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흘러내린 순간

- 조용히 스며들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마음

by SH

밤이었다.

불을 끄고 누운 방 안은

낮과 다르게 조금 더 넓어 보였다.

어두운 천장 위를

창문 틈으로 스며든 가느다란 빛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 불빛을 따라

천천히 눈을 떴다 감았다 했다.

그러다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도 모르게.


몸속 어딘가에서

천천히 올라왔다가

목구멍까지 차오른 것들이 있었다.

소리도 없이,

그저 눈가를 지나

귀 옆으로 조용히 흘러내렸다.


누군가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숨소리도, 울음도

아무 흔적 없이 흩어졌으니까.


그래서 더욱 솔직할 수 있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만

나는 조금 무너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무너짐이 지나가자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조금 더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다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바깥 어디선가 작은 바람이

가로수를 스치며 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멀리서,

누군가 조용히 내 이름을 부르는 듯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부름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는 밤이었다.


난 그렇게 조용히 오늘도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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