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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Nov 05. 2023

이 하찮음이 무섭다.

이 별 거 아닌 일에 나는 이렇게 매달린다 <무한의 계단>

예전에 <플래피 버드(Flappy Bird)>라는 게임이 유명한 적 있었다. 이 게임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다. 그렇다면 <길 건너 친구들(Crossy Road)>라는 게임은? 모두 무한의 계단과 연관이 있는 게임이다. 


무한의 계단과 앞서 말한 게임의 특징을 말하자면 조작법이 매우 간단하고 난이도도 쉽다. 종료 조건이 명확하지 않으나, 매 플레이마다 자신이 세운 높은 점수를 갱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를 든다면 <무한의 계단>  경우에는 화면 한쪽에 올라간 계단 수를 표시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스스로가 이렇게까지 형편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버튼은 고작 두 개뿐인데 자꾸만 계단 아래로 떨어진다. 방향 전환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앞으로 진행 버튼을 눌렀다던가.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찌 되었든 이상하다. 손가락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답답하고 화가 나 다시 게임에 도전한다. PC나 콘솔로 즐기는, 흔히 말하는 대작 게임이라고 하는 게임과 비교하면 한 판에 들이는 시간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짧다. 하지만 한번 하기 시작하면 몇 분에서 1시간은 훌쩍이다. 


볼품이 없어서 그런 거구나 싶었다. 대작 게임은 보통 난이도가 높고 긴 플레이 시간을 요구한다. 사실은 내가 하고 싶은 만큼만 하면 되는데 그래도 한 번 시작했으면 1~2시간은 해야겠다 싶다. 요즘 넷플릭스에 손이 안 가는 게 그런 이유일 수도 있겠다. 보기만 하면 시리즈를 다 봐야만 할 거 같으니까. 


하지만 이 소소한 모바일 게임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는 다르다. 별 게 아니다. 시간 소요가 엄청 짧다. 그러니까 부담 없이 접근한다. 그러고서는 빠져드는 거다. 재미가 없어도 더 보다 보면 간간히 흥미를 끄는 뭔가가 나오기에 빠르게 서핑한다. <무한의 계단>에서도 마찬가지다. 허무하게 계단에서 굴렀다. 이까짓 계단은 다시 도전할 수 있어. 계단 하나만 더 올라가면 되는 일이니까. 


그렇게 별 것도 아닌 작은 일이 나에게 도전하게 한다. 이까짓 것이라고 하는 일이 쌓여서는 엄청난 일이 된다. 1초가 쌓여서 1분이, 1분이 쌓여서 1시간이 되고 하루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11월이다.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혹자는 이 글을 읽고 일을 작게 쪼개면 쉽게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 계발서 같은 메시지인가 할 수도 있다. 아니다. 오히려 작다고 무시하는 일이 나는 무섭다고 쓰는 거다. 작고 하찮아서 나를 살살 긁던 게 어느 순간 나를 잠식한다. 엄청난 분노 같은 격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만이 나를 움직이는 게 아니다. 잠잘 때 들리는 모기 소리가 내 밤잠을 설치게 한다. 


가벼운 게임이라고 무시할 게임이 아니다. 균열이라고 생각지도 않은 작은 벌어짐이 쌓여 항아리가 갑작스레 깨진다. 결코 깨질 것처럼 보이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무한의 계단> 게임 리뷰에 많은 수가 '중독적'이라고 하는 게 괜한 이유가 아니다. 이 작은 일들이 교묘하게 나를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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