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벅뚜벅 Apr 30. 2022

“바쁜데!”  자기 일정만 중요한 사람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자기 분야에서 베테랑인 그는

촬영과 편집 실력이 탁월해 같이 일하는 스텝들이

만족한다는 평가를 듣는 실력자였다.

각자의 몫을 잘 해내기만 한다면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기대와

새 인물에 대한 설렘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상대방도 비슷한 마음이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는 항상 바빴다.

상의가 필요한 일이 있어 연락을 해도

간단한 통화만 가능하다며 판단을 미루거나

대답을 해주지 않는 날도 여러 번이었다.

시간에 쫓기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라

플랜 B,C를 준비하고 대기했다.

이 프로에 올인해주길 기대하진 않았지만

같이 고민해주길 기다리며 말이다.

 

기다림 끝에 촬영에 대해 상의할 때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그날은 나도 일이 있어요”

“바쁜데 스케줄을 그렇게 잡으면 나는 어떻게 해요”

라는 불쾌한 어조와 짜증 섞인 말투의 답변이었다.

현장 사정을 설명해봤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일정이 우선이었다.


같이 일하는데 왜 나만 사정해야 하지?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나고 억울한 날도 있었고

그러다 서로 오해가 있었나 싶어서

주고받은 메시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왜 날을 세울까?

일방적인 통보로 느꼈나? 그럼 말을 해주지’

실타래가 풀릴 듯 말 듯 몇 달이 지났고

그 사이 불편한 마음이 커져버렸다.

속마음을 터놓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어쩐지 때를 놓친 듯 멀게만 느껴져서

끝내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팀 이동 후에도 몇 번의 마주침이 있었지만

불편해하는 것 같아 다가설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는 열정적이었고

말투는 거칠지만 일을 잘 해내려고 애썼으며

영상을 잘 이해하고 만들어내는 재주꾼이었다.

서로 더 노력했다면 환상의 짝꿍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좋은 동료를 놓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일로 만난 사이에서 이런 일이 적지 않다.

말로는 ‘~님’을 붙여가며 존중하는 듯 말하면서

결정적인 상황이 되면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는 사람,

만나자면서 본인 일에 치여 연락두절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든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유형들을 겪었지만

여전히 사람에 대한 기대는 접지 못했다.

나의 선입견이었길 바라면서 말이다.



















이전 02화 휴가 다녀왔더니 사무실 분위기가 달라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