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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 Aug 26. 2021

풍선껌과 자기 효능감

난 할 수 있다는 믿음

6살 율이가 풍선껌을 사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단물을 빨아먹기 위해서.


일반껌보다 두께가 두툼하고 단맛이 많은 풍선껌은 단맛이 떨어지면 바로 쓰레기통 행이다. 그런데 얼마 전 풍선껌을 불고 있던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아이가 자기도 풍선이 불고 싶다고 했다.


우선 단물을 쭉 빼, 그리고 혀로 껌을 얇게 펴~, 그 다음 혀를 쭉 빼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바람을 훅~ 집어넣어. 이렇게!


그러자 율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라며 조심스럽게 풍성을 불어 보았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불어 보는 풍선이 한 번에 쉽게 될 리가 없다. 눈을 가운데로 몰아가며 몇 번 연습을 하더니 영상을 촬영해 달란다.

연습이 충분하지 않아서 풍성 불기가 됐다 안됐다를 반복하는 아이에게 벌써 촬영을 하냐고 물었지만 아이는 단호하게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동영상 촬영이 시작되자 유튜버가 된 것처럼 신이 나서 풍선 부는 법을 설명한다.  그리고는 배운 대로 껌을 입에 물고 정성껏 바람을 불어넣었지만 풍선은 납작한 상태로 입술 위를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실패가 계속됐다. 속상한 마음에 영상을 안 찍겠다는 말을 할 법도 한데 아이는 멈춰라는 말 대신 '잠깐만요! 다시 해볼게요~'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러더니 자기도 머쓱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연습이 좀 안돼서 그래요~






그리고 두세 번의 반복 후 멋지게 풍선을 성공했다.



잠깐만요 껌ㅡㅡ;;;



엄마, 아빠, 오빠도 쉽게 부는 풍선을 나만 못 불어. 난 모자란 아이인가 봐...라고 하는 수치심.

엄마가 열심히 가르쳐 줬는데도 계속 실패해. 난 엄마를 실망시켰어...라고 하는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율은 '난 연습이 부족해'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여러 번 더 반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성공했다. 난 율이의 그 말이 참 좋았다. 그리고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 앞에서 '내가 연습이 좀 부족했어'라고 말하는 것이 내게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죄책감을 잘 느낀다. 삶의 키워드가 죄책감이라고 할 만큼 타인의 감정이 모두 나와 연관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때론 삶이 피곤하다.


아들 박시가 엄마 밥은 맛이 없어!라고 얘기하면 '칫, 먹지 마!' 또는 '시켜 먹을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난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를 해주지 못하는 부족한 엄마야.'라는 수치심과 '이렇게 매번 외식을 하니까 아이들이 말랐나 봐.' 하는 죄책감까지 느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말이 자동적으로 떠오를 때면 율이의 단단하고 낭랑한 목소리도 함께 들린다.




난 요리 연습이 좀 부족했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일을 하느라 요리하는 시간이 부족했고 그래서 요리 연습을 많이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만약 박시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난 내 요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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