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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 May 14. 2021

삶의 난장판에서...

책임의 무게

아이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길래 물감과 종이를 꺼내 줬다. 


'한동안 조용하게 놀겠군.' 이란 생각을 하며 난 집안일을 시작했다.


한참 설거지를 하고 정리를 하며 조용하게 혼자 놀고 있는 아이가 대견해서




그림은 잘 되고 있어?



라고 물었는데 아이가 조용하다. 그래서 거실을 봤더니 종이가 아닌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악!!! 이게 모야!!! 안돼!!!! 난 몰라!!! 난장판이 됐어!  이걸 언제 치워.... '


아이용 물감이라 잘 닦이지도 않는다.


그림을 그리라고 준 종이는 구겨져서 잘 보이지도 않고...



'율이가 한 거니까 네가 치워.'


그러자 아이가 욕실에서 물뿌리개랑 칫솔을 들고 왔다. 그렇게 한참 동안 머리 한 번을 못 들고 칫솔질을 한다.


청소를 끝내고 한숨을 돌리는 아이에게 물었다




율아, 오늘 뭘 배웠니?




'다시는 바닥에 물감을 칠하지 말아야겠다, 청소는 힘들다'와 같은 답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엄마, 물감 지우는 법을 알았어,
칫솔로 하니까 잘 지워진다!

이제 바닥에 맘껏 그림을 그려도 괜찮아!

지우는 방법을 아니까!




책임이 크니까 즐거움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힘을 키웠으니까 더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


난 책임이라는 무게가 부담돼서 많은 즐거움들을 놓치며 살았다. 즐거움을 놔버리니까 책임만 남아서 삶이 무거워지나 보다.



오늘, 아이가 칫솔을 들고 무거워진 내 마음에 칫솔질을 시작한다.




엄마, 하고 싶은 것 맘껏 해~
놀다가 치우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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