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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정희매 Mar 29. 2020

작심삼일 시간표라도 괜찮아!

육아휴직을 마음 먹은 분들께


‘초등학교 방학시간표도 아니고 시간표를 짜라고요?’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일주일치 한 달치 시간표를 짜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정말 초등학생처럼 동그란 원을 그려 시간표를 짜도 좋고, 간단하게 띠 그래프처럼 시간대를 적어서 주요할 일들을 주욱 적어 내려 가도 좋습니다.

아침에는 몇 시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무엇을 할지, 계획이 없다면 처음 육아 휴직하고 맞이하는 하루하루가 오히려 훵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물론 당분간은 계획 없이 지내는 것도 좋아요. 저도 한 2주 정도는 실컷 늦잠도 자고 무계획으로 지냈습니다. ‘알람을 끄고 살아본 게 얼마만인가’ 싶을 정도로 아침에 알람 없이 기상을 한다는 것이 정말 소중한 느낌이었으니까요. 저처럼 무계획 무 알람을 즐기고 싶은 분은 1-2주 즐겨보기를 강추합니다.

하지만 마냥 무계획으로 지내면 한 달도 안되어 ‘내가 과연 육아휴직을 잘 지내고 있는 것인가?의문과 함께 허무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과 회의가 몰려올 것입니다. 그런 시간들을 대비해서 시간표를 작성해 보길 권해드려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많은 분들이 육아 휴직할 때 나름의 테마를 정하고 시작합니다. 틈틈이 운동해야지, 책도 좀 읽어야지, 영어 공부도 해야지, 블로그 일상 기록도 잘해야지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호하게 마음을 먹고 시작한 일이라도 아침에 아이가 울고불고 청소하고 식사 준비하고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하루하루 그냥 지나가 버리게 됩니다.

며칠이 지나서 이루지 못한 계획들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이런 날들이 자꾸 반복되다 보면 괜히 자존감도 낮아지는 것 같은 이상한 우울한 느낌마저 느끼게 됩니다.

혹시 계획을 짜고 잘 지켜지지 않을까 봐 미리 걱정이 되시나요?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시간표를 짜 보면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작심삼일 시간표라고 무시하지 말고 3일 뒤에 다시 되돌아보고 지켜지지 못한 부분을 살펴보고 고쳐나가 보세요. 작심삼일, 작심삼일 그리고 작심삼일 이렇게 3일마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차츰 습관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행습인운(思行習人運)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과  인생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각자가 정한 육아휴직의 테마들이  지켜지도록 ‘계획을 세우고 지키자 생각을 바꾸고 계획표를 짰을 뿐인데, 이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1년이라는 시간이 여러분의 인생과 나아가 운명을 바꾸는 마중물 역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같이 시간표를 짜 볼까요?

매일 하는 일이 똑같이 반복된다면 시간표 하나여도 좋지만, 요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면 2-3개의 시간표를 짜거나 공통 시간표 하나에 스케줄러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공통된 시간표에 요일별로 다른 일정을 표기에 두었어요.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운동하는 것이나 둘째랑 배드타임스토리 시간을 같은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있고, 둘째랑 요리수업을 가는 날(월 3시), 첫째랑 도서관 가서 책을 보는 날(화, 목)처럼 요일마다 다른 일정이 있습니다.


빈 공백시간은 보통 자유시간으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아이들이 등원/등교한 시간에는 제가 만나고 싶은 지인들을 만나거나 책을 읽는 시간으로 활용하였고, 아이들이 집에 돌아온 이후는 산책을 하거나 근처 놀이터 등에 놀러 가는 일정으로 보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루 일정에 있어서 시간 분배가 아이와 나에게 적절하게 분배되었는지 너무 지나치게 쏠림 현상이 없는지 보아야 합니다. 육아휴직인데 아이를 위한 시간이 너무 적으면 문제가 되겠지요? 반대로 아이를 위해서만 온종일 시간을 바치다 보면 정작 부모가 기운이 빠지고 공허한 느낌이 들게 될 것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저자 신의진 박사(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신과학)는 저서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에서 아픈 아이들을 치유하기에 앞서 부모를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보다 부모에게 문제가 있을 확률이 80%를 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부모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해지면 아이와도 올바른 관계를 맺으며 서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도 이 내용에 100% 동의를 하는데요, 아무리 좋은 환경과 다양한 교구들을 아이한테 마련한다고 해도 곁에 있는 부모가 우울한 표정과 짜증 나는 목소리를 아이에게 자주 보인다면 당연히 좋은 육아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 시간을 짤 때는 아이와 부모가 적절하게 유익하고 보람된 시간을 보내는지, 서로의 휴식 시간이 최소한이라도 지켜지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아이에게 짜증 내는 표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모의 휴식 시간은 필수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절대로 무리한 일정을 짜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내가 쉴 수 있는 시간들을 꼭 넣어 놓으세요. 내가 충전하는 시간이 낮 시간대에 있어야 저녁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계획을 세우고 일주일을 지내보면 어딘가 수정이 필요한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너무 힘들었다면 빼야 하고 여유가 있었다면 다른 것을 집어넣을 수 도 있습니다. 조금씩 조절해가면서 계획을 수정하다 보면, 한 달 뒤에는 내게 최적화된 계획표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회사에서 스케줄러에 하루의 일과를 적고 체크해 나가듯, 집에서도 매일 체크리스트에 하루의 일과를 적어놓고 체크해보면서 지워보세요.


체크리스트에 들어가는 항목은 강아지 집 치우기, 어항 닦기, 화장실 청소 등 사사롭게 느껴지는 항목들도 모두 적어보는 것입니다.


집에 있다 보면 별로 한 것도 없이 진이 빠지고 시간이 훅 지나가기 쉬운데 이렇게 항목을 적어가며 일을 하면 작은 일을 하고도 보람이 느껴지고 내가 하는 일들과 패턴이 정리가 되어 좋습니다. 가사와 육아를 하면서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는구나 새삼 느끼게 되실 거예요.  

그리고 월간계획도 잊지 마세요. 저는 다이어리에 적어두었는데, 예를 들면 5월에는 제주도 여행, 8월에는 하와이 여행 이렇게 가장 큰 이벤트는 미리 정해 두고 거기에 맞추어 여행 준비도 해나갔습니다. 하와이 여행 갈 수 있을까? 돈도 그렇고 식구가 모두 움직이는 것도 무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달력에 적고 자주 쳐다보다 보니 정말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이루려고 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계획은 변해도 좋습니다. 내가 정한 테마의 주제를 크게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움직이세요. 육아휴직은 회사도 아니고 꽉 막힌 틀도 아닙니다. 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시간 중 하나이고, 내가 마음껏 만들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원래 육아휴직을 낸 가장 큰 목적은 말이 또래에 비해 늦어진 둘째의 언어치료 때문이었는데요, 언어치료를 받은 지 한 달만에 선생님께서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이제 안 오셔도 될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덕분에 평일 일주일에 2번씩 언어치료받으러 가기로 했던 일정은 사라지고 대신 매일 저녁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일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엄마와 식사하는 일정은 처음부터 세웠던 계획은 아니고 제 육아휴직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야 뒤늦게 세운 일정이에요. 육아휴직은 나와 아이를 위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친정엄마를 가장 많이 생각나게 하고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핸드폰 사진에 아이 사진은 한 가득인데 정작 친정 부모님과 찍은 사진이 너무 없어서, 내 인스타와 페북에 온통 내 아이들로 가득 찬 모습을 보다가 부모님 얼굴이 떠올라서 이런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럼 제가 완벽하게 육휴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시간 배분을 잘했느냐? 절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돌이켜 생각하면 제 육휴 시간 배분에 남편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저와 아이들 위주로 돌아가 지금도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좀 더 이상적인 시간 배분을 추천드린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남편과의 오붓한 시간도 챙겨서 활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아무리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일주일 내내 살림과 육아를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여건이 안된다면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양가 부모님 찬스를 활용하여 한 시간이라도 부부가 단 둘이 있는 시간을 보내길 권해드려요. 저는 정말 못했어요. 그렇지만 이 시간이 빠지고 나면 아무리 나와 아이가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하더라도 완전체 느낌이 들기는 힘들 거예요.

저는 생각과 말의 힘을 믿습니다. 계획표를 세우고 계획에 대해 생각하고 직접 소리 내어 읽어보는 일을 잊지 마세요. 해내기 힘들 것 같은 일들은 더욱 소리를 내어 읽어보세요. 그리고 그 계획들이 하나씩 여러분의 습관으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 하루하루가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어도 더 필요한 것은 어제 저녁에 혹은 오늘 아침에 내가 정해놓은 계획대로 내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와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여러분을 모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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