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사람 Jun 03. 2021

메타인지 학습법, 리사 손

뚠뚠한 뇌를 갖고 싶어.

공부에 대한 재능은 타고나는 거라더니. 학생 때는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늘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인 걸까. 난 타고난 기질이 욕심이 많은 편이라서 공부를 잘하고 싶기는 했는데 공부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시험기간에는 모르는 부분을 공부해야 하는데 아는 부분을 위주로만 복습했고 ㅎ 그마저도 벼락치기였지만. 학업에는 뇌가 따라주어야 하는데 자유분방해진 브레인을 급작스럽게 통제하는 일은 역시나 불가능했다. 허허. 어째서 쓸데없는 일은 죄다 기억이 나는데 수업시간에는 교과서에 나온 존경받는 위인 얼굴에 교묘하게 낙서를 한 기억뿐이라니 한심할 뿐이다.


생각해보니 친구들은 다 공부를 잘했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때늦은 반성도 아닌 추억 되짚어보기 정도로 생각해보자면 너무 아무 생각 없었던 것 같다. 머리가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매일. 하고 싶은 게 없었다. 되고 싶은 게 또 없었다. 세기말이 오고 있었고 난 예언을 믿지 않았지만 곧 세상이 종말 할 것처럼 생에 미련이 절대 없는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 공중전화에 줄을 서서 그 당시의 인기가수의 매니저에게 (강타를 내가 왜 좋아했더라) 전화를 건다 거나 하는 의식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 라디오를 듣고 편지를 쓰고 잠을 자고 깨어나는 일상을 반복하다 나이를 먹었다. 이불 위에서 밥도 먹고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일들을 그 네모난 범위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안을 벗어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우기 같은 날들이었다. 반쯤 누운 상태로 빨대를 꼽은 맥주를 들이켜기도 했었지. 그 작디작은 방에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했었는데. 여동생은 그날 거실에서 잤던가. 내 방은 20세기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거구나 혼자 있지 않으면 자기 계발이 더디게 되니까.


그 시절 창의를 위한 브레인스토밍은 커녕 적절한 자극을 주지 않아서 뇌는 반강제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다. 중추신경계는 노는 일에 금세 취해버렸고 무언가 학구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난폭해지고 공격적이 되고 분노가 그 자리를 채워가는 중이었다. 내가 나의 뇌를 통제할 수 없다니 야만인과 다를게 뭐람 그렇게 본능대로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렸네. 막다른 길이 있나 보다 어디든. 이제 어디로 가면 될까 뇌를 혹사시켜야겠어 어떻게든 잡생각을 잔뜩 하자. 그러면 나의 평평한 뇌에 주름이 가득 생길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수학공식은 고사하고라도 누군가에게 내가 그린 그림을 나를 설명하는 게 가능할까. 내 인지 수준의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기억하는 일보다 자꾸만 잊어버리는 게 더 많아서 그렇지. 사람 이름이 대부분 세 글자인데 거의 두 글자만 기억나니까 그게 문제라면 문제네. 이래서 사회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메타인지 학습법, 2019


책에 따르면 메타인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결국 부모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의식주만 해결해주면 끝인 시대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고 아이에게 생각의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왜 중요한지 알려줘야만 한다. 부모가 하는 질문이나 자극을 통해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는 뭔지 어떤 걸 잘 모르겠는지를. 누군가에게 내가 아는 것을 설명을 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예전에 선생님들께서 책의 목차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셨구나. 교과서에 있는 목차에 나온 것들을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깨우친 것일 테니까.


결국에 활발한 뇌파를 가진 똑똑하며 지적인 사람이거나 아니거나의 차이를 우리는 알아채고 말았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나 같은 괴생명체는 본인이 원하는 걸 모르고 요구하는 방법에 무지하고 설득하는 기술 등이 부족하다. 모든 방면에서 돼먹지 못한 것이지. 흐흐. 지금이라도 저 초록색 책을 씹어먹어? 배가 아파 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릴지도 모르고 사람은 안 하던 일을 하면 죽는다잖아. 내가 인텔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걸로 된 거라고.


근데 저 책을 읽고 나니 뇌가 섹시한 사람들을 더 잘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건 좀 뿌듯해서 말이지. 티브이만 켜도 손쉽게 찾을 수 있는데 뚠뚠한 뇌를 가진 사람들은 자꾸만 지속적으로 상대를 이해를 시키려 하고 설명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너무 열심히 설명을 해서 멋짐을 넘어서 귀여울 정도야. 어쨌든 난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내가 읽은 책이나 직접 그린 그림에 대해서만이라도 곰돌이 인형에게 줄거리나 느낌 등을 늘어놓는다면 나도 1mm라도 앞으로 가는 것 같은 현상에 대한 왜곡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게다가 테디베어가 너무 가엽긴 한 것 같아.











이전 16화 연년세세, 황정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