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치 Nov 04. 2023

지독한 게임

나는 당신이 망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루마불>

부루마불. 많은 사람들이 보드게임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그 게임.(요즘도 비슷하려나) 수많은 나라와 그 나라의 도시를 처음으로 알게 한 게임.(지금은 수도로 바뀌었단다)


부루마불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 부루마불을 개발하신 분 인터뷰도 유퀴즈에 나왔을 정도니 말이 필요 없다.


유퀴즈 방영본: https://youtu.be/7q7X9xbmN8s?si=lyl3xSNkIxstPnML


먼저 밟는 놈이 임자. 부루마불에서는 순서가 중요하다. 주사위를 던져 이동하니까 운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듯 보이지만 그 와중에 운영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남 잘 되는 꼴을 보니 배가 아프다. 친구가 주사위를 집을 때마다 모두가 빈다. 제발 내 땅으로 들어와 주세요. 게임 속에서 누군가의 불행은 나에게는 기쁨이다. 


게임 속에서는 누군가의 불행을 힘껏 바랄 수 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부루마불을 함께 할 때면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하곤 했다. 모두는 누군가의 파산을 간절히 바랐다. 특히 파산을 내 손으로 집행할 수 있다면 매우 기뻤다. 파산하는 친구의 마지막 증서를 가지고 왔을 때, 두둑해지던 내 잔고를 보면서 흐뭇했다. 


그러나 게임이 늘 잘될 리는 없다. 나도 파산하는 일이 생긴다. 내 불운에 아쉬워하면서도 이 돌고 도는 쳇바퀴에서 벗어났음을 안다. 이제야 맘 편히 관람한다. 다른 사람의 플레이가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게임에서만 가능한 일 중에 가장 큰 건 내가 아닌 사람이 불행하길 바랄 수 있다는 점 아닌가 싶다. 별 것도 아닌데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배가 아프다. 자기를 알려야 하는 시대. 즐겨보는 SNS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밤하늘에 은하수처럼 가득하다. 나만 먼지 같다. 소심해지고 마음이 옹졸해진다. 나도 모르게 질투와 원망이 넘실거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잘 나가는 그들의 불운을 바랄 수 없다. 내가 누군가의 불운을 바라듯이, 누군가도 내 불운을 바랄 테니까. 조심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어떤 부분이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는지는 알 수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인터넷을 안 할 수도 없다. 


누군가를 질투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커져간다. 둑이 무너지고 물이 차오르듯이 삽시간에 마음에 차오른다. 그 순간 나는 현실에서도 부루마불을 하고 있는 나를 본다. 내가 누군가의 불행을 바라듯이, 모두는 나의 불행만을 바라는 듯 보인다. 


나 아닌 사람의 불운은 게임에서 바라는 걸로 족하다. 게임 속에서는 파산을 바랐고 주사위 신이 당신에게만 깃들기를 바랄 수 있다. 친구들을 꺾고서 나만 살아남기를 바랄 수 있다. 게임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게임이 아니다. 그런 마음은 게임 안에서만 느끼는 걸로 족하다. 게임 속에서는 충분히 이기적일 수 있다. 


부루마불에서는 가능하다. 

부루마불에서만 가능하다. 

                     

이전 01화 엔딩이면서 다시 처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