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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정희매 Nov 01. 2020

아이와 나의 거리

아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픈 분들께

육아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전무가와 서적들이 있어서 이 글에서는 제가 감히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집안의 사정과 환경에 따라 육아방식은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제 방식을 권장할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지요.


그렇지만 육아휴직을 하면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회사를 다닐 때보다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그동안 못했던 일들도 시도해 봄직하여 몇 가지 제 사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이미 이보다 더 잘하고 계신 부모들이 많을 줄 알지만 저처럼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육아휴직 기간을 통해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 살펴보기

이미 내 아이의 성향과 관심사를 잘 파악하고 계신 부모들도 있겠지만 아직 모르는 분들이 계시다면 육아휴직 기간을 활용해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하면서 아이의 성향에 대해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육아휴직 전에 제가 확실히 둘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요리'였습니다. 그래서 육아휴직 동안 마트 요리 수업을 등록하고 거의 1년간 배우러 다녔습니다. 이런 문화센터 수업들은 몇 달 전에 신청을 받기 때문에 육아휴직 이전에 미리 신청해두어야 육아휴직 시작과 동시에 바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요리에 대한 제 생각은 명중했고 그래서 저나 아이나 너무 즐겁게 요리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외에는 특별히 아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몰라서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이것저것 아이에게 경험해보게 하고 그 반응을 물끄러미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림 그리기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켜보았습니다. 물감, 색연필, 크레파스 등으로 소재도 바꿔보고 색칠하기 책도 바꿔가며 제공해 보았습니다. 아직은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은 큰 흥미가 없고 특히 색칠하기는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반면 클레이 놀이는 아주 좋아했습니다. 클레이로 같이 놀아주면 30분에서 1시간 이상 몰입하여 신나게 놀았습니다.


다양한 책들을 읽어주면서도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나갔습니다. 첫째가 공룡 마니아였던 것과는 달리 둘째는 동물, 자연 관찰, 과학 분야에 흥미를 보였고 이런 책들을 골라서 읽어주면 내용도 곧잘 기억 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이솝우화나 옛날이야기 등에는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곤충에 점차 흥미를 보여 주말에는 가족 전체가 곤충을 볼 수 있는 작은 농장이나 과학관 등에 자주 찾아갔습니다.(안성에 위치한 '허브와 풍뎅이'이란 곳에 가장 많이 갔고, 과천 과학관도 종종 갔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아이의 성향은 파악할 수 있고 흥미 있는 거리들을 제공해 줄 수 있지만, 육아휴직 기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인 것 같습니다. 반드시 멀리 큰 돈을 들여 대단한 기회를 제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책들 속에서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접하도록 기회를 주고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흥미 있어하면 함께 좀 더 이야기 나누고 그 다음 연계된 것으로 이끌어 주는 것만으로도 부모와 아이와의 거리를 좁히고 그 사이에 단단한 어떤 끈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경우, 그동안 부실했던 학습에 집중하고자 아이에게 많은 공부 요소들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원도 보내고 숙제도 더 많이 시키고 영어책도 읽어주고 하면서 말입니다. 연히 아이의 학습도 중요하고 저도 늘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지만, 육아휴직 기간에는 학습보다는 '아이와 부모와의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에 무게를 두었음 합니다.    


부모가 원하는 것을 1개 요구하기에 앞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2-3개를 먼저 찾아주고 들어주세요. 서로가 좀 더 기쁘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릎에 안고 책 읽어주기

몇 살까지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줄 수 있을까요? 아마 길어야 7~8살일 것입니다. 6살만 되어도 아이가 무겁고 아이도 독립적으로 안는 것을 더 좋아해서 안고 책을 읽어주려고 하면 자꾸 옆으로 내려가 앉게 됩니다.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어주는 것도 중요하고 독립적으로 책을 읽게 되는 훈련도 필요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어떻게 책을 읽어주는지가 부모와 아이의 관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아이는 무조건 그리고 조금 큰 유치원 친구들도 되도록이면 부모가 안고 책을 읽어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30분을 읽더라도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주면 서로가 느끼는 유대감이 틀려집니다. 훨씬 질 높은 책 읽기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들을 수 있고 부모도 아이의 체온을 느끼며 한 번이라도 더 스킨십을 하며 책을 읽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책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단지 물리적으로 시선이 같다는 것 외에도 심리적으로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책을 읽는 동안 아이의 질문에 좀 더 귀 기울이게 되고 아이의 생각을 들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몸도 피곤하여 여유도 없어서 책을 읽어주는 둥 마는 둥 했다면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딱 1년만이라도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줘 보세요. '에이~ 책 읽은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안고 읽으나 그냥 읽으나 그게 그거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껴본 바로는 아이를 안고 읽는 것은 질 높은 책 읽기의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시도해 보세요.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어도 몇 번의 시도를 통해 익숙해지고 나면 아이가 자연스레 무릎에 와서 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을 들고 내 무릎으로 달려오는 아이를 기쁨으로 맞아주세요. "아! 아이와 내가 가까워졌구나!"라고 말입니다.


아이를 위한 기도

전 크리스천이지만 회사를 다닐 때는 아이를 위한 기도를 규칙적으로 하지 못했습니다. 아침에는 후다닥 준비하고 나가기 바빴고, 저녁에는 아이 재우다 같이 쓰러져 자버리기 일쑤였으니까요. 하지만 육아휴직을 한 기간 동안에는 아침시간도 여유가 있기에 자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짧게나마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종교를 가진 분이든 아니든 아이를 위한 기도를 해 볼 것을 추천해드리는데, 그 이유는 기도를 하는 동안에는 세상의 많은 욕심들을 내려놓고 보다 본질적인 것들을 향해 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부모는 오늘 우리 아이가 문제집을 많이 풀게 해달라거나, 책을 많이 읽고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얻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그 아이가 바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기도하고 삶의 지혜를 달라고 기도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 것에 감사하고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에 감사하게 됩니다.


기도를 하는 것은 잠시나마 세상소리에 팔랑거리던 귀를 닿게 하고 아이와 나와의 관계를 단단히 하는 어떤 힘이 있습니다.


기도가 어렵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노트에 본인이 바라는 부모의 모습을 글로 적어보세요. 저는 요즘 이렇게 매일 적고 있습니다.

[자비롭고 사랑이 있는 부보가 되게 해 주세요.]

아들 둘을 키우다 보니 욱하는 순간들이 하루에도 열두 번은 올라오는데요, 그래도 이렇게 글을 적고 시작한 날은 이상하게도 훨씬 제 감정을 컨트롤하기가 쉬워져요. 괜히 소리 지르고 나서 나중에 '내가 왜 그렇게 마녀처럼 굴었지?'라며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살펴보고, 무릎에 앉혀 책을 읽어주고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는 것.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작은 습관들 속에는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신기한 힘이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이런 행동들을 습관으로 만드신다면 복직 이후에도 큰 부담 없이 지속적으로 잘 이행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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