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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Oct 28. 2019

난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불공평한 세상, 모든 것이 어설펐던 내가 살아가는 방식

색깔이 없는 아이

어떤 기사를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엄마, 나처럼 공부는 못하는데 날라리도 아닌 애들은 어떻게 해야 해?"


난 어릴 때부터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이 없었다.

공부도 잘하지도 그렇게 못하지도 않는 평범한 성적이었고 그 외에 눈에 띄는 재능도 없었으며, 몸으로 하는 활동은 거의 꼴찌 수준이었다. 외모가 대단히 예쁜 것도 아니었고, 성격도 조용한 편에 가까우니 노는 것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과 비슷하게 적당히 친구도 사귀고 평범하게 지내긴 했지만, 사람 관계도 일상도 내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일이 크게 없었다.

어렸을 때는 이런 내가 혐오스러울 정도로 싫었다.  해도 어설프고 잘하는 것도 없는, 나는  이렇게 못난이 같은 사람으로 태어난 걸까. 이게 뭐야. 수도 없이 생각했다.


아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뭐였을까? ‘엄마, 나는 공부도 못하고 특별한 재능도 없고, 자신감도 없어. 이런 내가 앞으로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아무것도 아닌 찌질한 사람으로 사는 거 아냐? 쓸모없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서 뭐 해? 아무것도 할 것도 없고, 할 자신도 없는데 어떡하지? 이런데도 나 정말 괜찮은 사람 맞아?’ 대충 이런 말은 아니었을까?  

- 한겨레 사회, 공부도, 노는 것도, 잘하는 게 없는 나 中


모든 것이 그저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정도일 뿐 별다른 신념 없이 대학교에 갔다.

관심도 없던 경제학과의 OT 따라가 경제 전공을 한 것도 모자라 선배들이 공부를 하지 말고 1학년 때는 놀면 된다길래 어설프게 공부하고 놀았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용돈으로 썼을   돈을 모아서 어학연수를 간다거나 해외를 나가본다거나 하는 생각들은 하지 못했다.

그래도 정신이 바짝 들어 열심히 취업준비를 한 것이 다행이었다. 운 좋게 가고 싶던 게임회사에 서비스 기획자로 입사를 하게 되어 똑똑하고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것은  인생의 최고의 전환점이었다.


남들보다 시간을   수밖에 없었다.

인생 처음으로 간절하게 해서 얻은  취업의 성과가 소중해 열심히도 살았다. 살면서 어디선가 이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  적이 있었던가?

그렇기에 그것을 잃는 게 두려웠고 내가 부족한 사람인 걸 들키는 게 항상 불안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이런 부분들은 나의 에너지를 좀 더 빠르게 깎아먹는데 일조한 건 사실이지만, 나라는 사람에 대해 찾아가기 시작하고 조금씩 자신감을 얻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 글을 다시 쓰는 지금 난 일한 지 11년 차가 됐다.

이제는 예전만큼 어설프지 않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아는 척도 해본다. 누군가 나한테 조언을 얻고 부탁을 하는 것도 때론 부담이 되지만 기분 좋고 최선을 다해 아는 척하며 도와준다.


어렸을 때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꼈고, 출발선이 다른 것에 대한 나름의 분노도 있었다. 집안도 부유한데 특출  유전자를 타고나서  해도 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하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원래 세상은 불공평한  맞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원래 세상은 불공평한  맞다. 누구는 부자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우월한 두뇌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누군가는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서 많은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다. 타고남이 주는 세상의 메리트는 상상 이상으로 많다. 사회가 이런 부분들에 대한 불균형을 해소할  있는 방법들은 꾸준히 고민해주어야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원래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조건이 주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간절하지만 특출 나지 않았고, 열등감이 몰려올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그저 남들보다 시간을   쓰는 것뿐이었다.  이것의 힘을 여전히 믿는다.


 삶은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와중에도 나는 여전히 누군가가 1 노력한 시간, 내가 10 노력해도  차이가 없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버리고 싶지 않아 오늘도 난 여전히 좀 더 잘 살아볼 궁리를 하며 살아본다.

나같이 잘나지 않은 사람들도 좀 더 잘 살 수 있다고.


“찌질이들이여, 해방구를 찾아라.”

분명 해방구는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되는 게 해방구라면 뭐 그것조차 해방구는 존재하니 해방 좀 하자는 겁니다. 너무 그렇게 지질하게 방 안에서 자책하고 있을 필요 없습니다. 좀 잔인하지만 사실, 세상은 당신들한테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크게 걱정 말고 해방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세요. 얻어맞고 다니기 일쑤였던 한 소년이 딱 12년 후 한 영화에서 누군가를 쥐어 패기도 하고 그래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거 보여줍시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찌질하다의 반대말이 뭡니까. 특별하다? 잘 나간다? 바지통 육 반으로 줄이고 머리에 젤 바르는 상남자 스타일? 아닙니다.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찌질했었다.입니다.
모두, 행복하십쇼.

박정민 <쓸만한 인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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