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병가내고 회사를 쉰다는것
독일말로 "크랑크"는 아프다는 뜻이다.
아파서 회사를 못나가게 되면 일단 전화로 결근을 알려준뒤, 병원을 다녀온뒤 몇일을 더 쉬었다가 출근할지 알려준다. 다시 출근할때 의사가 써준 병가 증명서를 회사에 제출하면 된다.
일반적인 회사는 꼭 병원을 안가도 이틀정도는 전화통보 만으로도 병가로 인한 결근을 인정해준다.
독일에서 석사 졸업후 첫 직장을 들어갔을 때에는 뭐가 그리도 스스로 눈치가 보이던지...
혹시 너무 자주 병가로 결근을 하면 짤리지는 않을지... 월급협상에서 불리하지는 않을지... 뭐 이런 걱정에 앞서 한국에선 병가를 내고 쉰다는 개념 자체가 희미하고 어색해서인지, 회사는 아파서 쓰러지기 전까지는 나가야 한다는 강박이 앞섰던것 같다.
독일에서도 사실 병가는 환영받는 일은 아닌듯 싶다.
내 일은 다른 동료가 커버해 줘야 하고, 간혹 동료가 커버해주기 어려운 내 단독적인 작업들은 그대로 올스톱을 해야 하기도 한다.
그래도 "걷는 놈"에 맞추어진 사회에선 이정도 늦춰짐은 내가 사회로부터 "낙오" 되어진다는 느낌까지는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내 병가로 내가 맏은 일이 미뤄져야 할때, 협력사에게 이런 이메일을 동료가 보내주기도 한다.
Er nimmt an den vereinbarten Termin "krankheitsbedingt" nicht teil. <그는 "병가"로 인하여 약속된 모임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 이런 이유로 협력사가 이의를 제기 한다거나 한적을 본적은 없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 나의 독일에서 처음 10년은 무척이나 치열하고 빠르게 살아왔었다.
아파도 가능한 참고 일하고,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성취하고자 했던 삶이였다.
"쉼"을 부정했던 삶.
"쉼"을 부정하면서 더욱 나빠진 건강은 느려터진 독일의 의료 시스템에선 쉽게 나아지지가 않았다. 병은 늘 두달 뒤에나 잡힌 병원 예약을 기다리다 보면 나아져서, 정작 진료날엔 의사가 내게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는 의료 시스템.
아픔과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짐을 이런 역설을 통해 조금씩 배우게 된었다.
자연스레 나아지는 시간을 못기다리고, 그 시간을 "쉼"으로 채우지 못하면 독일 생활은 무척이나 고될 것이다.
쉬었다 가는 삶.
아플땐 쉬었다 갈 수 있는 삶.
푹 쉬고 난 뒤에 다시 힘을내 앞으로 나아가는 삶.
그러기에 소진되지 않고 계속하여 앞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삶.
난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옮아온 감기에 전염되어 오늘 병가를 내어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