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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정희매 Mar 23. 2020

휴직 기간에 테마를 적어보세요.

육아휴직을 마음 먹은 분들께


혹시라도 여러분이 육아휴직을 급히 결정하고 휴직에 들어가게 되었다면, 지금 당장 닥친 현실이 정신 없고 바쁠 수 있어요.


하지만 단 10분에서 30분 정도라도 아이가 자고 있는 조용한 시간을 할애해 다시 없을 귀한 내 육아휴직에 테마를 정해보세요. 

거창하게 테마를 정하기가 힘들다면 간단하게 작은 이름표를 붙인다고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 정한 이 테마는 육휴를 마쳤을 그 시점에 그 동안 내가 보람된 육휴를 보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가장 핵심 키워드가 됩니다.

그래서 간단하지만 중요하지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배를 타는데, 내가 노를 젓고 나아가야할 “목표점”, “깃발”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며칠은 여기 저기 떠돌 수도 있고 배회할 수도 있지만 다시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내가 지금 적은 테마가 되는 것입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부분입니다.

오랜 시간을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조용한 가운데 내 자신에게 물어보고 반드시 종이에 적어봐야 합니다.  

제가 정했던 테마를 살짝 보여드릴게요. 저는 ‘내가 육아휴직을 쓰는 목표가 무엇일까’를 떠올리며 (1)둘째와 애착 형성, (2) 첫째 책읽기 훈련, (3)내 체력 레벨업, (4)친정엄마와 3대 행복 만들기 등 4개 정도 정했습니다.


물론 ‘한가지라도 잘하자’는 의견도 맞습니다.

하지만 한가지에 올인하기 보다는 2-3개를 정해 분산투자를 하는 효과를 누려 보길 권해드려요.

한가지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확실히 성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한가지에 올인하는 것이 오히려 멀티테스팅에 능한 워킹맘/워킹대디에게는 본인을 옭아매는 올가미 역할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나가 100% 완성되지 않더라도 2개에서 80%씩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됩니다.


육휴는 칼같이 점수가 매겨지는 시험도 아니고 뚫고 헤쳐 나가야할 미션이 잔뜩 쌓여있는 기간도 아닙니다.

다만 내가 목표로 하는 일들을 정하고 그 시간이 소중하고 보람되게 쓰여지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는 것과 비교하면 월급과 승진 등을 포기하고 선택한 귀중한 시간인 만큼 돌이켜봤을 때 후회할 일이 많거나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면 안되겠지요?

‘후회없는 소중한 시간이였다’로 마무리 짓기 위해서 이렇게 테마를 정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테마를 선정시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그 주체가 명확해야 합니다. (아래 표 노란색 표시) 아이를 위한 것이면 전적으로 아이를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해요. 내가 편하고자 문센을 보낸다거나 내가 편하고자 책읽기에 CD를 틀어주자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내가 조금 불편하고 내가 조금 귀찮더라도 아이를 위한 시간으로 정했다면 아이의 기분과 상황이 최상이 되도록 내가 좀더 바빠지고 귀찮아져야 합니다. 대신 나를 위한 시간이라면 그만큼 나를 위해 온전한 시간이 되도록 목표가 나에게 집중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시)


테마와 이름표를 붙였다면 이에 대한 실제 Action Plan을 짜보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하는 것처럼 대단한 장표 작성일 필요는 없어요. 위 표의 예시처럼 단순한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가 사용한 예시입니다.  한 개가 테마에1~3개의 Action이 붙어도 좋습니다.

Action Plan을 짜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범위 안에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현실적인 범위의 대상은 바로 경제적인 예산입니다. 해외여행을 많이 가면 좋겠지만 육아휴직 중에는 경제적으로 궁핍한데 여행을 많이 다니기 힘듭니다. 딱 한번을 가더라도 ‘꼭 여기는 가겠다’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야 합니다. 굳이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부산’,‘제주도’ 등 그동안 쉽게 다녀오지 못했던 국내여행을 목표로 잡고 실천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제 경우는 해외 여행과 국내여행을 한번씩 목표로 잡되 나머지 일상적인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많은 활동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도서관이나 여성회관 등을 이용하였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은 다음 편에서 좀더 자세히 나눠보도록 할게요.


두번째 현실적인 범위는 내가 가용 가능한 시간입니다. 아이와 하루 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고 하루 종일 곁에 붙어 있어주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거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보내던 워킹맘/워킹데디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제 경우에는 ‘둘째 아이와의 애착 형성’이라고 해서 24시간을 아이와 꼭꼭 붙어 있다거나 하루에 4-5시간을 무엇인가 하는 무리한 일정으로 잡지 않았습니다. 주 1회 요리수업, 매일 30분 이상 책읽기를 최소 목표로 잡아서 그것을 실천하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 보다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되 애착 형성을 목표로 하였으니 어떤 활동이 좋을지 찾는데 고민을 하였습니다. 저는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주는 부분이 애착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여 책읽기를 매일 하는 것으로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요리는 워낙 아이가 좋아하고 흥미있어 하는 분야인데, 실제로 집에서는 아이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요리과정을 함께 진행하는게 제 스스로에게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가끔씩 메추리알 껍질 까기, 감자 으깨기, 멸치 똥 빼기 등 간단한 요리 활동을 보조로 하도록 아이에게 요청하는게 전부였지요. 재료준비에서부터 요리 후 치우는 과정까지 모두 아이와 집에서 하는게 제게는 살짝 고통스러운 일로 여겨졌어요. 그래서 문센에서 요리 과정을 들으면 제가 못해주던 요리의 전 과정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겠다 싶어 요리과정을 선택한 것입니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내 체력을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육휴를 냈다고 하면 “푹 쉬다 와!”, 돌아와서는 “잘 쉬었어?”라고 이야기 하시는데요, 실제로 제게는 쉬는 시간보다는 육체적으로 더 바쁘고 힘든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앉아있는 것과 달리 집에서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려면 제 경우는 더 체력 소모가 많았습니다. 회사에서는 컴퓨터를 켜놓고 커피를 타오거나 짬짬히 탕비실에 들려 차를 타오는 루틴한 시간들이 있지만, 집에서는 아침하랴, 아이들 등원/등교시키랴, 청소하랴 하다보면 차 한잔 마실 시간도 놓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처음 육휴를 맞이하는 분들은 의식적으로라도 나만의 명상시간, 차 마시는 시간, 짧은 독서 시간 등을 정해놓고 지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육휴를 하고 내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그렇고요) 안하던 운동을 갑자기 시작하다 보면 초반에는 한동안 굉장히 기운이 빠지고 체력이 고갈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아이가 자거나 등교/등원 한 틈을 이용해 내가 쉬는 시간을 마련하고 오후에 만나게 될 아이와 다시 신나게 보낼 수 있도록 충전해 놓아야 합니다.


이처럼 경제적인 예산과 내가 현실적으로 가용 가능한 시간, 내 체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Action Plan을 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어떻게 이 Action Plan을 구체화 시킬지에 대해서 How to 부분에 작성해 보는 것입니다.


Action Plan을 구체화 시키다보면 보다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구체화된 그림은 보다 현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How to에는 만약 Action Plan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대안 등을 함께 적어놓고 차선책으로나마 내가 계획했던 일들이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제 경우는 늦잠을 자거나 여행 등으로 휘트니스 가는 것을 빼먹은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홈트로 대신한다는 문구를 보며 되도록 집에서라도 스스로 빼먹지 않고 운동을 하도록 노력했어요.


딱 30분만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 보고 1년의 모습을 그려보세요.

육휴에 테마를 떠올려보고 Action Plan을 짜는 일, 그리고 How to 작성까지. 육휴해서까지 왜 이런걸 하라고 하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들 수도 있는데, 정말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해보길 권해드립니다. 아니 강하게 요청드립니다.


길어야 30분이 넘지 않는 이 시간은 여러분을 훨씬 멋진 육아휴직 세계로 문을 열어줄 황금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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