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것의 기적

- 아무 일도 없던 하루가 기적이었다는 걸

by SH

어떤 하루는 너무 조용해서

살아 있다는 감각마저 희미해진다.


눈을 떴고,

물을 마셨고,

방 안을 천천히 걸었다.

무엇 하나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무심하게 흘러가버릴 것 같던 하루.


그런데 그 무심함 속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하루를 견디고 있는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이…

혹시 기적 같은 건 아닐까?’


그건 뜨거운 감정도, 눈물도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숨처럼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다가왔다.


어제보다 조금 더 느리게 접힌 수건,

식지 않은 물,

구겨지지 않은 이불,

달라진 건 없는데,

그 안에 내가 있었다는 게

문득 이상하게 느껴졌다.


살아 있다는 건,

가끔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제대로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래서

다른 어떤 설명도 붙이지 않고

이렇게 적는다.


“나는 오늘, 살아 있었다.”


그 말이 내게 얼마나 멀리 있었는지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기적은 어떤 사건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지금 이순간.


난 그걸 이제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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