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메시는 첫날부터 온순한 편이었다. 첫날 그랬던 건 당연했을 수도 있지만 1년 6개월 가까이 같이 지내는 동안 으르렁 거리는 걸 1~2번 봤을 정도로 화도 잘 안낸다. 고집은 세다는 게 함정이지만^^.
아기 때도 잘 짖지도 않았다. 파주에 온 첫 날, 병원도 목욕도 다 순조로웠다.
그런 메시가 참지 못하는 한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펜스에 갇히는 것이었다.
병원에서는 메시의 배변 훈련을 위해 두 달 정도까지는 펜스에 넣어두라고 했다.
메시는 처음엔 펜스 안에서도 잘 쉬었다. 잠도 자고 물도 먹고 자신을 위해 놓아둔
공 장난감을 신기해 하다가 또 가지고 놀곤 했다.
그러던 메시가 그날 밤중에는 요구사항이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 정도로 사람들을 빤히 쳐다봤다.
1개월 아기강아지인데도 약간 성이 난 느낌이었다. 표정이 달랐다.
우리는 무슨 연유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그 다음 순간 메시는 펜스 틈을 이빨로 물더니
(하찮고 작은...옥수수알같은 유치로) 다음 순간, 펜스를 움직였다!
그렇다, 메시는 자신이 갇혀 있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메시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니 충분히 그럴 것 같았다.
메시는 아기 때부터 산에서 아무런 제약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을 것인데 너무 좁은 공간에 갇혔으니 말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메시를 펜스에까지 넣어둘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절충이 필요했다. 방안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되 당분간 방문은 닫아두는 걸로.
메시는 거짓말처럼 다시 온순해졌다.
메시를 키우다보면 이런 상황을 자주 맞닥뜨린다.
실외배변 강아지인데 실내배변을 억지로 시켜야할 것인가, 산책훈련은 어느 정도 해야할 것인가,
무엇을 먹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간식은 어느 정도 주어야 할 것인가 등등.
인터넷에는 정보가 차고 넘친다.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정보를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도 많다.
산책훈련법을 알려주는 어느 유튜버는 강아지가 냄새를 많이 못맡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산책 중에 강아지 목줄을 휙휙 끌고 다녀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막상 메시와 산책을 나가보면 - 지금도 메시는 가끔 고집을 많이 부린다-
메시는 세상의 냄새를 맡으며 그렇게 행복해 할 수가 없다.
메시의 낙을 "안돼!"하고 뺐으면서까지 우리 보호자가 얻는 걸 무엇일까.
산책훈련도 초기에 지나치게 끄는 것만 주의시키고 지금은 많은 부분
메시가 원하는 대로 하고 있다.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라든지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신경을 써서
메시가 함부로 움지이지 못하도록 하지만 매일 산책시키는 공원이나
풀밭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을 못 느낀다.
산책훈련을 엄격히 안시켰다고 해서 강아지들이 함부로 하는 건 아니다.
정보의 홍수에서 강아지를 잘 키워보자 하는 우리의 의욕은 시험대에 놓인다.
내 강아지에게 어떤 정보를 적용시킬 것인가. 그것은 온전히 보호자의 몫이다.
펜스를 시작으로 우리는 메시를 둘러싼 많은 정보들을 수집하고 또 가지를 쳐나가고 있다.
'무수한 정보의 메시 맞춤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와의 끊임없는 교감일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 메시가 편안한가, 아니면 불편한가를 계속해서 살펴보고
메시의 입장이 되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메시가 아무리 불편해 해도 해야 할 것들 - 병원 방문이나 목욕-은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도 메시를 보면서 이런 맞춤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오늘 하루 또 함께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