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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Oct 12. 2019

런던에서 짐 맡기고 영수증 잃어버리기

나의 죽을상 혹은 울상이 나를 살렸다.


유럽 여행 중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영국에서 처음 유럽여행을 시작해 독일에 갔다가 프랑크푸르트, 베를린을 거쳐 다시 영국에 왔었다. 해리포터랑 나의 사랑 미스권 보러. 미스권을 두번째로 보는 날이 네덜란드로 가는 날이었기에 일단 나의 거대한 캐리어를 킹스크로스 국제선 기차역 짐보관소에 맡겨두었다.



짐보관소에는 보관 영수증을 잃어버리면 벌금규정이 있다고 여기저기에 크게 명시돼있었. 그리고 전날 영국인 로컬들과의 파티로 아침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매우 자연스럽게 영수증을 잃어버렸다.


이미 베를린에서 어이없는 사유로 큰 돈을 벌금으로 뜯긴적 있는 나는 짐보관소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가뜩이나 모자란 경비인데 또 벌금?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쨌든 영수증을 잃어버린건 내 잘못이니 항변도 못하고 나는 얼어 붙어있었다. 죽을상을 한 채로. 짐보관소는 약간 비상이라도 걸린 듯 매니져까지 나와 내 짐의 생김새와 짐을 보관한 시간 등을 일일이 물어보았다. 아마 혹시나 짐 내부에 내가 폭빌물을 넣어놨다거나 남의 짐을 가져갈까봐 그랬을 것 같다. 캐리어를 사진찍어둔게 있어서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캐리어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내부에 얼마나 많은 짐이 맡겨져 있는 것일까...


초조해하는 내게 매니저가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너무 걱정마. 벌금 내라고 하지 않을게" 그 한마디가 내겐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곧 다른 직원이 듣고 "벌금 안받아?"하니까 목소리를 높여 "야 쟤 봐봐 완전 울려고 하잖아"라고 했다. 순간 정말 창피했다. 그말도 작게 말해줄순 없었던 거니...


세번의 시도 끝에 찾...았...다

 다행히 나의 죽을상 혹은 울상 덕분에 나는 벌금도 내지 않고 짐도 찾아 짐보관소를 나올 수 있었다.


그래. 이런 휴머니즘이 통할때도 있는거야...


바이 바이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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