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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e Mar 28. 2018

그리고 나카무라 우동은 정말 굉장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극찬한 우동집


목 넘김이 좋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면이 목으로 끊김 없이 술술 넘어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하루키는 2박 3일간의 시코쿠 여행 동안 다섯 곳 이상의 우동집을 순례한다. 그중 딱 한 곳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데, 책을 읽다 보면 그곳의 맛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다. 하루키의 <하루키의 여행법>에 실린 ‘우동 맛 기행’은 잡지 <하이패션> 편집자 마쓰오의 고향 자랑 때문에 탄생한 글이다. 자신의 고향 사누키 우동이 굉장히 맛있다고 줄곧 이야기하는 마쓰오를 따라 하루키와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는 가가와현으로 떠난다. 1990년 10월 말 가을. 사흘간의 우동여행.  


한편 우리들의 시코쿠 여행.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카무라 우동에서 먹은 우동은 우동에 대한 나의 생각을 180도 바꿔놓았다고도 할 수 있다. 우선 내가 ‘우동’하면 떠올리는 국물색. 짙은 갈색이란 편견. 우동의 본고장에서 만난 국물은 베이지색에 가까웠다. 자칫 심심하지 않을까 싶어 간장을 더 넣지 마시길. 간은 딱 맞다. 색깔은 옅어도 맛의 깊이는 얕지 않다. 멸치를 우린 듯한 국물에서 깊은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면. 나는 이제까지 우동면이란 것은 굵기가 어느 정도 있어 조금 오래 삶아도, 덜 삶아도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생각했다. 비교적 다루기 쉽다고 업신여겼다. 나카무라 우동집에서 먹어본 면은 이제까지 먹어온 우동의 면과 전혀 다른 식감, 질감이었다. 그대로 구현해낼 자신이 없다. 한 가닥 한 가닥이 탱글탱글하지만 목으로 넘기는 데는 막힘이 없다. 조금 많이 삶았다 싶은 날의 우동면 처럼 흐물흐물하지도 않고, 조금 덜 삶았다 싶은 날의 면과 같이 퍽퍽하지도 않다. 보통 마실 것을 이야기할 때 쓰는 표현. 목 넘김이 좋다는 표현이 국수에 적용될 수도 있다니. 나카무라 우동에선 면을 조금 더 익혀 먹고 싶으면 직접 데칠 수 있는데, 그때 점원이 “5초만 더 삶으시라”는 조언을 듣길 정말 잘했다.   



   


가가와 현 우동가게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셀프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다. 우선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어떤 우동을 먹을지 선택하여 점원에게 말한다. 우동 종류는 가케우동(뜨거운 국물, 차가운 국물 선택 가능), 쇼유우동(간장우동), 히야시우동(냉우동), 가마다마우동이 있다. 나는 가장 기본인 가케우동 소(小) 자를, 남편은 (방금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온 사실을 까먹었는지) 가장 비싸고 양 많은 가마다마우동 특대를 시킨다. 가케우동은 익힌 면을 찬물에 헹군 후 그릇에 담아주는데, 기호에 따라 조금 더 익혀 먹어도 좋다. 채에 면을 넣어 커다란 솥에 풍덩 후 약 5초. 그러고 나서 우동 위에 올릴 튀김을 선택한 다음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가면 2개의 커다란 육수통이 나란히 서있다. 뜨거운 국물, 차가운 국물. 그릇에 원하는 국물을 직접 붓고, 육수통 옆에 있는 생강, 파, 시치미를 적당히 뿌리면 완성. 무라카미 하루키가 방문했을 땐 다른 손님이 ‘파가 다 떨어졌으니 파 좀 달라’고 하자, 주인이 ‘뒷마당에 많으니 뽑아다 먹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셀프에 자유로운 분위기. 물론 요즘엔 파를 넉넉히 준비해두기 때문에 직접 뽑아먹을 일은 없다고... 남편이 시킨 가마다마 우동은 면을 삶은 후, 찬물에 헹구지 않고 먹는 가마아게우동에 달걀을 올린 것이다. 면에 붙어 있는 점액을 씻어내 쫄깃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가게우동과 달리 면 표면에 끈적함이 남아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불어 식감이 변화한다. 게다가 남편은 특대를 시켰으니 오래도록 먹으며 다양한 식감을 느꼈을 듯. 심지어 우동 위에 올리는 튀김도 3개나 골라, 점원이 그릇을 따로 챙겨주기까지.


   

가마다마우동
가케우동과 지쿠와튀김


둘이 같이 해서 1,200엔 정도가 나오자, 계산을 해준 학생 옆에서 서 있던 남자(아마 나카무라 씨?)가 “그 정도 안 나올 것 같은데?”라고 말한다. 직접 포스기를 다시 두드리더니, 1,090엔으로 정정되었다. 이 상황을 겪고 보니 남편이 이야기해준 책 내용이 떠올랐다.


역시 가가와 사람들은 점심 값으로 천 엔이 넘어가면 비싸다 여기는구나.  


   

가가와 현 사람들은 도시에서라면 당연한, 런치에 1000엔 이상 받는 가게에는 가려고 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반드시 내뱉는 대사가 바로, “그 돈이면 우동을 ○○그릇 먹을 수 있겠다”이니까요. 다시 말해 우동 한 그릇이, 그들이 물건 가격을 따질 때의 단위라는 말입니다. ‘엔’이 아니라 ‘우동’인 셈이지요.

시험 삼아해보세요. 우동은 엄청나게 리얼리티를 느끼게 하는 단위입니다. 엔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지만, 우동은 인간을 반나절은 확실히 살아남을 수 있게 합니다.

- 이나가키 에미코 <퇴사하겠습니다> 중에서

 



<퇴사하겠습니다>는 아사히신문사 기자였던 저자가 40살에 퇴사를 결심하고 10년 동안 준비하여 50살에 퇴사를 한다는 내용. 두 번째 장 ‘우동 현에서 행복해질 줄이야’에서는 저자가 가가와현 다카마쓰 지국장으로 지냈을 때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때 경험이 그녀의 퇴사 결심에 큰 영향을 미친 듯 하다. 실제로 우동 현이라고도 불리는 가가와 현의 사누키 우동은 관광객들을 위한 상품이 절대 아니다. 이곳 사람들의 삶에 아주 밀착해 있는 음식이자 식습관. 일본 전국에서 우동 소비율이 1위임은 당연하고, 주 1회 이상 우동을 먹는 인구가 90퍼센트 이상이라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우동을 한 번밖에 먹을 수 없단 사실은 내게 너무나 울적한 일이다. 나는 우동면과 간장을 사서 돌아왔다. 그리고 어젯밤 가쓰오부시 국물을 내고 청경채, 배추, 표고버섯, 팽이버섯을 넣은 후 나카무라 우동집에서 사 온 간장을 뿌려 간을 맞췄다. 함께 사온 생면은 5분 정도 삶아 찬물로 헹군 후 국물에 말았다. 나카무라에서 먹었던 것처럼 파도 듬뿍 넣고, 달걀도 반숙으로 익혀 올린다.   


   


아아. 이것까지 다 먹어 버렸으니 당분간 하루키의 ‘우동 맛기행’은 읽을 수 없다. 분명 나카무라 우동이 너무 먹고 싶어 견딜 수 없어질 테니.   


   

‘우동 맛기행’의 마지막 문장.  

“그리고 ‘나카무라 우동’은 정말 굉장했다!”  

잔인하다!


   



Information

나카무라 우동 ナカムラうどん  

가가와현 마루가메시 한잔초 니시사카모토 1373-3

香川県 丸亀市 飯山町 西坂元 1373-3*

매일 9시- 14시까지** 운영

http://www.nakamura-udon.net/ 


* 가까이 같은 이름의 가게가 하나 더 있으니 주의

** 면이 다 떨어지면 문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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