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행으로.
너무 이상했다 그건. 작가님이 내가 아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말도 안 되지만 숨겨진 브런치 멤버 같기도 하고 해서. 책을 읽는 내내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떤 사람이 수제 맥주집에서 김영하 작가님을 만났다는 소문을 듣긴 했는데 나도 그 맥주집을 수소문해서 핸드드립 맥주라도 마시러 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다가 대신 작가의 말을 곱씹으며 견뎌보기로.
나는 작가의 말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읽는데 진심인 편으로 항상 소설을 꼼꼼하게 완독 한 후에 천천히 리얼 결말을 읽듯이 점자를 더듬어 나가는 느낌으로 성경말씀 읽듯이 (무교입니당) 애지중지하며 작가의 말을 읽어 내려간다. 실은 작가의 말을 읽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까. 그래서 작가의 말이 없는 책은 몹시 서운하고 미완성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작가들은 작가의 말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듣기는 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는다는 것이 그게 애정을 다하는 일이라서.
시집을 고를 때는 꼭 시인의 말을 보고 구매하는 지인과 비슷한 면이라고 볼 수도 있으려나. 그래서 내가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착이 과도한 걸 지도 의미부여를 많이 하기 때문에. 그 덕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게 쉽지 않은데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고 나 스스로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이지. 잘 지내보려고 할수록 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상처를 주게 되는 거 같다. 누구에게도 버림받고 싶지 않아라는 전제 때문일까. 그래서 늘 먼저 잃어버리는 쪽을 택하고 마는 것을. 이러한 관계 기피증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난 상담치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어쩐지
다음 생에도
이 도시에 오게 될 것만
같습니다.
책은 얼핏 결이 다른 듯 같은 듯한 느낌의 소설들이 도트무늬처럼 어우러져있는 1부와 메모나 편지 같은 짧은데 그래서 더 신비로운 감성의 소설들이 모여있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님의 책은 늘 여행자 같은 느낌을 강렬하게 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을 갔다 온 느낌이 들어서 여독이라도 풀어야 해서 그러려면 맥주 한 잔이 필요한데. 술을 위한 교묘한 핑계가 되는 책이라니 너무 좋잖아.
타락에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별다른
이유가 없다.
우리의 지금을 비난하려는 사람들에게 변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냥 그러다가 수많은 빗금들이 쳐지고 어느새 얇게 슬라이스 되어 청량하게 공기 중을 부유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여행하고 싶지 않아도 어딘가로 계속해서 떠나는 시간을 살게 되겠지 그것도 별로 나쁘지 않을 거 같아. 우린 머무르는 듯 머무르지 않을 거고 없는 듯 계속 있을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