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교육비가 많이 드는 가정과 고정비가 많이 드는 가정에서 어떻게 육아휴직 기간을 보내면 좋을지 몇가지 실천팁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많은 맞벌이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기존적인 살림 씀씀이가 커진 가정'에 대해서 육아휴직 동안 취할 수 있는 몇가지 팁을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기본적인 씀씀이가 큰 가정의 경우, 노력만한다면 여러 방면에서 경제적인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나 혼자만 노력한다고 하기 보다는 가족이 함께 노력해 주어야 효과가 큰 부분입니다. 때문에 배우자 뿐 아니라 초등학교 이상 자녀가 있다면 함께 실천할 수 있도록 취지를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게 중요합니다.
1. 미니멀리즘, 지금이 딱이야
몇 년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을 하고 있는 미니멀리즘(minimalism).
원래 이 단어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시각 예술 분야에서 시작된 단어입니다. '최소의'라는 뜻의 '미니멀(minimal)'과 '주의'라는 뜻의 '이즘(ism)'을 결합한 단어로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 즉 본질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술계에 있어서 미니멀리즘의 대표주자라 불리우는 도널드 주드(Donald Judd)의 작품을 보면,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해 기하학적인 뼈대만을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의 미술작품이 주를 이룹니다.
도널드 주드의 작품
최근에는 예술계를 뛰어넘어 인테리어, 패션, 생활방식까지도 미니멀리즘을 접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자전거, 사무실에 이르기까니 공유경제에 대한 개념과 시장이 확대되면서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검색해 보면 정말 깔끔하고 모던한 깔끔한 집들의 이미지가 넘쳐납니다. 방마다 살림살이가 가득하고 옷장에는 여유가 없을 정도로 옷들이 빽빽한 내 집과는 정말 동떨어진 장면입니다.
육아휴직을 하고 소득이 줄어도 사고 싶은 것은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예전만큼 사고 싶은 것을 모두 구매하는 것이 부담되다보니 저는 스스로를 '미니멀리스트'는 아니더라도 자칭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더하기'를 하는 것은 자꾸 돈이 드는 일이지만 '빼기'를 하는 것은 제가 시간과 노력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기에 돈은 적고 시간이 늘어난 육아휴직 기간에 딱 적합한 일이라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꼼꼼하게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하게 없애나가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학교에서 배워본 적도 없고 부모님도 제게 가르쳐 준 적이 없었으니까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관련 책도 빌려보고 유투브도 찾아보며 하나 둘씩 몰랐던 방법들을 배워나갔습니다.
먼저 필요 없는 '과거의 물건'을 덜어내면서 그 물건과 함께 묶여있던 집착과 후회 등의 감정도 함께 비웁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쌓아둔 '미래에 필요할 것' 같은 물건도 함께 덜어냅니다. 그럼 남은 물건은 '현재 내게 필요한 물건'들이 됩니다. 지금 내게 필요로 하는 물건은 무엇이고 이것이 내게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보다 보면 여유를 가지고 현재를 즐기며 주위를 보살필 수 있게 됩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다보면 자연스레 씀씀이가 줄어들고 지출을 할때 여러번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내가 애써서 비워둔 공간을 다시 어떤 물건으로 채울 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여러차례 신중하게 생각하게 되니까요.
미니멀리즘에 대해 1도 몰랐던 제게 여러가지 배움을 준 유투버 두 분은 '라일락나무'와 '그래서젊다'입니다. 이 두분의 유투버가 미니멀라이프를 최고로 잘 알려주는 분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몇가지 영상들을 찾아보며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비슷하고 또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이 분들의 찾아보며 한두개씩을 배우고 배운 내용들을 실제 제 생활에서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리즘 등을 검색하시면 워낙 많은 유투버들이 있습니다. 나와 잘 맞는 혹은 내가 닮고 싶은 유투버를 구독하셔서 휴직기간 동안 틈틈히 배워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는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매일정리 1개/100일/100개 버리기"라는 밴드에도 가입해서 조금씩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밴드 이름 그대로 매일 1개 이상의 정리할 물건을 찾아 인증샷을 올리고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저도 틈틈히 이곳을 활용하여 인증샷을 올리고 있습니다. 모르는 멤버들이지만 함께 독려해주고 댓글도 달아주어 정리하는데 힘이 납니다.
특히 물건을 정리하면서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는 물건과 중고시장에 재판매할 물건을 나누어 구분합니다. 저는 중고제품은 집 근처에서 손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당근마켓(앱)을 이용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1만원 언저리에 판매되는 소소한 금액들이지만 이렇게 판매한 금액은 별도로 통장(가칭: 당근통장)에 모아두었습니다.
작년에도 물건을 판매한 금액으로 20만원 가량 모았고,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별도 통장에 중고로 판매 수익금을 모으고 있는데 이번 년도 목표액은 100만원 입니다. 나름 목돈이 된 이 금액은 연말에 의미있는 곳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1-2번 중고시장에 올렸지만 판매되지 않는 물건들은 다시 모아서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합니다. 19년도 육아휴직 기간동안 기증한 물품은 남편과 제 이름을 한 내역을 모두 합쳐서 약 62만원 가량 되었습니다. (기증은 제가 직접 했지만 19년도는 제가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남편과 나누어서 기부금 처리를 했습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며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다보면 일단 소비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덜어낸 그 자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새로운 물건을 들이지 않으니 자연스레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지요. 옷은 물론이고 자잘한 생활용품도 함부로 사거나 대량 구매해서 팬트리에 쌓아두지 않습니다. 공간은 넓어져서 좋고, 내가 그동안 그것을 지니고 있으므로 함께 가지고 있던 부담감, 관리의 수고로움 혹은 안 좋았던 기억들도 함께 내보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그 물건을 판매한 수익금도 발생했고, 나아가 육아휴직 기간동안 기증까지 하고 연말정산 혜택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번에 완벽한 미니멀라이프를 이루기는 힘든 일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40여년을 채우며 살아온 것이 온 몸에 베어있으니 단기간에 후딱 바꿀 수 있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1년이 넘은 지금도 집에 물건이 잔뜩 있으며 비움의 습관은 진행형입니다. 시간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비워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들의 영상을 보면 한결같이 장점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함으로써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즉,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본질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입니다. 물건이 줄어들수록 정리하고 치우고 찾는 시간이 줄어들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물건들만 남게 되고 가족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이 늘어나는 샘입니다.
2. 일년쯤은 짠돌이, 짠순이
미니멀라이프와도 연관되어 있지만 좀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짠돌이 카페에 가입해 보거나 절약 노하우가 담기 책들을 함께 보며 실천해 나가는 것입니다. 미니멀라이프가 비움을 실천하며 다소 우아하게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라면, 짠돌이 방법은 조금은 처절하게 혹은 적극적인 방법으로 돈을 통제하고 절약하는 방법입니다.
'육아휴직했다고 찌질하게 살거나 없어보이게 하는 것은 싫은데...'
'그동안 흥청망청은 아니여도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어느 정도 하면서 여유롭게 생활했는데...'
'육아휴직해서 즐겁게 지내보려고 했더니 결국 거지처럼 지내라는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으실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내 월급이 없어지고 육아휴직 급여로 대체되면서 수입이 반토막나는 상황에서 이렇게 적극적인 방법으로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실제로 몇달 버티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고 도전해볼만한 것은 이렇게 찌질해보이는 짠돌이 생활도 딱 1년,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라는 것도 아니고나에게는 돌아갈 회사가 있고 다시 예전처럼 수입이 정상적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누그러질 것입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1년만 내가 그동안 못해본 '재정 다이어트 프로젝트'에 참가한다는 미션과 사명감을 가지고 오히려 재미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출처 짠돌이카페 (https://cafe.naver.com/engmstudy)
많은 짠돌이 대표주자들이 이야기 하는 것은 가계부를 쓰라는 것입니다. 제가 두번째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는 가계부를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결혼한지 10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말이죠. 대략적인 수입, 지출을 가늠하며 간당간당하게 생활을 했습니다. 혹시 10-20만원 마이너스가 난다면 신용카드로 1달 대출을 받고 다음달에 다시 갚았습니다. 누군가 제게 한달 식비가 얼마나 드냐고 물어본다면 정확한 금액을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고 매달 가계부를 써나가면서 외식을 거의 하지 않은 달과 외식을 5회 이상 한 달의 식비가 어느정도 차이가 나는지, 우리 가계 소비에서 3번째로 많이 나가는 항목은 무엇인지 샅샅이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1-2달 정도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우리 가계의 상황이 어느정도 눈에 들어오자 그 다음에는 어디를 더 줄일 수 있는지 구멍 뚫린 항목들이 파악되었습니다. 훨씬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항목을 찾게 된 것이지요.
이런 짠돌이 관련 책들과 카페, 블로그, 유투브 등을 살펴보면, 가계부를 쓰면서 전반적인 가계의 재정을 파악하고 보험료, 통신비 줄이는 방법이나 적금/예금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 등 굴직하고 다양한 재태크 방법들이 정말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 휴지 아껴쓰는 법, 4인 가족 저녁 메뉴 1만원으로 차리는 법 등 재미있고 자잘한 생활 노하우들도 넘쳐납니다.
생활비 달력
방만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나 현금을 쓰라'는 이야기는 다들 많이 들어보셨겠지요? 이런 짠돌이 카페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생활비 달력을 쓰시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일별로 작은 포켓이 달린 생활비 달력에다 하루 사용할 금액을 (예를 들면 1만원짜리 1장) 꼽아두고 딱 그 금액에서만 장을 보고 소비하며 한달 한달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노하우들을 배우면서 저도 자연스레 외식보다는 집밥을 해먹고, 자동차를 타기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당연시 여기던 10만원 가량의 통신비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친구들과 커피숍에서 만나 수다 떨던 것도 집으로 초대해서 집 커피를 대접하는 등 생활 전반에 있어서 절약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육아휴직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 중에서 전반적인 생활비가 크게 잡혀 있고, 가계 지출 현황에서 3번째나 4번째로 큰 항목이 무엇인지 바로 답이 나오지 못하는 분이 계시다면 육아휴직을 시작하기 전부터 가계부를 먼저 작성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짠돌이들의 노하우를 하나 둘 배우는 연습을 해 나가길 바랍니다.
저는 미니멀라이프와 짠돌이 생활을 육아휴직 때만 하고 그 이후에는 예전처럼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복직을 한지 6개월이 다되어가는 지금 저는 아직도 미니멀라이프가 한창이고 짠돌이 생활에서 배운 생활팁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집밥을 먹으니 어떤 재료들로 요리가 되는지 훤히 보여 안심이 되고, 매일 조금씩 장을 보며 늘 신선한 재료들로 요리를 하니 건강한 음식이 되고,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많이 걸어서 운동도 되었습니다. 소비를 줄이고 절약하며 사는 것이 거지 생활처럼 찌질할 줄만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깔끔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계 씀씀이가 커져서 육아휴직이 고민되시는 분들 미니멀라이프와 짠돌이의 세계로 들어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