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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정희매 Apr 04. 2020

연습문제_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육아휴직

육아휴직을 마음 먹은 분들께

코로나 바이러스로 입학 시즌이 자꾸 연기되고 있는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학을 대비해서 육아휴직을 쓴 부모들도 있었을 텐데, 다들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아이들이나 부모들이나 첫 초등학교 입학식은 떨리고 기대되는 일인데, 한참 기대하고 있던 일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으니 이보다 맥 빠지는 일이 있을까요?


일부는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가고 집에서 머물게 되었으니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부모가 절실히 필요한 시간이라 ‘오히려 잘 되었다’ 생각하고 집에서 아이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도 계실 테고,

또 어떤 분들은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보내지만 ‘결국 입학하는 시점이 되었을 때 혹여나 회사에 복기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상적인 학사일정으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아직 장담하긴 힘들지만,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오늘 하루하루를 아이들과 소중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힘든 가운데서도 또 다른 감사와 고마운 시간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동안 여행이나 바깥활동들로 분주한 주말을 보냈는데, 꼼짝없이 집에서 대부분의 주말을 보내다 보니 가족끼리 이야기하거나 함께 그림 그리고 무엇인가를 하는 시간들이 늘어나서 한편으로는 뜻깊은 시간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하루에 한두 번은 저도 욱하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초등 입학을 위해 육아휴직을 쓰는 분들이 생각난 오늘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육아휴직을 했던 후배(B)와 대화를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나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작년 여름, 제 육아휴직 기간이 한창이었고 6개월의 육아휴직을 쓴 후배는 이미 회사에 복직해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점심시간 틈을 타 함께 식사도 하고 6개월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속사포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Ally: 지금 회사가 여직원이 훨씬 많은데 우리 회사보다 육아휴직 쓰기 좀 더 수월하지 않았어요? (참고로 저희 둘은 한때 같은 직장 동료였고, 제 후배는 여직원 비율이 높은 회사로 이직한 후였습니다. 지금 제 회사는 여직원이 10%가 안 되는 회사입니다.)


B: 주변에서 육아휴직 쓰는 직원이 많아서 확실히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적었어요. 

매니저님 첫 육아휴직 쓸 때는 정말 힘드셨잖아요.


Ally: 그렇지요. 그땐 정말 ‘주홍글씨’가 될 거 감수하고 쓰란 이야기까지 들었으니까요.

복귀했을 때도 은근한 업무 차별도 있었고요.



B: 저희는 그런 부담감은 없이 좀 더 편하게 쓰는 분위기예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육아휴직을 쓰는 직원들이 여럿이 있다 보니, 팀 내에 육아휴직자가 겹치게 되는 일이 생기는데 제가 딱 그랬어요.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니 팀의 업무 분배에도 영향이 컸거든요.


Ally: 그랬겠네요.

한 명 비우는 것도 팀에서는 업무 분배하고 복잡한 일인데 두 명이면 좀 더 심했겠어요.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면 그런 문제들도 많이 생기겠군요.

우리 회사는 워낙 수가 적어서 그런 경우는 아예 없었는데…


B: 네 맞아요. 과장님, 그런데 아이가 유아기 때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편이지만,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편해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저희 회사는 자녀 입학기에 남녀 불문하고 모든 직원들에게 총 4주간의 휴가를 주고 있거든요.


Ally: 4 주나요? 오 너무 좋은데요.


B: 네, 정말 좋은 정책이지요.

그렇지만 제게는 한 달이 너무 짧은 듯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둘째도 있어서 6개월 사용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팀장님이 상당히 당황스러워하셨어요.


Ally: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나 양육에서 좀 더 떨어져 있었던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초등학교 입학 초기에는 정말 챙겨줄 것도 많고 손이 많이 가는 시기인데 직접 안 해보신 분들은 실감을 못하시니까요.

저도 두 번째 육아휴직 때 아이가 5살이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주변 몇몇 분들이

5살이면 다 키웠는데 무슨 육아휴직을 쓰냐?

고 말씀하셔서

아직도 손이 많이 가고
함께 있어주면 좋을 나이입니다.

라고 말씀드렸거든요.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기간이 만 8세 (초2)인 것도 괜히 그렇게 정한 게 아닐 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답변드렸어요?

B: 초등학교 시기에도 1달 이상으로 아이 곁에서 돌봐줘야 좀 더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렇지만 팀 내에 육아휴직을 함께 쓰는 직원이 출산휴가와 연결해서 쓰는 분이다 보니 아무래도 제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Ally: 그랬겠네요. 진짜. 팀장님 입장에서는 아이가 어리고 당장 출산하는 쪽이 시급하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B: 그래서 결국은 중요한 업무들을 좀 더 처리하고 가는 것 등으로 조율하며 타협점을 찾았어요.


Ally: 다행이네요. 결국 잘 다녀와서 말이에요. 결과적으로 어땠어요?

그래도 약간의 저항들을 이겨내고 힘들게 낸 육아휴직을 잘 보낸 거 같아요?


B: 네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6개월은 너무 짧았던 거 같아요.

휴직기간에 적응하자마자 다시 복귀 준비하는 느낌이랄까요?


Ally: 그렇지요. 저도 1년이 후딱 지나가는데 6개월은 오죽했을까요?

그래도 만족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육아휴직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기를 출산휴가 직후부터 약 만 2세 전까지라고 한다면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시기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일 것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1년 중 6~10개월을 아이가 유아기 때 사용하고 나머지 기간을 남겨뒀다가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맞추어 사용하는 부모들도 종종 보게 됩니다. 혹은 부모 한쪽이 유아기를 담당하고 다른 한쪽이 입학시기에 쓰는 등 아이를 위해서 현명하고 똑똑하게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분들이 늘고 있어요.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들이 학교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초기 사회생활을 해나가는데 도움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이 시기에 육아휴직을 하여 아이를 좀 더 살펴주는 것은 매우 도움이 됩니다.


회사의 분위기만 허락한다면, 10개월 정도는 유아기 때 사용하고 2개월 정도는 아이의 입학시기에 사용하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저희 회사는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고 남성 직원이 많은 보수적인 성향의 회사라 한번 육아휴직을 승인받는 일이 제게나 팀에나 서로 부담이 많이 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2번으로 쪼개서 쓰겠다고 요청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지요. 팀장님과 직속 임원분께 말씀드리는 것도 어렵고 인수인계도 2번을 해야 하니까요.


차츰 우리 주변에서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부드럽고 넓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츰씩 주변 시선들이 고와지도록 만드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먼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전임자들의 태도입니다.


당연한 권리이지만 분명 내가 빠지면서 다른 팀원 누군가에게 내 업무가 분배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추가 업무를 받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불편하고 유쾌하지 않은 일이고요.


그래서 반드시 충분한 시간을 두고 팀 내에 업무 조정이 되도록 사전 공지를 해야 하고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에서도 잘 조율하여 다른 팀원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합니다.

인수인계 잘하는 법은 다음 휴게실 코너에서 또 나눠보겠습니다.


그럼, 여러분의 행복한 육아휴직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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