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정말 무서웠다.
오늘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자
기예르모의 말에 깜짝 놀랐다.
"오.... 오토바이?"
나는 오토바이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항상 오토바이가 무서웠다. 넘어지면 한방이라던데. 그러나 기예르모의 그윽한 눈망울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 남자, 내가 그의 계획에 초를 치면 상처 받을 거야. 나는 무조건 "예쓰"했다.
사실 오토바이는 기예르모의 아버지 것이었다. 아버지 휴가 가신 동안에 몰래 타서 쓰고 기름 채워 돌려놓으면 된다는 기예르모의 엄청난 아이디어. 순간 10대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주인집 아들이 괜찮다는데 어떡하랴 그냥 타야지. 기예르모도 오토바이 운전은 제법 오래간만이라고 했다. 어쩐지 중심을 잡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나는 더 무서웠다. 게다가 오토바이가 이렇게 무거운 운전 수단인지는 더더욱 몰랐다. 커브를 할 때마다 '넘어지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나를 감쌌다. 그래서 나는 두려움에 기예르모의 허리만 꽉 잡았다.
그래도 나중에는 제법 용기가 생겨서 기예르모 허리만 꼭 붙잡는 민폐를 더 이상 하지 않고 뒷좌석의 안전대 를 잡고 바람을 즐기기도 했다. 차마 양 손을 뗄 엄두는 절대 나지 않았다. 비트의 정우성은, 영화니까 가능했던 거다.
기예르모는 나를 태우고 콜럼버스 광장도 보여주고, 마드리드 시내에서 가장 높다는 빌딩 세 개도 보여주었다. 그 유명한 축구장 레알 마드리드 구장도 보여주었다. 재미있는 건 구장 바로 옆에 성당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럼 일요일에 경기를 하면 경기 마치고 다들 성당으로 향하려나? 아니면 예배 마치고 다들 구장으로 향하려나? 한국에는 축구장만 한 교회가 있다니까 기예르모가 웃었다.
기예르모는 언제든 내리고 싶을 때 말하면 오토바이를 세워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한 번도 그에게 스탑을 외치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바람을 쐬며 보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오토바이를 멈춰 세운 것은 기예르모였다.
짠~ 이곳은 마드리드 시청이다. 기예르모는 이런 곳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내게 마음껏 구경하라고 했다. 나 역시 경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가만 보니 거대한 촛대들을 붙여놓은 것 같기도 하고, 거대한 초가 아름답게 녹아내린 촛농들이 함께 붙어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저기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었다. 기예르모는 나를 모델로 시청 앞에서 내 사진도 몇 장 찍어주었다.
그 옆은 마드리드 중앙은행이었다. 여기도 은행 치고 너무 근사하게 지어놓은 것 아니냐. 기예르모는 시청 앞 분수가 중앙은행과 연결되어 있어서, 지하금고에 강도가 들면 분수의 물이 쏟아져 들어와 강도들이 물에 잠겨 죽는다 했다. 어찌 생각하면 잔인한 보안시스템이지만 물이 무서워 도둑이 들 엄두를 못 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마드리드 시내 거리를 좀 걷고, 식사를 스페인식으로 여러 군데에서 하고 다시 돌아왔다. 기예르모 아버지의 오토바이에 기름을 그대로 채워놓고 깨끗이 닦아놓아 '사용 안 한 척'하는 것도 잊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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