도전이었는데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계속 발을 걷어차는 버릇이 남아있고 어떻게 던 성공 하려고 몸에 힘이 가득 담아 마음만 급한 탓이다. 무릎까지는 잘 올리는데 마지막까지 차올리고 버티는 부분에서 흔들려서 실패한다.
몸의 힘을 빼고 욕심을 더 덜어내고 비워내려고 요가를 하는 건데 또 여기와서도 해내려고 아등바등하는 버릇을 못 버리고 앞구르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연습만이 살길이다. 늘 그렇듯 힘을 빼고 뭔가를 내려놓은 것은 참 어렵다. 아직 가지고 싶고 성취하고 싶은 게 많은 욕심쟁이의 삶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머리 서기 자세를 수월하게 하는 날에는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비워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내며 받은 스트레스와 무거운 짐을 모두 비우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길 기원하며 나마스떼로 마치도록 하겠다.
"나마스떼"
P.S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오늘부터 머리 서기를 연습해서 내년 설에는 부모님과 조부모님께 그랜절을 올리고 사랑을 독차지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