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잠 May 07. 2018

저는 내향적인 직장인입니다.

내향성은 고쳐야 할 성향이 아니다.

-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는 것이 느린 편이다.

-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피곤함을 느낀다.

- 여러 사람들이 있으면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 회사에서는 불만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편이다.


내향성을 가진 사람들의 대체적인 특징이다. 외향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내향적인 기질로 태어난 사람들은 흔히 '사회성이 없다'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을 '소심' '수줍음' '적극적이지 못함' 등의 키워드를 가졌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내향적인 사람들은 본인의 기질을 굉장히 큰 단점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렇다면.. 난 사회생활을 하기 부적합한 사람일까?


내향적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말이 많지 않고, 조용한 편이었다. 마당발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친구들과도 잘 지냈고 평범한 학교 생활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착하고 조용한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마음속은 항상 외향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특히나 나중에 하게 될 사회생활을 위해선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왔다.


25살, 첫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나의 내향성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 항상 잘 웃으려고 노력했다. 퇴근 후 친목 자리에 날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면 거절하지 않고 달려갔다. 겉으로 보기엔 꽤 괜찮아 보였다. 

회사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친구가 많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기분이 꽤 좋았다.


"난 예전보다 분명 외향적으로 바뀌었고, 내가 노력하면 바뀔 수 있는 것이었어, 역시 노력이 최고야”


분명히 즐겁게 웃으며 돌아온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런 날은 어김없이 자기 전에 깊은 우울함과 공허함에 빠지다 지쳐 잠들었다.

“몸이 피곤해서 그럴 거야...”

즐겁기만 한 줄 알았던 이 행동들이 나에게 굉장한 정신적&육체적 에너지 소모를 주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결국 방전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잘 해왔던 것들이 안되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이직과, 정신적인 감정 소모를 겪으며 급격한 체력의 저하가 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웃기지 않는 상황에 억지로 웃는 것이 힘들어졌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힘들어졌다.

내 본래 기질의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는 것임을 것을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너무 힘든 마음에 찾아간 심리상담에서는, 실제 내 모습과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내 모습이 엄청난 갭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의 나 vs 되고 싶은 나. 이 간극을 좁히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해 줄 수 있는 것만이 내가 힘들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것이 내 내향성을 지극히 혐오해왔던 시간의 결과였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에너지를 쓰는 방향의 차이일 뿐이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사람의 타고난 기질의 종류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를 나눌 수 없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있거나, 소수의 사람들과 어울릴 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그 반대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는 넓은 인맥, 활발함, 적극성을 좋은 것이라고 계속 강요하지만, 실제로 친구가 많다고 해서 세상의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향적인 기질로 태어난 사람이 외향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은 물론 학습과 훈련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요구받고, 실제로 그 사람이 가진 기질의 장점조차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게 된다.


이젠 더 이상 내 내향성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긴 시간 우울함을 겪으면서,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좀 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에 대해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나에 대한 공부와 심리학에 대한 글들도 꽤 많이 읽었다.

답은 단순했다.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 타고난 모습대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어느 심리 연구결과에서만 봐도, 내향적인 부류의 사람들 중에 자신의 내향성을 낮게 수용하는 사람들은 높게 수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우울과 불안 현상이 높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절대로 피할 순 없다. 그렇다고 모든 내향적인 사람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로 인해 에너지를 많이 쓴 날은, 당일 또는 그다음 날이라도 집에서 최대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요즘엔 글을 써보는 것으로 이 부분들을 해소하고 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희망이 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외향적이지 않은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향성은 고쳐야 할 것이 아니다. 

그 미움을 조금 내려놓고 보면, 우리도 외향성 있는 사람 못지않게 꽤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전 05화 난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