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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Aug 27. 2019

베를린에서 60유로 벌금을 물다...

이건 정말 아픈 기억이다. 왜 하필! 왜 하필 내게 일어난 거냐...


그날은 베를린에서 런던으로 들어가는 날이었다. 런던에 마침 아는 언니도 와있었고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200파운드라는 거금을 내고 예약을 걸어 둔 상황이었기에 나는 신이 나서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도 그랬지만 독일은 따로 티켓을 찍는 개찰구가 없다. 그냥 표를 사서 지하철을 타면 끝이다. 가끔 검표원이 나타나 표를 검사하지만 나는 제대로 표를 샀으니 걱정할 것 없었다. 사실 베를린의 지하철 시스템이 복잡해서 표를 끊기 전 지하철 직원에게까지 물어봤는데 아쉽게도 직원의 영어가 짧았다… 어쨌든 나는 직원의 지시를 따라 표를 샀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앞에 한 남성이 두 명의 역무원에게 잡혀 벌금을 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딱 봐도 여행자 같았는데 표를 사지 않고 지하철을 타다가 걸렸나 보다... 쯧쯧 하고 넘어갔다. 


문제는 그 두 명의 역무원이 나와 같은 지하철을 또 탄 것이다. 그들은 승객들의 표를 검사했고 나는 당당하게 내 표를 제시했는데 갑자기 내게 “Validate 발리데이트를 안 했잖아”라고 하며 내리라고 했다. 나는 이때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다. 어쨌든 방금 산 표고,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발리데이트 없이 지하철을 타 왔기에 그들이 말하는 발리데이트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일단 내리라니 내렸을 뿐. 




알고 보니 베를린에서는 표를 사고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위치한 조그마한 검정 네모 박스에 표를 넣고 탑승시간을 도장 찍어야 했다. 이게 바로 Validate. 직원도 내게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고, 네모 박스에 무언가를 넣고 찍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나는 주차권인 줄 알았다. 뭐 제대로 설명도 안 적혀있으니... 


그대로 60유로라는 벌금을 물어야 했다. 보니까 다른 여행객들도 잡혀서 돈을 물고 있었다… 현재 60유로라는 돈이 없다고 하자 역무원들은 친절하게도… ATM이 있는 곳으로 나를 이끌어주었다. 더 친절하게 나의 캐리어도 직접 들어주면서… 거기서 100유로를 인출해 60유로 벌금을 낼 때의 내 심정은 정말 참담했다. 1유로도 아끼겠다고 물도 수돗물 마셔가며 여행하는 나였는데… 게다가 그날은 베를린의 더위에 너무 지쳐 우버를 타고 공항을 갈까 말까 하다가 돈을 아끼겠다고 지하철을 택한 거였는데… 60유로면 우버 말고 택시를 타고 갔어도 됐을 돈이다…      


나처럼 모르고 벌금 문 다른 여행객들


똑같이 벌금을 문 다른 여행객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들도 전혀 몰랐어서 당했단다. 슬프다. 아무래도 공항에 가는 지하철이니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더 조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의 나라에서 벌금 60유로나 물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정말 슬펐다…


베를린에서 조심하세요 여러분 꼭 발리데이트를… 휴 덕분에 가난한 나의 여행은 더 가난해졌다. 


잔혹한 벌금 영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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