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빠졌지?”
담당 부장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는 것인지
포커페이스 중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맞은편에 앉은 30대 중반의 작가는
답답하고 속상한 얼굴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불안함이 가득했다.
그날의 나는 왜 그리도 원고료에 집착했을까.
당시 나는 정보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소화해야 할 코너가 늘어나면서
기존 원고료에 추가 5만 원을 더 받고 있었다.
원고료 인상은 절대 안 된다는 그들을 상대로
무료 봉사할 수 없다는 주장 끝에 얻어낸
수고료 차원의 보상금이었다.
그런데 어느 달에 계좌 정산을 하다 보니
5만 원이 부족한 게 아닌가.
아무래도 이상해 담당 부장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그럴 리 없다며 마치 내가
잘못 본 것처럼 얘기하던 부장.
잠시 후 정산 관련 화면을 열고 따져보더니
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작고 심각한 목소리로
“미안한데 내가 깜박했나 봐”라며
자신의 실수를 확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당연하게 물었다.
“그럼 다음 주에 빠진 원고료 나오는 거죠?”
하지만 부장은 팔짱을 끼며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 그건 어렵겠다. 왜냐면 국장한테 가서
빠트렸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 말은 못 하겠어. 금액도 얼마 안 되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자.”
그때였던 것 같다. 내 얼굴에 슬픔이 덮친 것이.
부장 말대로 단돈 5만 원이었다.
하지만 그 영상을 만든다고 바친 시간과 노력은
절대 5만 원어치는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의 실수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추가 지급이 안 된다는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그럼 제가 국장님한테 가서 말씀드려요?”
그 말을 뱉을 걸. 하지만 내 눈에 눈물이 먼저 차올랐다.
5만 원 때문에 따지고 있는 내가 한없이 초라해서
슬펐던 것 같다.
당시 부장은 후배 피디들에게 존경받는 선배였고
호탕한 성격으로 이미지가 좋은 분이었다.
그런 상대에게 끝까지 따져 묻는다면
오히려 돈 밝히는 작가로 역풍을 맞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 된다면 할 수 없죠. 다음부터 잘 챙겨주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데
눈과 코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과 콧물이 흘렀다.
내 노동이 싸구려 취급받는 것 같아서,
그 정도 돈은 포기하는 게 쿨한 건가?
차라리 돈 받는 만큼만 일했다면
덜 속상했을지도 모른다는 등
온갖 잡념들이 나를 괴롭혔다.
5만 원이 아니라 3만 원, 만 원이었다고 해도
노동의 대가를 생략할 권리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사내 평판을 걱정하며
문제를 덮고 말았다.
이제라도 그 시절의 나에게
작은 위로를 보내고 싶다.
부끄러워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고.
충실하게 일했던 과거에
부끄러움은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