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곁에 두다
생후 1개월에 만난 메시는 잠을 많이 잤다.
특히 첫 사흘은 거의 잠만 잤다.
힘들었겠지, 제 딴엔 산에서 먹을 것도 구해야 했을 것이고
밤에 혼자 있을 때면 바람소리에 놀랐을 것이고
어디서 무엇이 나타날지 몰라 경계하는 마음에 잠을 제대로 못 잤을 것이다.
메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 한 몸 맡길 곳 찾았으니 되었다 싶을 정도로 경계도 없었다.
그리고... 잠을 많이 잤다.
처음 며칠간은 그동안 못자두었던 잠부터 자야겠다는 듯이 자고 또 잤다.
그리고 나는 그런 메시의 잠자는 모습을 홀린 듯이 계속 보며 하루를, 이틀을 보냈다.
마침 메시를 만난 다음 날은 쉬는 날이기도 했는데
메시는 집에서도 자고 함께 간 동네 카페에서도 잤다.
아기 강아지도 무서워하던 나는,
생후 1개월 아기 강아지의 자는 모습을 하염없이 들여다봤다.
누군가의 잠자는 모습은 무방비의 상태임을 뜻한다.
안심하고 잔다는 것은 그만큼 믿을 수 있는 곳이라는 뜻도 된다.
그렇게 우리를 믿고 잠든 작은 생명체.
자세나 표정이 미세하게 바뀔 뿐 그저 자고 또 자는 모습인데
신기하게 그걸 들여다보는 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볼수록 예뻤고 가냘펐다.
귀여운 한편 안쓰러웠고 대견한 한편 불쌍했다.
혼자서도 잘 살아남아 고마웠다.
만나기 전까지 몰랐던 생명체였다고 해도
살아남아줘서, 있는 힘껏 달려와 제 스스로를 구한 그 생명력이 고마웠다.
지금 와 돌이켜보면 그렇게 메시는 내게 조금씩 스며들어왔다.
나는, 이렇게 조그만 강아지도 무서워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메시를 두고서는 무서워할 틈이 없었다.
안쓰럽고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메시의 잠자는 모습을 보는 일은 언제나 좋았다.
메시가 우리와 함께 하고 시간이 갈수록
메시는 더 편하고 아늑하게 잠을 청했고
그렇게 메시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행복해졌다.
메시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가끔씩 고개를 마주보고 잘 때면
세상에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은
평온함과 따뜻함이 나를 감싼다.
가끔은 우리가 메시를 구한게 아니라
메시가 우리를 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