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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정희매 Apr 11. 2020

우리 집 재정 유지는 괜찮을까?

육아휴직을 마음 먹은 분들께

육아휴직의 테마도 정하고 시간표도 어느 정도 짜졌다면 이제 육아휴직의 준비가 갖춰졌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을 꼭 짚고 가야 한 것 같아 이번 시간에는 재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정마다 차이가 있습니다만, 맞벌이였던 가정에서 한쪽이 육아휴직을 해도 큰 무리 없이 잘 지내는 집이 있는가 하면 어떤 집은 재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집도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부분이 너무 의아했어요. 저희 집은 후자였거든요. 두 번째 육아휴직을 막 시작했던 2019년 초에 저는 재정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남편이 공무원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급여가 줄은 데다가 제 급여가 육아휴직 급여로 대체되니 그런가 보다 했는데요, 막상 주변에 같이 육아휴직을 쓴 다른 친구의 가정을 보니 저처럼 힘들어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다들 나처럼 힘든데 겉으로 티 내기 힘드니까 괜찮다고 하는 거겠지.', '백조처럼 겉은 우아해 보여도 밑에서는 물장구치느라 발을 막 젓고 있거나 가슴이 타들어갈 거야.'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차츰 그 집과 저희 집을 비교해보면서 그 집은 정말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꼽아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자녀의 연령에 따른 차이입니다.


똑같이 자녀가 2명이고 4인 가족이지만, 저희 집은 자녀가 10세(초3), 5세(유치원), 친구의 가정은 5세(유치원), 3세(어린이집) 이렇게 자녀의 나이 때가 조금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아이가 영아기나 유아기인 집은 아이한테 들어가는 비용이 기존 소득 대비 10~20% 이내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분유값, 기저귀 값, 이유 식비, 장난감이나 교구비 등도 무시 못하게 꾸준히 들어가는 적지 않은 돈입니다. 하지만 가정 총수입액과 비교해보시면 아직까지는 그 비율이 높지는 않을 거예요. 아마도 자녀가 취학기에 이르면 '아! 분유값보다 훨씬 더 큰돈이 드는구나!' 절실히 깨닫게 되실 것입니다.


저도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2012년 첫 육아휴직 당시를 떠올려보니, 아이가 3세였고 가족수도 3명이었던 터라 휴직을 하고도 크게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취학연령에 이르니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던 것입니다.  


자녀가 2인 이상이거나 초중고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경우는 기존 교육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소득의 20%를 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학과 관련 학원이 아니더라도 예체능을 포함한 교육비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쪽 수입원이 확 줄게 될 경우, 후자의 가정에서는 전자의 가정보나 훨씬 큰 부담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월세, 대출금 등 목돈의 고정비 여부 입니다.


식비, 생활비, 꾸임비(의류, 미용, 화장품 등) 등은 마음을 먹으면 조금씩 줄여지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월세나 대출금 등으로 목돈이 지속적으로 나가는 가정에서는 쉽게 지출 항목을 줄이기 어렵습니다.


저는 첫 번째 육아휴직 당시에는 전셋집에 있어서 고정적으로 크게 지출되는 돈은 없었지만, 두 번째 육아휴직 때는 친정집에 엄마와 같이 살고 있어서 휴직 당시에 월 100만 원을 관리비 등 비용으로 드렸습니다. 진짜 월세나 대출금은 아니었지만 제게는 나름 항목이 큰 고정비였지요. 직장을 다닐 때는 조금 더 많은 금액을 드리고도 제 부담은 적었는데 휴직 중에 일정 금액이 계속 고정비로 나가게 되니 제게는 어느 정도 부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목돈이 고정비로 나가는 집은 기존 월급이 없어지고 육아휴직 수당으로 대체될 경우 큰 재정적 부담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육아휴직 급여로 받는 돈은 90만 원 내외인데, 월세나 대출금으로 100만 원 이상이 나간다면, 육아휴직 급여를 받고도 마이너스가 나는 구조이니 다른 배우자의 급여에 의존도가 훨씬 커지게 됩니다.


 


세 번째는 기본적인 씀씀이의 차이입니다.


맞벌이 가정이라고 모두 씀씀이가 커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을 보면 많은 수의 맞벌이 가정들이 식비는 물론이고 생활비, 의류비,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교통비 등 모든 항목들의 지출이 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다른 항목들은 평균적이나 특정 항목, 예를 들면 식비나 의류비가 특별히 높은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 집의 경우는 전반적인 항목이 다 커져 있었습니다. 교육비는 물론이거니와 주말에는 많은 경우 외식을 했습니다. 남편이나 저도 비싼 옷은 아니어도 계절마다 작은 아이템이라도 한두 개씩 사서 옷장을 채웠습니다. 1대는 스페어 용이긴 했지만 차도 2대를 보유하고 있었고, 국내 해외여행도 잊지 않고 챙겨 다녔습니다.  


마치 '끓는 물속의 개구리 실험'처럼 서서히 증가하는 지출금액은 크게 느끼지도 못하면서 점차 불어납니다. 막상 거꾸로 줄이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데 말이지요.  


이로 인해 맞벌이를 하는 동안 양쪽 수입원에 맞춰서 어느 정도로 부풀어져 있는 소비패턴을 가진 가정이 한쪽 수입원이 확 줄게 됐을 때 느끼게 되는 부담감은 엄청나가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맞벌이지만 한쪽 급여를 대부분 저축할 정도로 알뜰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육아휴직 급여로 받는 부담감은 크게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저축비중만 낮추면 되지 특별히 생활비 등 다른 항목의 비중을 낮추기 위한 각고의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한 가지의 경우에 해당하는 분도 계실 테고, 저처럼 3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하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한 가지도 해당되지 않는 분은 다음 글 패스해주세요!)


다음 글에서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 3가지 각각의 케이스마다 어떠한 방법으로 대책을 세우고 해결해 나가면 좋을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아이와 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자 낸 육아휴직인데, 재정적인 어려움이나 고민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되면 안 되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육아휴직을 내신 혹은 내실 멋진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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