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A가 차 한잔 할 것을 제안하여 함께 점심을 먹고 상큼한 후식을 먹으러 지하 작은 카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딸기 수제청을 넣은 딸기 라테를 두 잔 시켜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부드러운 휘핑크림과 달달한 딸기 맛이 우유와 섞여 나른한 오후를 깨워줍니다.
집에서 딸기 수제청을 한번 만들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와 인터넷에 '딸기 수제청'을 치고 있는데 A가 말을 꺼냅니다.
A: 매니저님, 지난번에 얘기해주신 도서관에서 엄마표 책 읽기 하는 거 저도 해보고 싶은데요, 팁 좀 알려주세요.
막상 가려고 하니 혼자 아이랑 가서 무엇을 할지 너무 막막해져서요.
Ally: 일단 주변에서 가장 가깝고 가기 편한 도서관을 방문해보세요. 갈 때는 간식도 좀 싸가면 좋아요.
저는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 음료수, 빵, 떡 등을 번갈아가며 가져갔어요.
A: 하하하 도서관 가는데 책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간식을 잘 챙겨가네요?
Ally: 책은 도서관에 있으니까요. 저는 보통 가면 최소 2시간 정도는 있을 것을 예상하고 가는데 2시간 내내 저학년 아이가 책만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40~50분 뒤에 중간에 간식 먹는 시간을 둡니다.
A: 도서관에서 그런 걸 먹을 수 있어요?
Ally: 도서관마다 다르겠지만 요즘은 식당이나 휴게실 등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은 괜찮습니다.
A: 아 그렇군요. 간식.. 간식이 중요하군요.
A는 핸드폰 메모장에 적느라 갑자기 분주해졌어요.
Ally: 저는 도서관 가는 일이 아이에게 소풍 가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되었으면 해서 간식시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즐거움의 요소로 아이가 원하는 책을 꼭 빌려오는 것이에요. 1인 5권을 대출할 수 있다면 3권은 아이가 원하는 책, 2권은 엄마가 추천하는 책을 빌려오는 것으로 약속을 해요. 저희 아이의 경우는 보통은 만화책인 경우가 많지만요.
A: 자기가 원하는 책과 엄마가 추천해 주는 책을 섞어서 빌리네요.
Ally: 만화책을 고르더라도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르는 일은 중요한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책을 찾는데 너무 오래 시간을 끌어서 '빨리 고르고 책을 읽자'라고 다그쳤어요.
그런데 독서 관련한 책들을 읽다 보니 책을 고르는 과정이 아이에게 책을 보는 안목을 키워준다는 내용을 보고 좀 더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기로 했어요.
본인이 원하는 책을 고르면 기분도 훨씬 좋아져서 신나 하고 도서관 가는 것을 아주 즐거워합니다.
A: 그럼 왜 엄마가 추천해주는 책을 추가하는 거예요?
Ally: 안 가본 길, 다양한 길을 가보고 접하게 해주고 싶어서요. 마법 천자문에 빠져있을 때는 정말 그 책만 계속 빌려서 보는데 이때 과학이나 전래동화책을 제가 한두 개 끼워서 보게 하면 재미없는 줄 알고 안 보다가 '어~이 책도 재미있네!!'하고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럼 다음에는 자기가 스스로 과학책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며 한두 개 빌려오곤 합니다.
A: 네 알겠어요. 또 다른 내용은 없을까요? 제가 알아두면 좋은 것이요.
Ally: 음.. 글세요. 저희 집은 운이 좋게도 차로 10~20분 거리에 도서관이 총 3개가 있었어요.
2개는 공립도서관(수지도서관, 상현 도서관), 1개는 사립도서관(느티나무도서관)
저는 그 도서관들을 매주 번갈아 가거나 월별로 번갈아 가면서 갔는데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좋았어요.
도서관마다 비치된 책도 다르고 책을 읽는 장소도 가지각색이라 그 도서관마다의 특징을 느끼면서 책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한 장소가 아니고 여러 도서관을 돌아다니면서 책을 본 장점은 책은 특정 한 장소가 아니라 책이 있는 곳 어디든지 다양한 장소에서 책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제 아이는 초등학교 도서관도 자주 이용하였으니 총 4군데의 도서관을 다닌 샘입니다.
A: 아! 그렇군요. 저희 동네에는 도서관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데 그것도 한번 알아봐야겠네요.
Ally: 물론 한 곳만 꾸준히 잘 다녀도 좋지요. 처음에는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한 군데부터 차근차근 뚫어보세요.
A: 매니저님, 가장 중요한 질문인데요, 도서관에 이제 책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무슨 책을 고르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어요.
Ally: 요즘은 도서관마다 어린이도서관 등이 있어서 부모가 작은 소리로 읽어주는 곳은 허용이 되는 공간이 많이 있어요. 저는 그곳에서 아이가 보고 싶은 책을 40분 정도 읽어주고 간식을 먹은 후에 나머지 40분을 다시 책을 읽어주고 나머지 20-30분 정도는 아이 혼자 책을 읽도록 했어요.
책을 계속 읽어주는 게 힘들긴 한데 읽으면서 질문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합니다.
간식을 먹거나 마지막에 아이가 혼자 책을 보는 시간은 제가 잠시 목을 쉴 수 있는 쉬는 시간이지요.
A: 와~ 80분을 계속 책을 읽어준다니요. 정말 대단해요.
Ally: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니에요. 다른 부모들은 목에서 피가 날정도로 읽어준다고도 하던걸요.
전 그 정도까지 할 체력이 못돼서 딱 요정도 선이 제게 알맞은 거 같아요.
대신 80분이라도 좀 더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어요.
A: 몬데요? 궁금해요!!
Ally: 구연동화하듯이 다양한 발성법으로 책을 읽는 거예요. 예전에 제가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인 '황정민의 FM 대행진'에서 황정민 씨가 다양한 목소리로 1인 다역을 하는 순서가 있었는데요,
저는 그렇게 다양하게 변화하는 황정민 씨 목소리를 들으면서 재미있어서 자꾸 따라 해 봤어요.
남자 부장님 목소리, 우아한 여직원 목소리, 납작하고 장난 섞인 남자 직원 목소리 등
저도 그냥 평이하게 책을 읽어주면 제가 너무 지루해져서 80분을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목소리로 변화해가면서 책을 읽어주는 연습을 해봤는데 저도 재미있고 아이도 훨씬 집중해서 재미있게 듣게 되는 것 같았어요.
특별히 구연동화를 배운 적은 없지만 자꾸 노력하면서 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책을 읽을 때, 돼지 목소리, 원숭이 목소리, 뱀 목소리, 하마 목소리 모두 다르게 낼 수 있어요.
A: 하하하 저도 들어보고 싶어요. 그럼 책은 어떻게 고르나요?
Ally: 처음에 아이가 도서관과 친해지는 시간 동안은 그곳에 가서 아이가 원하는 책들을 골라보거나 아이가 정하기 힘들면 엄마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을 골라서 같이 읽으면 됩니다.
아이가 도서관에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한두 번은 이렇게 자유롭게 책을 골라보고 그다음부터는 읽을 책을 정하고 갔어요.
도서관에서 아이와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다양한 주제로 책을 읽게 하고 싶었어요.
한 달치 주제를 과학/환경, 사회/문화, 위인전, 전래동화, 문학, 동시 별로 나눠서 관련 책을 제가 검색하고 수업 전에 미리 빌려둡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나올 때 다음 읽을 책을 미리 빌려가기도 했어요.
도서관 카드를 가족수만큼 만들 수 있잖아요.
그러니 주중에 집에서 아이 혼자 읽을 책과 다음에 도서관 와 와서 아이와 함께 읽을 책을 같이 빌려갔어요.
물론 어떤 책은 도서관에서 바로 빌려서 보기도 했고요. 미리 빌려가면 좋은 게 제가 미리 책을 읽어보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아주 유익하답니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읽고 그 책에서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느꼈는지, 생각하고 나눠보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위인전이 주제인 날은 나이팅게일, 정몽주, 미야자키 하야오 이렇게 2-3권 정도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도 나눠보는 거예요. 책만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책에 있는 내용을 가지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해보거나 내 경우에 적용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A: 근데요, 책이야 그냥 글씨를 읽으면 되는데 그 책에 있는 내용으로 무슨 얘기를 나눌지는 모르겠어요. 독후감 쓸 때도 '무슨 느낀 점이 있어?', '깨닫은 걸 적어봐' 그렇게 얘기하면 '별로 없다', '모르겠다' 이런 답변만 하거든요.
Ally: 맞자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거 같아요. 저희 아이도 그랬어요.
저도 육아휴직기간 동안 여성회관에서 '독서지도자 과정' 수업을 들으며 여러 가지 수업방법에 대해서 배웠는데요, 전문 과정을 듣기 전에는 제 스스로 아이와 나눌 질문을 만들어 보곤 했는데 그 방법이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전문 과정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비전무가였지만 나 스스로 아이와 나눌 질문지를 만들어 봤던 게 틀리지 않았구나' 하고 깨닫고 스스로 칭찬을 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책 한 권당 2-3개의 질문만 만들어 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너무 막막할 때는 어떤 책들은 맨 뒤편에 '나눠보아요' '생각해볼까요' 이런 코너가 1장 정도 들어있어서 아이와 나눌 질문지가 미리 준비되어 있기도 해요. 초기에는 이런 책을 적극 활용하시면 정말 도움이 됩니다.
A: 아 그렇군요. 저도 그런 거 보긴 했는데 알면서도 한 번도 활용해보질 않았어요.
다음에 도서관 가면 그런 책들 위주로 찾아봐야겠어요. 매니저님, 오늘 전수해준 팁도 너무 감사해요.
진짜 제가 꼭 우리 아이에게 적용해보고 싶은 것들이에요.
Ally: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뻐요. 해줄 얘기는 아직도 많은데 다음에 또 만나서 얘기해요.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느라 결국 딸기 수제청은 집에 와서 검색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레시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병을 열탕 소독하고 딸기 씻는 일이 살짝 번거로워서 그렇지 30분이면 뚝딱 만들겠더라고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서 7000원짜리 딸기 2팩을 가득 사서 난생처음으로 수제청을 만들어보았어요.
유리병에 옮겨 담고 보니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수제청이 2병이나 가득 생겼습니다.
아까 카페에서 파는 수제청이 쪼그마한 게 9000원이었는데 전 7천 원짜리로 7만 원어치 수제청을 만들다니 제 손이 뻥튀기 기계가 된 듯해서 기분이 엄청 좋았습니다.
도서관에서 아이와 책 읽기를 하는 것도 처음에는 낯설고 자신이 없었지만 쉽게 생각해고, '일단 해보자'하고 도전하니 수제청 만드는 것처럼 할만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