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를 방문하건 그 나라, 지역의 박물관을 꼭 방문해 보는 편이다. 싱가포르에서도 그랬고, 코타키나발루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막상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박물관에 가질 못했다. 이유는 공사 중이어서... 유럽 여행 때도 하도 보수 중인 곳이 많아 '보수의 아이콘'이 됐던 악몽(?)이 떠오를 정도였다.
쿠알라룸푸르 박물관은 방문하지 못했지만 대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말레이시아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게 됐다. 그곳은 바로 민네이처 말레이시아 MinNature Malaysia. 처음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순전히 미니어처에 대한 나의 키덜트 감성 때문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유치원 시절, 한국화폐박물관에서 보았던 미니어처들. 그 작은 전시물들이 얼마나 예쁘고 또 갖고 싶었던지.
민네이처 말레이시아는 숭가이왕플라자 L1층에 위치한다. 따로 건물이 없기 때문에 그랩 드라이버도 "이 건물이 맞냐?"라고 물을 정도였다. 나도 잘은 몰랐지만 그랩에서 찍어준 주소대로니 "맞다"라고 하고 내렸다. 마침 눈에 민네이처 말레이시아 표시가 보이기도 했고.
민네이처 말레이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를 이루는 주들의 상징물을 미니어처로 구경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의 역사,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되어 있다. 한국인을 위한 작은 지도가 제공되나 소개 등은 거의 다 영어였다.
미니어처들은 대단한 퀄리티였고 자세한 설명은 만족스러웠다. 재미난 점은 어린이 관광객보다는 어른 관광객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임은 분명하다.
말레이, 중국인, 인도인, 원주민 등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인종과 전통을 소개하는 미니어처도 있고
각 주의 상징물과 특징을 설명하는 미니어처도 있었다. 다양한 생활상이 함께 담긴 섬세함은 기본이다. 수상가옥 미니어처에서는 잡은 물고기 통을 쏟아버린 남성과 이를 마땅찮게 바라보는 여성이 등장하는 등 각각의 사연을 담은 미니어처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버튼을 통해 직접 움직이는 미니어처도 볼 수 있고 일정 시간을 두고 조명 쇼도 펼쳐졌다. 조명 쇼가 너무 재밌어서 한 3번은 보았다.
각 구역마다 숨어있는 마블 히어로나 영화 주인공 미니어처도 있는데 나는 거의 찾질 못했다 못했다. 특히 저 초록 악당을 찾으면 200링깃을 준다고 한다. 초록 악당을 찾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단 4명에 불과하고 특별히 사진을 찍어 붙여두었다. 5번째가 되고 싶었지만 찾지 못했다. (아쉬워라)
미니어처 하나에만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초록 악당을 찾은 분들이 대단하다.
대신에 에일리언과 외계인은 찾았다. 아무래도 우주가 좀 더 체질인 걸까? 다른 관광객에게 우주인을 찾았다고 보여주니 그 관광객은 "우와!" 하며 한참 동안 우주인을 바라봤다. 참고로 이 관광객도 성인이었다.
어느 리뷰에서 민네이처 말레이시아를 'Hidden Gem 숨겨진 보물'이라고 표현했던데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방문이었다. 에어컨도 빵빵하고 와이파이도 된다. 중간중간 의자도 있어 다리를 쉴 수도 있다. 30링깃을 내고 들어갔으나 클룩이나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면 조금 더 싸다고 하다.