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사이로 새어든 빛

- 흐릿한 하루에도 빛은 들어오는 법이다

by SH

오늘은 눈을 뜨자마자 창을 보았다.

눈을 뜬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사실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그저 눈꺼풀을 들어올렸을 뿐이었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커튼은 반쯤 걸쳐 있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풍경.


그런데 그 틈 사이로

아주 얇고 조용한 빛이 들어와 있었다.

기척도 없이,

말도 없이,

그냥 스며들듯

그저 곁에,

방 안에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숨 쉬고 있는 곳까지

빛은 들어올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으로 느꼈다.


아주 작은 틈에도 빛은 스며들 줄 안다.


그걸 본 순간

가만히 펜을 들었다.

무너졌던 어제의 기록 아래,

한 줄을 더 이어 쓴다.


“빛은 들어왔다.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문장이 오늘의 전부다.

누군가 보기엔 너무 짧을지 모르지만,

내겐 이 한 줄이

오늘 하루의 감각을 다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날이겠지만

어떤 날은

커튼 사이로 들어온 빛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빛을 보며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시간.

그게 오늘 내가 붙잡은 전부였다.


살아 있다는 건,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다시 밝아질 수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에겐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오는 것들이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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