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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정희매 Nov 01. 2020

현명한 귀환

복직을 준비하는 분들께

복직 시점이 다가오면서 제게는 여러 가지 심정들이 번갈아 나타났습니다. 아이들과 애틋하게 보냈던 시간이 이제 마무리되는구나 싶은 아쉬움, 다시 회사라는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걱정과 기대, 아이들이 이제 나 없이 다시 학교와 유치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텐데 잘 지낼 수 있을지 싶은 걱정 등


저처럼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며 복직 날짜를 바라보고 있을 분들을 위하여 제가 두 차례에 걸쳐 느낀 복직 노하우를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휴직기간 다 쓸까? 남겨둘까?

직업에 따라 회사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인 직장인의 경우 육아휴직 기간으로 최대 1년 쓸 수 있습니다. 휴직원을 적을 때 이미 복직 예정 날짜를 정해두었겠지만 회사와 협의하여 복귀 일정은 조정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는 휴직기간을 남김없이 꽉 차게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요.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주어진 권리인 만큼 그 기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자녀를 위해 때론 부모 자신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남겨두는 것도 좋은 대비책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육아휴직 잔여기간을 2주에서 2달 정도를 남겨두면, 나중에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시기에 짧지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시기는 많은 직장 부모들이 아이의 적응을 위해서 염려하고 많이 신경 쓰는 때입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가 학교를 등하교를 잘하는지 노심초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2달 정도 아이와 함께 등학교를 도와주고 숙제와 학교생활 준비 등을 도와주면 아이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학교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육아휴직 기간을 모두 사용할지, 남겨둘지 여부는 회사/팀의 분위기, 업무공백, 인수인계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회사/팀의 분위기가 보수적이고 업무공백을 메꿔줄 팀원이 없거나 인수인계를 2차례 하기 어려운 경우는 당연히 1번 받은 육아휴직을 다 쓰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회사/팀의 분위기가 개방적이고 업무공백을 메꿔줄 팀원이 있거나 인수인계를 쉽게 할 수 있는 경우에는 복직 기간을 쪼개서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첫째 때는 1년을 꽉 채워서 다 사용했습니다. 그때는 휴직 시작 시점이나 복직 시기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주요 프로젝트를 끝내자마자 4월 중순에 덜컥 휴직을 내버렸습니다. 지나고 보니 좀 더 전략적으로 생각을 안 했을까 후회가 되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명색이 경영전략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업무 전략은 엄청 많이 짜 놓고 제 휴직 전략은 전무했지요. 


둘째 때는 조금 요령이 생겨서 1월 3일에 휴직을 시작하여 그다음 해 1월 2일에 복직하는 일정으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이렇게 휴직 일정을 잡아야 고과를 2년 치 날리는 경우가 안 생기더라고요. (참고로 저희 회사는 1~12월 기준으로 인사평가를 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휴직기간 동안 팀장님도 바뀌고 1월에 큰 전시회가 생겨서 준비기간을 확보하고자 12월 중순에 2주를 앞당겨 복귀하였습니다. 1월에 복직해서 전시회 준비를 하면 어차피 제가 맡게 될 업무를 일정에 쫓겨 일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 두고 싶었습니다. 남겨둔 2주가 무척 아깝게 여겨졌지만 둘째가 입학할 때 짧은 휴가처럼 이라도 사용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오히려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휴직 중 회사와의 연락, 해? 말어?

휴직 중에 회사와의 연락을 굳이 하고 싶은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인수인계도 잘하고 왔다면 회사에서 연락이 오는 일도 없을 테고요. 하지만 육아휴직 중에도 팀원분들과 최소한의 연락을 해 두는 것이 좋다는 점을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연락은 육아휴직 시작 후 2-4일이 지났을 무렵, 인수 인계자에게 하는 것입니다. 업무에 대해 궁금한 점이 없는지, 추가 도움이 필요한 점이 없는지 문자나 카톡으로 물어봅니다. 예의상 보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간혹 가다가 진짜 궁금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휴직자에게 연락하기도 힘들어 끙끙거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툴툴 다 털고 왔는데 휴직해서까지 다시 회사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인수 인계자가 내 업무를 받아서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과 불만이 없어야 팀 내에서도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인수 인계자가 과중해진 업무로 혹은 갑작스럽게 받게 된 업무로 인해 힘들어하며 부정적인 이야기를 회사 내에서 퍼트리고 다닌다면, 복직한 후의 나 자신뿐 아니라 앞으로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 하는 다음 차례의 누군가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당연한 권리지만 그래도 이를 가능케 승인해 준 승인자(팀장, 임원)와 인수 인계자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연락은 육아휴직 중반쯤 이르렀을 때, 친한 팀원이나 혹은 팀장님께 연락해 보는 것입니다. 회사에 별일이 없는지 동향도 여쭤보고, 팀에 변화나 이슈 등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 파악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분위기가 괜찮다면 장난스럽게 "제 자리가 안 빠졌는지 확인해보려고 연락드렸어요."라고 농담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해도 좋습니다. 저는 두 번째 휴직을 한 동안 회사가 이전도 하고 팀장님도 바뀌는 등 변화가 많이 있어서 중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동료들을 통해 들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완전히 회사와 단절을 하고 있다가 1년 뒤에 연락을 하게 되면 저도 몰랐던 변화에 당혹스러운 일들이 생길 수 있었겠지요. 그리고 팀장님과 연락을 한다면, "복귀 전에 한번 찾아뵙겠습니다."라는 예의 멘트를 꼭 남겨두세요. 아직까지도 일부 팀장님들은 '과연 육아휴직 후 돌아올까?', '아이도 둘이나 있는데 행여 그만두는 거 아냐?'라는 염려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실제로 육아휴직 후 그만두는 분들이 주위에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렇게 복귀 전에 찾아뵙는다는 인사는 걱정을 조금은 덜어내게 하고 업무에 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연락은 복귀 1~2주 전에 하는 것입니다. 이때는 상황이 가능하다면 직접 찾아가 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같이 식사라도 하고 오거나 차 마시는 시간 정도로 잠시 다녀오면 좋은데요, 이때는 구체적으로 복귀 후 맡게 될 업무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나누게 됩니다. 세부적으로 이야기 나누진 않더라도 주요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은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1년간 쉬고 오면 한 일주일 정도는 업무 적응 시간이 걸리는데 사전에 이렇게 잠시라도 복귀 후 맡게 될 내용에 대해 준비를 하면 복귀 후 적응 속도도 빨라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은연중에 업무의 우선순위가 머릿속에서 1차 정리가 되고 복직하자마자 그 우선순위별로 일을 처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복귀할 시점이 다가오면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때입니다. 두 번째 복직할 무렵 문뜩 제가 다시 돌아갈 적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감사한 마음으로 복잡한 생각들을 다잡으며 회사에서 다시금 열심히 일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전환하였지요. 제가 빨리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잘 지내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모쪼록 걱정은 조금이라도 줄이고 부드러운 복직 랜딩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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