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나 홀로 전국 여행을 하며 모텔을 이곳저곳 다녀보고 있습니다.
모텔 탐험도 재미있네요.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사는 삶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에 잔뜩 느껴보게 됐습니다.
어떠냐고요? 그래도 집에서 사는 게 최곱니다. ㅋㅋ
모텔에서 TV를 보다가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왓챠 심지어 애플티비까지 로그인이 된 채로 볼 수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게 되는 거지?
이런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이 몇 군데 있는 것 같습니다. 공유 업체에서 OTT 들의 계정을 몇 개만 사서 보유하고, 중앙 서버를 통해 어떤 계정이 현재 이용되고 있는지를 조율해서 각 숙박업소 이용자들이 공유해서 쓸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숙소의 방 하나당 9,000원 정도에 팔고 있는 것 같네요.
셋톱박스와 리모컨까지 통합해서 팔고 있는 걸 보니 꽤 진지하게 장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텔 입장에서는 방이 30개면 매달 27만 원을 내야 합니다. 물론 초기 셋톱박스 설치비로도 돈을 꽤 받아가는 것 같고요.
OTT 사업자도 그렇지만 모텔 주인도 힘들게 됐습니다.
마치 음식점에서 내는 배달 수수료처럼 모텔 사업자들에게도 (야놀자와 여기어때에 내는 것 외) 추가적인 월 비용이 늘어나고 있네요.
지금까지 가본 5개의 모든 모텔들이 모두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고, 저마다 객실에서 OTT를 볼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으니 모텔 주인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만 안 할 수도 없고.
모텔에 OTT를 공유 판매한다는 것이 재밌는 돈벌이 같아 보이지만 이런 사업을 오래 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OTT 서비스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빡도는 일입니다. 저 중 3개 회사의 주주인 저 또한 '이 놈들 이거 뭐하는 짓거리야?' 싶었거든요. ㅋㅋ
어떤 업체는 매크로로 구현을 해서 로그인할 때 이메일 주소가 노출되던데, OTT 회사에 이 이메일 주소를 제보하면 고구마 줄기처럼 모든 계정을 차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치를 챈 OTT회사가 작정하고 차단을 하면 계정 공유 업체 측에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됩니다. 중앙 서버의 IP를 바꾸며 도망 다닐 수는 있어도 모텔에 있는 셋톱박스의 IP까지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추가로 구매한 계정도 계속 차단당하게 될테니까요. (사업에 약점이 많다는 뜻이죠)
모텔 주인들도 이런 공유 업체에 끌려다니지 말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크롬캐스트가 내장되어 있는 보급형 TV를 구매해서 보고 싶은 것 직접 보라고 잘 안내하는 방법이 하나 떠오르고...
1만 원짜리 USB(128GB)를 20개 사서 OTT에서 보기 힘든 명작 영화나 예능을 잔뜩 넣어둔 채 TV에 꼽아두고 메뉴판을 만들어서 각 방에 비치해 두어 사용자에게 인지시키는 방법도 떠올려봤습니다.
또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