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육아휴직 시 재정적으로 힘든 가정과 무난하게 넘어가는 가정의 주요 원인에 대해서 설명드렸습니다.
오늘은 세 가지 원인 중 첫 번째였던자녀의 교육비가 큰 경우에 대해서 해결방안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서 휴게실 상담(1) 코너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자녀의 교육비가 기존에 커져 있는 경우는 다른 부분에서 줄일 방법을 찾기보다는 교육비 바로 그 차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방안입니다.
'이게 무슨 팁이야?' 이렇게 생각이 되실 수 있겠지만, 일부 교육비를 줄이고 즉, 학원/과외 등을 끊고 부모표 교육을 시작해 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모든 과목을 전부 바꾸라는 게 아니라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선에서 말입니다.
1. 부모표 교육의 장점
그럼 지금부터 제가 직접 겪으면서 느꼈던 부모표 교육의 장점을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첫째, 내 아이의 특성에 맞춤화된 교육이 가능합니다. 아이마다 학습 이해 능력, 과목 선호도, 기질 등이 다양한데 이러한 아이의 특성에 맞추어 가장 적합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습니다. 그룹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살려서 가르치기가 쉽지 않지요. 저는 제 아이에게 책 읽기, 수학을 가르치면서 책 읽기 관련 수업은 학습 이해 속도가 다소 느리지만 수학에 있어서는 이해가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좀 더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 되었고요. 아이의 성향이 호불호가 명확하고 긴 설명보다는 짧고 명료한 것을 좋아하고 잘 받아들이는 성격이라 설명을 할 때도 가급적 그러한 성향에 맞춰서 설명하고 당근과 채찍을 마련하였습니다. 부모라고 해서 바로 아이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최적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알아왔던 내 아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좀 더 세심하게 아이를 지켜보면서 차츰 최적의 방안을 터득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내 아이의 속도에 맞춤화된 교육이 가능합니다. 내 아이에게 맞춤화된 방식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진도가 유연하게 조절됩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아이를 지켜보면 연산은 잘하는데 서술형 문제를 못 푼다거나, 나눗셈은 자꾸 틀리는데 도형은 너무 잘한다거나 이런 차이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단원을 아이가 완벽히 이해했고 연산에서 실수가 거의 없게 되면 목표한 문제집을 다 안 풀었어도 그냥 스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단원은 한참을 배웠는데도 개념을 헷갈려하거나 연산 부분에서 실수가 자주 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하거나 2번째 문제집을 구매하여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더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내 아이가 무엇을 배우는지 관심을 가지고 일상생활에서도 확장이 가능합니다. 저는 신학기 교과서를 받으면 과목별 교과서 목차를 주욱 한번 훑어봅니다. 그리고 각 책마다 주요 내용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관련 책들을 찾아서 책 읽기를 합니다.
예를 들면, 3학년 과학 교과서에 식물을 한살이, 배추흰나비의 한살이, 사회 책에는 우리 동네 고장 이야기 등의 주제가 있으면 도서관에서 아이 수준에 맞는 관련 서적을 2-3개씩 골라서 함께 읽습니다. 교과서를 가지고 미리 예습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책들을 미리 읽어보면 수업시간에도 훨씬 흥미를 가질 수 있고 좀 더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수업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부모가 그 학기에 우리 아이가 각 과목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배우고 있는지 알면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자꾸 생깁니다. 당시 사회시간에 우리 고장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끔 지나다니던 주변 관공서, 문화재 등에 대해서도 한 번씩 더 설명해 줄 수 있었습니다.
(플러스알파: 상시적인 경우는 아니기 때문에 번호는 없앴어요.) 코로나 19와 같은 위기 상황 시에도 걱정이 조금 줄어듭니다. 육아휴직 이후에도 저희 집에서는 일부 영어, 수학, 독서를 부모표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어는 남편, 수학, 독서는 제가 맡아서 하고 있지요. 물론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것만큼 다양한 과목을 재미있게 배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일부 과목이라도 조금씩 집에서 꾸준히 아이와 학습을 하다 보니 학교나 학원을 갈 수 없는 이러한 팬데믹 상황이 와도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아이도 원래 집에서 부모와 하루에 1시간씩 함께 학습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지 부모가 내주는 숙제를 하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하는 모습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교와 학원이 문을 닫으니 내가 아이를 무엇인가를 가르쳐야만 하는 상황이 닥쳤다면 저도 너무 힘들고 아이도 힘들어했을 것예요. 하지만 한 과목씩 그리고 아주 조금씩 늘려 나갔고 이제는 서로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힘든 상황에서도 참 다행스럽고 감사하다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2. 부모표 교육을 시작하는 자세
처음에는 '내가 전문 강사도 아니고 우리 애를 내가 어떻게 가르쳐?', '아이랑 싸우기만 할걸'라고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용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시작해보세요. 원어민이 아니더라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거나 책을 읽어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영어책이 너무 부담된다면 한글책 읽고 독후감 쓰기로 시작해보세요.운동도 반드시 전문 강사에게 받는 축구, 태권도, 수영이 아니더라도 부모표 자전거 타기, 줄넘기, 요리 등으로 대체가 가능합니다.
부모표 교육이라는 것이 비전문적으로 들리고 효과도 의심스럽나요? 당연히 처음에는 전문 강사에 비해서 강의 스케줄이나 교재 등이 없고 무엇보다도 교수법(teaching method)도 몰라서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주 적은 분량만 우리아이와 무엇을 할지 고민해 보고 실천해보세요. 아이 수준에 맞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확인해 준다거나, 함께 줄넘기 30회 하고 들어오기, 30분 산책하기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참고로 저는 산책도 단순히 휴식을 취하거나 한가한 시간에 하는 시간 때우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산책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과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성인들이 매일 산책하는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부모와의 관계 형성은 물론 아이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쉬운 방법들로 하루를 부모표 공부를 시작하고 보면, '내일은 영어 DVD 30분 같이 보기 해볼까?' 이런 마음이 들 것입니다. 차츰차츰 부모표 교육의 범위를 넓혀보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세요.
오늘 아이와 다투고 내가 버럭 화만 냈다면,'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는지', '너무 재미없게 유도했는지', '당근은 없이 채찍만 주었는지' 생각해보고 내일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보아야 합니다.
안 하던 홈스쿨링을 하려면 하루에 단 1시간이라도 부모도 난처하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이의 수준을 엄청 높게 만들 거야', '학원에서 하는 진도만큼 내가 다 가르칠 거야' 하는 원대한 목표보다는'하루에 1시간 내가 가르치면서 학원비 10만 원 줄여보자' 이런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학원비로 안 쓴 10만 원은 흐지부지 없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항목으로 빼서 '여행경비'에 보태거나 일정 분량을 아이 이름으로 적금해 줄 수 있습니다. 물론 당장 생활비로 써야 하는 분은 통장에라도 스쳐 지나가는 항목에 남도록 '10만원-홈스쿨링비'로 입금했다가 흔적을 남기고 생활비로 사용하세요. 내가 홈스쿨링을 통해 힘은 들었지만 이 돈이 공중으로 흩어져버리는 게 아니라 소중히 사용되었음을 확인하면 좀 더 힘이 솟을 것입니다.
3. 교육비 월 70만 원 절감
육아휴직을 해서 소득이 줄었는데 기존 교육비를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두 손에 모두 움켜쥐고 있으면 육아휴직을 해서 얻게 되는 새로운 장점들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움켜쥐고 도저히 양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손을 펼쳐야 합니다.
제 경우도 첫 번째 육아휴직시에는 자녀가 1명이고 유아기 때라 크게 경제적 부담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저축할 돈이 거의 없을 뿐이지 생활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2번째 육아휴직 초기에는 첫째 아이에게 들어가는 교육비가 100만 원가량 되고 있어서 심적 부담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영어 30, 펜싱 25, 수영 15, 바이올린 16, 방과 후 교실 10 총 96만 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다 중요하고 당장 그만두면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어는 제 스스로도 워낙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과목이고 중간에 쉬면 진도가 끊길 것 같아 도저히 못 끊겠고, 펜싱도 장비 구입하는데 돈도 많이 투자한 데다가 이제 한창 대회에 나가고 있어서 열심히 시켜야 할 것 같았지요. (2학년때 전국대회에서 3등도 해서 바로 끊기 아쉬웠어요.) 수영은 기본적인 운동이라 꼭 시켜야 하고, 바이올린은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어야 하니까 초등학교 시절에 가르쳐야 하고, 방과 후 교실은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들(드론, 생명과학, 요리)로 구성되어 있고 비교적 가성비가 좋으니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뺄 수 있는 과목이 없었어요.
처음 1-2달은 기존 여유자금으로 그럭저럭 버텼어요. 그런데 3달째부터는 펑펑 마이너스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아이가 배우면서 그다지 즐거워하지 않았던 바이올린부터 그만두고, 그다음은 영어, 펜싱 순으로 그만두었습니다. 6개월 이후부터는 수영과 방과 후 교실만 하여 25만 원 이내로 교육비를 조절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학원을 줄인 만큼 홈스쿨링 시간을 늘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영어 DVD를 하루에 한 시간씩 보고, 저랑 영어책을 30분가량 읽었습니다.
영어 학원비 30만 원에 대해서 아이에게 "매일 1시간씩 영어 DVD 보고, 엄마랑 영어책 30분 읽기 하면 네 통장에 월 10만 원 적금해주겠다"라고 했더니 아이도 좋아하라며 찬성했어요. (저희 아이가 워낙 돈을 좋아해서 이런 게 잘 먹힙니다.) 그리고 남은 20만 원 중 10만 원은 제가 생활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10만 원은 엄마표 교육을 하는데 필요한 책이나 DVD를 구매하는 비용으로 사용했습니다. 이후 제 홈스쿨링 과목에는 보드게임도 있었기 때문에 보드게임을 사는 비용으로도 썼답니다. 30만 원이 워낙 큰돈이었던지라 이 돈을 안 쓰니 휴직기간에 적금도 하고, 책이나 교구도 오히려 많이 사줄 수 있었어요.
수학도 매일 일정 분량을 정해놓고 함께 공부했어요. 서술형이다 사고력 수학이다 하여 부모가 배우던 수학 (혹자는 산수)과는 너무 다르고 어려울 것 같지만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부모가 충분히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초4 수학도 가르치고 있는데 할만합니다.) 초3 때 배우눈 분수에서 진분수, 가분수 등 용어가 낯설고 가물가물 하다면 아이와 함께 개념 설명을 읽으면서 기억력을 되살리면 됩니다.
4. 돈 말고도 얻게 되는 것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부모표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내 아이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가장 맞춤화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치다 보니 수학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독해를 못해서 수학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연산은 어느 정도 곧잘 하는데 서술형 문제에서 문제의 뜻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수학 문제집 분량을 줄이고 독서, 즉 책 읽기를 시작하였습니다. 휴직 1년 동안 첫째 아이에게는 책 읽기에 전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주 1회는 반드시 도서관에 함께 가서 2시간씩 책 읽기를 했습니다. 도서관에 가지 않는 날들은 집에서 대여해 온 책들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6개월이 지나면서는 책을 읽는 분량도 어느 정도 늘어났고 점차 수학 서술형 문제도 이해하는 정도가 좋아졌어요. 과연 수학 학원에만 보냈거나 과외를 시켰다면 내 아이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수학은 잠시 내려놓고 독서에 치중하라는 조언을 어떤 선생님이 해줄 수 있었을까요? 아무도 그런 해답을 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부모는 학원강사에 비하면 전문적인 스킬과 지식은 떨어지지만, 내 아이만을 바라보면서 내 아이에게 최적화된 방법을 고민하고 그에 맞춰서 적용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그렇기 때문에 다소 전문성이 떨어지더라도 장점이 단점을 커버해서 오히려 강사보다도 더 효과적인 결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요.
1년이 지나서 돌이켜 보니, 영어학원을 안 가거나 펜싱이나 바이올린을 못해서 아쉽다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함께 도서관에서 지낸 추억입니다. 아이랑 많은 책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누고 또 어떤 책은 함께 읽으며 눈물도 흘렸어요. 읽기 실력이 부족했던 첫째는 1년 동안 저와 함께 많은 책을 읽으며 제법 글밥이 많은 책도 읽을 수 있는 실력이 되었고, 흥미 있는 책을 볼 때는 2시간이고 진득하게 앉아있는 엉덩이 무게도 키웠습니다.
처음에는 돈 좀 아껴보자는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한 것인데 좋은 추억이 생겨나고 자녀에게 부족했던 다른 부분이 서서히 채워지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경제적인 기쁨 외에도 그 이상의 가치와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영어학원 그만둘 때에도 주위에서 다들 '그래도 영어는 해야 한다'라고 말렸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제게 새로운 값진 것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학원 덜 보내고 함께 가르치며 함께 보내는 시간, 고작해야 1년입니다. 100세 인생으로 보면 딱 점처럼 보이는 짧은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여러분에게 주어진 육아휴직이라는 딱 정해진 기간만이라도 부모표 교육에 도전해보세요.
경제적인 부담감도 살짝 덜고, 아이와의 함께 하는 추억도 쌓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게에 가장 맞춤화된 교육을 해 볼 수 있는 부모표 교육이 여러분에게 보다 값진 가치를 선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