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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e Jan 01. 2017

11시 59분. 이자카야에서 진짜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이야기.

우리의 오타루 결혼식에 오기 위해 가족들과 친구들은 열 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서, 네 시간을 눈길 위에서, 혼란이 극에 달한 기차 안에서 세 시간을 보냈다.



제주항공 팀이 오타루 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40분이었다. 나의 여동생과 친구 셋을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유럽도 아닌 일본까지 13시간이 걸렸다. 신랑의 친구들이 역까지 마중을 나가주었다. 원피스를 예쁘게 차려입은 네 명을 본 순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 H.K.SHIN
© T.H.Kim




근처에 갈만 한 곳도 마땅하지 않아 담배냄새로 가득 찬 이자카야에 모여 있던 우리.



12월 10일.
두 사람의 ‘진짜’ 결혼식을 시작합니다.



사회를 맡은 신랑 친구가 시작을 알렸다. 신랑의 친구들은 근처 편의점을 돌고 돌아 토치를 구하고, 숙소에서 초를 빌렸고, 간단한 부케까지 만들어 두었다. 여전히 밖은 춥고 눈이 한참 쌓여 있었는데...


양가 어머님께서 토치로 작은 초에 점화를 해주셨다. 결혼식과 피로연 내내 굳어 있던 엄마의 얼굴에 조금씩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사진을 잘 찍는 나의 친구는 열 시간을 비행기에 갇혀 있었으면서 협소한 장소를 구석구석 옮겨 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신랑 아버님께서는 결혼식장에서 하시지 못한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부모가 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마음에 새겼다. '생일 축하합니다’를 ‘결혼 축하합니다’로 바꿔 모두가 같이 축가도 불렀다. 우리 아버지는 그날 건배사만 세 차례나 하셨다.


© T.H.Kim


양가 부모님께 인사도 드렸다.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두 시간 전 결혼식에서는 하지 못한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 진짜 결혼식이었다.


남편과 함께 온 신랑의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남편을 다음날 오타루 시내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는 이자카야에 모두가 모인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고 했다.


"제가 가장 먼 사람인데 차마 울 순 없잖아요. 참느라 혼났어요."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앞으로 우리는 이 빚을 어떻게 갚으며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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