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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정희매 Jun 02. 2020

연습문제_내 용돈을 알리지 말라!

조금은 금전적 숨통을 틔우고 싶은 분들께

A와 딸기 라테를 먹고 난 이후 우리는 일주일에 1번씩은 같이 모여 회의하고 업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즘 코로나 19로 인해 전시회나 세미나 등 1년을 계획했던 마케팅/홍보 업무가 모두 무산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비대면 세미나나 홍보방안을 마련하느라 또 다른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참고로 A와 저는 각각 다른 본부의 마케팅팀에 있습니다. 상품은 다르지만 마케팅이라는 공통된 일을 하고 있지요. 불과 작년에만 해도 마케팅팀에는 1년에 국내, 해외 전시회에 최소 2개에서 5-6개씩을 참가하였고 그 외에도 세미나, 로드쇼 등의 행사가 즐비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된 요즘은 대부분의 행사를 중지되면서 서서히 웨비나*로 대체하거나 SNS를 통한 홍보방법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던 contact 시대에서 uncontact 시대로 전환하는 시점을 맞은 것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가면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자리를 잡겠지요. 하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uncontact의 장점과 편리성을 실감한 분야가 있다면 소비자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종종 화상회의,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을 이용하게 될지 모릅니다.

웨비나: 웹(Web)과 세미나(seminar)의 합성어로 웹 사이트에서 행해지는 실시간 혹은 녹화의 양방향 멀티미디어 프레젠테이션을 지칭함


회의를 마치고 머리를 식힐 겸 휴게실에 들른 우리는 다시 육아휴직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A: 매니저님, 육아휴직 때 남편분께 용돈 받아서 쓰셨어요?


Ally: 글세요. 생활비는 받아 썼지만, 제 용돈을 받아쓰지는 않았어요. 저는 남편이 생활비 통장으로 월급을 보내주면 그것으로 장을 보거나 아이들 관련 비용을 쓰고 제 용돈은 별도로 사용했어요. 육아휴직 수당에서 제 보험금이나 헬스장 비용 혹은 친구들과 식사/차 마시는 비용 등을 충당했어요.


A: 육아휴직하면 소득이 거의 없는데 카드를 굳이 제 걸로 쓰는 것보다는 남편 카드로 몰아서 주는 게 좋잖아요? 연말정산을 위해서 말이에요.


Ally: 네 그렇긴 하죠. 그렇지만 마트에서 장보는 비용이랑 아이들 교육비 등만 해도 충분히 남편 카드공제 한도는 채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연봉의 25% 사용금액 이후로 카드/현금 공제가 적용이 되니 연봉이 40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1000만 원 이상부터 해당되잖아요. 그리고 7000만 원 이하 소득자는 300만 원 공제한도가 있으니, 1000만 원은 신용카드로(공제율 15%), 1000만 원은 현금이나 체크카드(공제율 30%)로 사용해서 총 2000만 원 정도를 사용하면 남편 카드/현금 공제한도는 다 채우는 샘입니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공제율이 40%이니 이보다 더 적게 사용해도 가능하겠지요. 코로나 19로 인해 요즘 공제혜택이 더 늘어나긴 했지만 일반적인 경우 가계의 생활비를 계산해보시고 배우자의 일정 금액이 공제금액을 충당한다면 굳이 제 용돈까지 다 묶어서 남편 카드를 사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A: 아하~ 그런가요?


Ally: 저도 첫 육아휴직 때는 한쪽으로 몰아서 쓴다고 아예 남편 카드만 사용했어요. 그런데 친구와 차 한잔 마실 때마다 남편에게 문자가 가니, 여간 불편하고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더라고요.


A: 남편이 뭐라고 하셨어요?


Ally: 남편도 제 자율성을 주기 위해 궁금해도 참았겠지요. 그렇지만 가끔씩 "요즘 친구들 자주 만나더라", "오늘은 모 먹었어?", "커피가 모 그리 비싸?" 이런 질문을 하면 좀 불편했어요. 그리고 물어보지 않는 날도 왠지 궁금한데 참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불편했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번 돈으로 당당히 내 커피 한잔은 사마셨는데 이것마저 배우자 눈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존심이 너무 상했어요.


A: 아~ 저도 남편이 제 카드내역서를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물으면 너무 싫을 것 같아요.


Ally: 맞아요. 그래서 저도 두 번째 휴직 때는 아예 제 용돈은 휴직 수당 금액에서만 충당하고 이 금액은 제 카드에서 나가는 것으로 했어요. 적은 금액이지만 저도 휴직수당을 받는 것이니 조금은 현금과 카드를 제 이름으로 사용해 주어야 다음 연말정산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A: 아~ 육아휴직 마치고도 연말정산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요?


Ally: 네 아주 적지만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 많은 커플들이 일정 부분은 각자의 수입 내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사용하는 범위가 있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해도 친구와 차 한잔 하거나 식사 한두 번 할 정도의 경제적 자유도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도 그 정도 운신의 폭은 남겨두어야 남편과 제가 서로 편할 것 같아요. 공통비가 아닌 개인적인 용돈을 사용할 때마다 제게 문자가 온다면 그것 역시 제가 업무 하면서 은근히 신경 쓰게 될 것 같고, 남편 역시 저처럼 괜히 눈치가 보이는 느낌을 받겠지요.

 

A: 저도 매니저님처럼 육아 휴직하면 용돈은 제 카드로 쓸래요. 그런데 육아휴직 수당에서 충당하는 것으로 가능할까요? 이보다 많이 들지는 않겠지요?


Ally: 용돈의 범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딱 보험료(20), 핸드폰비(8), 헬스장비(10), 친구들 만날 때 사용하는 비용(5-10) 정도만 제 용돈의 범위로 사용했기 때문에 50만 원을 넘지 않았어요.


만약 본인이 생각하는 용돈의 범위가 육아휴직 수당보다 크다면 별도의 비상금?을 마련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 친구는 매달 회사에서 30만 원가량의 금액이 복지카드로 들어오는데, 육아휴직 1년 전부터 그 복지카드를 쓰지 않고 모아두었데요. 그리고 육아휴직했을 때 360만 원이 되는 묵직한 복직 카드를 남편 눈치 보지 않고 유용하게 사용했다고 해요.

   

A: 우와~ 360만 원의 비상금이라니 어마어마하네요. 우리 회사에는 복지카드가 있지만 그렇게 금액이 크지는 않잖아요. 아쉽지만 그거라도 모아놓긴 해야겠네요.

Ally: 네 그러니까요. 때로는 부부간에도 어느 정도는 uncontact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한 트렌드 전문가도 요즘 이런 uncontact의 생활이 '불편한 소통'보다는 '편리한 단절’을 꿈꾸는 현대인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고도 설명했어요. 저도 아예 contact을 하지 말자는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부분이 contact 되어 있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지요. 


A: 오~ 여기서도 uncontact가 나오네요!


Ally: 100을 contact 하고 있어서 불편한 것보다는 10~20 정도는 uncontact 한 상태로 편리한 것이 좋지 않을까요? 우리 삶이 모두 선으로만 되어있기보다는 어떤 부분은 점선도 필요한 것이지요.


한쪽이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분명 경제적인 이슈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의논하고 상의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아질 거예요. 저도 처음에는 생활비나 교육비, 여행 갈 때는 여행경비 등등 게다가 저는 휴직 중에 이사까지 하게 되어 목돈이 들어가고 남편과 상의할 일이 참 많았어요.


가계 재정 전반에 대해서 소통은 충분히 하되 일정 부분은 uncontact 상태로 남겨두는 것. 그게 제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상태인 것 같아요. 

A: 아~~ 매니저님, 저는 오늘도 한 수 배우고 가네요. 앞으로 제 용돈에 대해서도 슬슬 고민해 보아야겠어요.


Ally: 그래요. 우린 다음 SNS 미팅 때 만나요.


육아휴직하면서 내 용돈은 내 지갑에서 나가도록 살짝 숨통을 트이게 해 두는 것.

저는 첫 번째 휴직 때는 미처 못했다가 두 번째 휴직 때 실천하고 스스로 잘했다 생각한 일입니다.

처음 육아휴직을 준비하는 여러분들께는 저와 같은 시행착오가 없기를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혹시 여러분이 아닌 여러분의 배우자가 육아휴직을 쓰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행복한 여유는 남겨줄 수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용기를 가지고 육아휴직을 내신 혹은 내실 멋진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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